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시간은 없다
내키면, 문득 생각나면,
그냥 단축키를 누름으로 요며칠 동안의 전화는
느닷없이 걸려 온다
백신 후유증이 있던 막내 아들의 건강 상태에
제대로 꽂히신 어머니에게는 이제 아무것도
문제가 안 된다
어머니?!
괜찮냐~
응, 이제 괜찮아
내가 내일 나갈라고. 내일 나가면 ....
다시 반복된다
똑같은 멘트가 그녀의 입에서
나의 입에서
물음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며칠 동안 반복 되고 있다
당신 울엄마랑 똑같애. 어떻게 그렇게 똑같냐.
진짜 놀랍다.
뭐가!?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하고
당신도 울엄마 같애. 둘 다 치매 같애.
그럼 어떡해, 대꾸는 해야지 아무리 치매래도
대화인데 괜한 말을 할 수는 없잖아
그래도 그렇지, 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냐?
당신 치매 걸려도 눈치 못 채겠다, 평소에도
한 얘기 또 하고 한 얘기 또 하고
그렇겠네, 내가 말이 없어지면 치매인 줄 알아
까먹은 거니까
그러고 보니 나는 같은 얘기를 각색하지 않고 백 번이라도
똑같이 얘기할 수 있다
오래된 버릇이고 습관이고 생겨먹기도 그렇다
경험한 사실만 얘기하고 확신없는 얘기는 안 한다
그러다 보니 예로 얘기하는 것마저 같은 얘기다
그 점에서 치매 상태인 어머니와 별반 다르지 않다
어머니는 매번 처음 전화 하고
백 번도 더 한 얘기도 아주 처음 한다
나는
백 번도 더 들었음에도 처음 들었을 때처럼 귀담아 듣고
리액션을 한다
그 짧은 순간이 어머니의 하루 전부다
매일 기억 속의 사건 한 가지로 전화를 하고
그 기억에 엉겨붙은 감정들로 하소연을 한다
듣다 듣다보면 또 어느 날 끊이지 않던 래퍼토리가
다른 얘기로 바뀐다
이미 지난 얘기를 다 아는 나는 어머니가 뱉을
다음 멘트를 떠올린다
어머니 방식의 현존이다
딱 한 가지만으로 온전히 이 순간에 머문다
가끔 나는 헷갈린다
무한 반복하는 같은 멘트를 주고 받는
내가 치매인지 어머니가 치매인지
어머니의 멘트를 아무렇지 않게 따라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괜히 인생이 쓸쓸해진다
몸은 늙어지고 의식의 총총함은 자꾸 짤막짤막해지는
어머니, 목소리는 아직 기가 짱짱한데
반복되는 얘기는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한 사람의 생
인육에 갇힌 삶의 얘기가 점점 흐릿하게 지워져가고 있는 게 보여서 더 쓸쓸해진다
어머니의
기억이 더 엉키고 흐릿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기는 하루치 이상인데
의식은 자꾸 짧은 토막들로 나뉜다
내일 나가면
노령연금으로 들어와 있는 돈을 찾아
나에게 보낸다는 말로 며칠을 보내고 있는 어머니
매번 오늘은 늦었고
내일,
내일은 기억이 언제부터 리플레이 될지 모르고,
내일 나가면,
여전히 두 달치가 늘지도 줄지도 않고
들어있는 연금수령 통장에서 돈을 찾겠지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오늘은 괜히 더
어머니의 인생이 쓸쓸하다
그녀의 막내 아들이
내 아들 기말고사 때문에
그의 성격을 제일 많이 닮은 맏딸과 감정적으로
엮이고, 그 덕에 내가 내 아들을 쥐어박아서
나도 내 어머니 신세와 다르지 않아
덩달아 쓸쓸하다
성격 좋은 내 아들은 늦은 밤 잠깐의 산책으로
스스로를 씻어내고
성격 안 좋은 그녀의 막내 아들은 뉘늦게 또
괜히 내 아들과 자신의 딸에게 미안하다
말 많은 나의 침묵에
내 아들은
어머니 어머니 사랑해요
떼로 모자란 일가족이다
나도
어머니 어머니 사랑해요
제발
지혜롭게 하소서
옴 샨티 샨티 샨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