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쑤시개
얼마 전 SNS에서 본 짧은 글인데, 자랑하면 절대 안 되는 3가지가 있다고 한다.
1. 돈 자랑
2. 자식 자랑
3. 남편 자랑
근데 아내 자랑은 리스트에 없다. 왜일까? 아내 자랑하는 남편들이 없든가, 아님 이미 모든 아내들은 훌륭하기에 자랑할 필요가 없든가.
맞다.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를 만들었다고 했지. 가정의 태양, 지붕의 대들보, 행복의 원천. 아내에 대한 찬사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끝이 없다. 시인들은 아내의 미소에서 영감을 얻고, 철학자들은 아내의 지혜에 감탄한다고 한다. 남편들은 "집사람이..."라는 말을 시작으로 자랑의 포문을 열고, 친구들은 공감의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정작 남편 자랑은 금기사항이라니. 이러나 저러나 남편(아버지) 설 곳이 없다. 외롭다. 남편/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고 배웠는데.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라고 아버지 학교 에서 온 세상에 다 들리도록 구호도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이 불균형은 어디서 왔을까?
어쩌면 우리 사회가 남성의 자랑거리와 여성의 자랑거리를 다르게 정의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성의 성공은 당연한 것으로, 여성의 성공은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는 오래된 습관. 또는 남편을 자랑하는 아내가 "과시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반면, 아내를 자랑하는 남편은 "사랑꾼"으로 칭송받는 이중 기준이 존재하는 건 아닐까.
그러고 보니 자랑 금지 리스트에는 다른 불균형도 있다. 왜 돈과 자식은 자랑하면 안 되는가? 돈이 많은 사람은 절대 자신의 재산을 언급해선 안 되고, 자식이 잘된 부모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면, 결국 세상에 자랑할 건 뭐가 남을까? 자랑이 허락된 영역은 무엇일까? 여행? 취미? 아니면 아내?
남편 자랑하는 아내들 너무 미워하지 말고, 아내들은 남편 자랑 좀 맘껏 해줘. 물론 밖에서 말고, 남편한테 직접. "오늘 당신이 설거지한 모습이 정말 멋있었어요", "아이들 숙제 봐주는 모습이 너무 든든해요", "그 넥타이가 당신한테 정말 잘 어울려요". 작은 칭찬이 쌓여 큰 자신감이 된다.
남편들도 가끔, 아주 가끔 기 좀 펴고 살아야지. 세상의 무게를 짊어진 아틀라스처럼 늘 고개 숙인 채 살 필요는 없다.
남편들도 가끔은 거울 앞에서 "나 오늘 잘생겼네"라고 중얼거려 보는 건 어떨까. 또는 아내에게 "내가 만든 김치찌개 맛있지?"라며 소소한 자랑을 늘어놓는 건 어떨까.
자랑의 금기를 만든 건 결국 우리 모두인 것 같다. 너무 튀지 않기, 너무 드러내지 않기, 때로는 이런 겸손함이 우리를 가두는 감옥이 된다. 오늘부터는 적절한 자랑, 건강한 자랑을 시작해 보자. 돈 자랑, 자식 자랑, 남편 자랑, 아내 자랑... 무엇이든 진심에서 우러나온 자랑이라면 그것은 단순한 과시가 아니라 감사와 행복의 표현일 테니.
그리고 남편들, 아내 자랑이 리스트에 없다고 안도하지 말고, 오히려 더 자랑스러운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아내들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결국 가정이란, 서로가 서로를 자랑스러워할 때 가장 행복한 곳이 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