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가는 대로의 놀음
오전 4시경, 새벽을 깨우기 위해 몸을 일으킨다.
그 공기만큼은 향기로워 특별함을 내뿜지만, 존경하는 누군가는 내게 연기를 하고 있다고 꾸짖을 것이다. 그러니 내 역할을 기꺼이 폐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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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별은 그저 어지럽기만 하다. 은은한 짜증을 숨길 수 없는 무거운 피로, 강렬한 허기를 담은 목마름이 끝까지 차오른다. 내게 필요한 건 깊숙한 수면이지만, 시급한 건 중요한 게 아닐 거라고 통렬하게 감지한다. 찔려오는 그 날카로움에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을 택했다. 마음 가는 곳에는 몸이 없지만, 몸 가는 곳에는 마음이 피어나길 바라며. 무슨 말장난인가 싶지만 몇 년 전 의도하지 않았던 그림의 획은 엄청난 희열이었다. 지금은 펜 가는 대로의 놀음이라 치자. 발로 쓰는 글이 좋았던 말라카의 평화로운 오후를 생각한다면, 분명 어설픈 놀음은 아닐 것이다.
오전 7시경, 적신호가 켜진 근심 가득한 세상이지만 내 음악만큼은 경쾌하다. 눈까지 감으면 도통 무거운 줄을 모르니, 강렬한 주먹 인사를 다리와 나누며 펜을 놓지 않기로 한다. 경계가 허물어지니 발견되는 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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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시점이 가득한 메모장에는, 대지의 품에 안기도록 버려두고픈 글들이 있다. 그러지 못하는 것은, 매년 보인 표현 양식과 생각들이 어떻게 싹을 틔우기 시작했는지 알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되기에. 나에겐 아직 갖고 있지 않은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모든 높이의 다리를 건너고 싶다.
나는 자신의 삶에 대한 찬사를 바라는 책이 아닌, 그 빼곡한 문자들에게 과대한 찬사를 보내는 서적을 사랑한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잠언 속 온갖 비유들은 두려울 정도로 매서웠으며, 놀랄 정도로 오묘했듯. 그토록 갈구하던 지혜의 뒷골목에는 진리가 있었다. 재치 있는 삶을 위해 진리를 외면하지 말 것. 그토록 사랑한 양식들이 빼곡한 문자만큼 나를 채워주기를 기도한다. 물론 그 빼곡함 속 여유도 필요할 것이라, 그 여백함을 즐기는 충만함은 매번 느껴보고 싶은 완벽의 경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