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만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내 쪽에서 할 때는 어머니의 치매가 ON
어머니 쪽에서 내 쪽으로 전화가 올 때는
어머니의 치매가 OFF
그 공식이 깨진다
ON&OFF의 적당한 패턴 덕에 나는 치매 어머니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 같은 건 크게 없다
워낙 천성 자체가 긍정적이라다보니
어머니의 증세 역시 삶의 한 종류로 보이는 까닭이다
어머니!
나여, 나 답답해서 이제 집에 갈라고
내일 나갈라고
응~ 나가도 된대!?
ㅇㅇ 이랑 전화했는데 알아서 하라는디
그래~ 좋겠네, 집에 가고!
노령연금 두 달치 있잖여~, 쌀 있것다 집에 가야지
어머니의 기억 시작점을 알았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처음 고관절이 다쳐 수술 받고 병원에 입원했던 시점이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 멀쩡헌 사람이 있을랑게 답답혀서 못 있것어, ㅇㅇ가 통장이랑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가서 다시 만들어 놨거든
?
내가 모르는 상황이 있었나?
건너편에 앉아있던 반려가 고개를 가로젓는다
어! 통장 만들었어? 언제? 이제 자유네~?
그럼, 노령연금 있고 쌀 있으면 살지
집에 쌀 있어?
그럼 작년에도 7개 놔뒀는데, 나 먹으라고 뒀겠지
시간의 흐름은 맞다
쌀은 하나도 남겨놓지 않았고, 작년이 아니라 재작년 일이다
1, 5, 9, 2, 3, 8
패턴에 일관성이 없는 말들이 현재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시킨다
그럼 혼자 갈 수 있어? 누가 있어야지, 자식이 여섯인데
다들 바쁭게, 나 혼자 갈 수 있어, 버스 타면 되지
아버지 생전에도 택시 타고 다니던 어머니, 버스를 탈 수 없는 신체 조건이 돼 버린 걸 모른다
우와! 드디어 이제 자유네
그려, 자유제
탈출하면 전화줘~
그려, 나가 나가서 전화하지
한참 저녁을 먹다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입맛이 딱 가신다
큰아들은 어머니 알아서 하라고 했단다
서로들 치매가 심해지고 있는 어머니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터득했다
오늘 어머니는
몇 달 전 어머니다
몇 달 전 어머니는
겨우 하루이틀 지난 뒤 나와 통화한 거다
그 사이에
얼마나 많은 날들이 지났는지 전혀 모른다
관심도 없다
어머니에게는
믹스 커피와 솜 수건
건빵과 집뿐이다
고추농사도 배추농사도 몇 달 사이 사라졌다
곧 쌀도 사라질 거다
육남매 중 몇은 감쪽같이 지워지고
내가 누구인지 모른 채
중얼중얼 하고 싶은 말을 건넬 거다
딱 한 순간만 살고 있는
어머니
참된 삶을 명상하고 있다
안녕히 주무세요
옴 샨티 샨티 샨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