5. 세상을 바라보는 2가지 시각

진실의 논리와 진영 논리

by 고스만

세상에 논란이 되는 것은 전부 하나의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누가 무엇을 했는가?


위 문장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각이 둘로 나뉜다. '누가'를 중요시할 것인가? '무엇'을 중요시할 것인가? 장발장은 빵을 훔쳤다. 이때 '빵을 훔치는 행위'가 잘못했다고 비판한다면 이는 진실의 논리이고 '장발장'은 약자이기 때문에 옹호한다면 이것은 진영 논리이다.


진실의 논리는 공정의 논리이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말이 있듯이 진실과 논리 앞에서는 만인이 평등하다. 이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가 아니라 '무엇'이다. 부자든 빈자든 남자든 여자든 모두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해선 안 되는 일이 있다. 좌파든 우파든 비리를 저지르면 안 되고, 횡령하면 안 되며, 서류를 조작해도 안되고, 음주운전을 해선 안되며, 성희롱을 하면 안 된다. 본인이 지지하는 당에서 범죄자가 나오면 이를 비판하는 것이 진실의 논리이다. 진실의 논리에 따르는 사람은 근거에 따라서 결론을 낸다.


진영 논리는 힘의 논리이다. "역사는 승리한 자의 기록"이라는 말이나,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쓴 '공산당 선언'이란 책에 나오는 "인간의 모든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다"라는 말이 이 시각을 잘 설명한다. 누가 무엇을 했는지 평가할 때 이들은 '무엇'을 했는지보다 '누가' 했는지 더 중요하게 바라본다. 똑같은 범죄를 강자와 약자가 저지르면 강자는 비판받지만 약자는 이해받는다. 때문에 범죄자들은 모두 약자의 탈을 쓰고, 자신의 진영이 아무리 강대하더라도 약자라고 주장한다. 자신들의 범죄를 '힘이 부족해서 저지른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어떤 행동을 하든 '약자이기 때문에 이해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어떠한 행동이든 말이다. 진영 논리를 따르는 사람은 결론을 내고 근거를 찾는다.


현재 대한민국은 어떤 논리가 지배적인가? 대한민국은 진영 논리에 지배받고 있다. 범죄 사실이 드러나면 '어떤' 범죄인지를 먼저 보지 않고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 본다. 남자가, 여자가, 좌파가, 우파가, 2030이, 4050이, 부모가, 자식이, 기업인이, 노동자가, 중국인이, 미국인이, 일본인이, 조선족이, 장애인이 등 누가 범죄를 저질렀는지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상대편이 범죄를 저질렀으면 천인공노할 악인으로 묘사하며 분노하지만 자신의 편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침묵하거나, 양비론을 펼치거나, 사안이 결론 나지 않았다며 시간을 끌거나, 최악의 경우 옹호할 수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진영논리가 대한민국을 병들게 하고 있고, 앞으로도 병들게 할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모두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필자가 초등학생일 때부터 부모님께서는 귀가 닳도록 말씀하셨다. 음주 운전하지 말라고. 음주운전은 잠재적 살인 행위라고. 재밌게 보던 코미디 프로에서 잘 나가던 연예인이 음주운전 사건으로 10년 이상 자숙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 아무도 이들을 비호하지 않았고 음주운전을 하면 연예계에서 퇴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어도 해선 안 되는 일이 정해져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WJ4FtQOXac


가수 성시경은 과거 무릎팍도사라는 방송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잖아요. 연예인은 광대지.", "연예인한테 가장 공인의 잣대를 들이대고 정치인은 너무 연예인 같은 게 우리나라 같아요. 정치인은 막 번복 하잖아요. 막 이 말도 해보고 사람들은 또 까먹고 용서해 주고 또 뽑고." 이 말은 현재 대한민국에 대한 깊은 통찰을 지니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Qw3pqfDtN0Y


누군가 잘못된 일을 한 것은 큰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아니다. 인간은 실수할 수 있다. 인간은 실수에서 반성하고 행동과 생각을 고치며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진실되게 밝히고 참회하여 새로운 길을 걷기로 하며 용서를 비는 인간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인간이고, 이러한 인간에게 2번째 기회를 주는 사회야말로 내가 살고 싶고, 만들고 싶은 사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잘못된 일을 옹호하는 것이다. 학력 위조 사실이 드러났는데 '살면서 저지른 범죄가 이것밖에 없어? 아주 바른 사람이구나'라고 하면 안 된다. 음주운전 사실이 드러났는데 '음주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구나? 아주 바른 사람이구나'라고 하면 안 된다. 성범죄 사실이 드러났는데 '상대가 먼저 유혹했어? 억울하겠구나'라고 하면 안 된다. 자식이 학교폭력을 했는데 '우리 아이가 그럴 리가 없어요. 상대 아이가 함정을 판 거예요'라고 하면 안 된다. 가장 최악의 논리는


'그 사람은 좋은 의도를 가지고 범죄를 저지른 거야!'

'오히려 그 범죄로 인해 좋은 일이 생겼어!!'

'범죄를 저지를만했어! 나라도 했을 거야!'


라고 변호하는 것이다. 세상에 핑계 없는 무덤은 없는 법이다. 배울 만큼 배운 성인들이 궤변과 날조를 늘어놓으며 진영논리를 옹호할 때 필자는 한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느낀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다. 한 진영에서 한 명의 범죄자가 보호를 받는 순간, 해당 진영은 자신들이 가진 모든 범죄자를 보호하는 것이고, 모든 사람에게 범죄자가 돼도 상관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진영 논리의 세상에서 범죄나 잘못된 행동은 더 이상 하면 안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편이면 해도 되고 상대편이면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진영 논리의 사회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보다는 누구의 편에 서는지가 더 중요한 원칙이 된다. 인간은 환경이 허락한 만큼만 도덕적인 존재이다. 진영 논리의 사회에서 인간은 약자의 편에 서 원칙을 지키기보다, 강자의 편에 서 범죄를 저지르기를 택한다. 이런 사회는 권력의 집중을 부르고, 집중된 권력은 독재를 부르며, 독재는 타락을 부른다.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진실이 바른 것이고, 바른 게 진실된 것이다. 사랑도 진실될 때 아름답고, 인간도 진실되야 가치 있다. 진실이야말로 인간의 인생을 비춰주는 한 줄기의 빛이다. 진실 앞에서 죄인은 네 편 내 편이든 죄인이다.


본 글의 마지막은 필자가 좋아하는 영화 '와치맨'의 캐릭터, 로어셰크의 대사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Never compromise. Not even in the face of Armageddon(절대 타협하지 마라. 눈앞에 종말을 마주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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