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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셈 Mar 08. 2024

나이가 든다는 것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

나이가 든다는 사실을 인식한 것은 단 몇 년이 되지 않는다. 사실 하는 '짓'을 생각해 보면 여전히 어리고 서툴 때가 많아서 나이가 들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때가 더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 몇 년 사이에 늙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최근 최대의 관심사 중에 하나는 똑바로 서 있는 것, 똑바로 앉아있는 것이다. 어릴 때는 구부정하게 있어도 특별히 보기 흉하다는 생각을 안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에는 사람들이 나를 찍은 사진을 볼 때마다 깜짝 놀라곤 한다. 똑바로 서거나 앉아있는 모습이 아니라 늘 구부정하게 있는 "자연스러운 나"를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앉아있으려고, 혹은 서있으려고 노력하지만, 그 의식이 사라지는 순간 옛습관이 다시 나와 구부정하게 있게 된다.


나이가 들면 어딘가 고장이 난다. 실제 아프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예전과 달리 '팔팔한' 느낌이 없다고 할까? 이런 생각들을 계속 하다보면 무엇인가를 새롭게 한다는 것이 걱정이 된다. 어렸을 때는 무엇을 하던 자신이 있었다. 새롭게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래서 뭐든 배우는 것이 즐거웠다. 그런데 최근에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할 때 두려움이 앞선다. 익숙한 것을 찾게 되고, 편한 방법을 찾게 된다.


예전에 인터넷 쇼핑몰에서 각종 쿠폰들을 뿌릴 때 (요즘도 뿌리고 있겠지만) 몇몇 사이트를 경유를 하면 물건 갚이 몇 천원내지는 심지어 몇 만원까지도 할인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른들을 보니, 그런 작업 없이 물건을 사서 '클릭' 몇 번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얻지 않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 어른들을 위해 대신 그런 일들을 해주곤 했다. 그러면 고맙다면서 밥을 사기도 하고 (때론 밥값이 그 혜택보다도 더 클 때도 많다.) 공돈이냥 여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지만 다음에 또 만나게 되면 여전히 그런 '클릭'을 하지 않고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요즘 내가 그런 모습을 많이 본다. 몇 번의 클릭을 위해서 사이트를 가입하고 어디에서 이벤트 신청을 하고 이런 행위들이 너무 귀찮게 느껴지고 그냥 쉬운 방법으로 구매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 물론 알고 있지만, 그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 해야 하는 많은 절차들을 수행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그래서 멈추는 것이다.


나이가 든다는 게 모든 면에서 단점인 것은 아니지만, 요즘은 단점이 많이 보이는 현실을 보게 된다. 활력있게 움직일 시간이 많지 않다. 어쩌면 우리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빠른 날은 '오늘'이고, 우리의 지나간 날 중에 가장 늦은 날이 '오늘'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좀 더 활기차게 무엇인가를 배우고 움직여야겠다는 다짐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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