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인가 산책인가

귀가 후라야 알지

by 연꽃부용


드디어 터질 게 터졌다

어제 온 집안을 뒤집었던 도덕 수행평가 발표 20점

놈이 하교하는 자리에서 폭탄을 던졌다


오늘 발표 못했어요


???????????? 왜!


안 갖고 갔어요


뻥!!!!!!!!!!


순식간에 차 안은 난장판이 됐다

난무한 말과 시선, 날아간 가방 등

좁은 차 안은 아수라장 아비규환


이번엔 나도 마크를 장담할 수 없어

쥐의 학원 하차 지점에서 내리겠노라 선언했다


그러나

막상 현장에서 못 내렸다


경찰서 앞으로 가는 게 어때, 난 오늘 어떻게 할 수 없으니

경찰서 앞에 가서 얘기를 하고 필요하면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게 좋을 듯해


진심이었다

어제 두 부녀가 어떻게든 20점을 획득하도록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고, 놈 역시 자료를 바탕으로 PPT를 만들었다

USB가 불량이 나서 큰애의 것을 빌려 저장한 20점짜리 과제, 그걸 안 가져가서 0점이 됐다


ㅇ놈, ㅇㅇ놈, ㅇㅇㅇㅇ놈 등

화살촉만 없을 뿐

맞으면 치명상을 입을 만한 욕설이 좁은 자동차 안을

이리저리 쏘며 튕겼다


집 앞이다

이미 지옥이 되고 말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그가 앞장 선다

내가 따른다

큰애의 발자국 소리가 뒤따른다

질질 끌리는 듯한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뒤에서 들린다


현관문이 열린다

그가 들어간다

현관문을 잡았다

큰애가 따라 들어간다

잠시 기다린다

....

반응이 없다


???????


없다

뒤에 따라왔던 놈이 없다

사라졌다


가, 가출인가?



성장은 때로 너무 큰 고통과 상처를 수반한다

볼품 없는 철도

불에 담금질하고

쇠망치에 맞고

물에 담겼다

다시 불에

망치에

물에


고철로 있던

명검이 되던

한 번은 격어야 할 통증


산책이었다, 상처 받은 자신의 영혼을 치유하느라

장장 다섯 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걷고 또 걷는 모양이다


아직 귀가 전이고,

놈의 부친과 놈이 녹여내야 하는 문턱 높이의 업이

좀 녹았으면 좋겠다



아부지 아부지 머스마는 하나가 딱 좋은 거 같아요

죽었다 깨나도 우리 올케처럼 셋은 아닌 거 같아요


아무리 내려놓아도

속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형상도 없는 맴이 찢어진다


놈의 부친은 엉엉 운다

놈이 말한다


아부지 왜 울어요, 방에 가서 우세요


징글징글한 김씨들

이 생에 끝장을 보고 떠나야지

다시는 이승에 오지 말아야지




옴 샨티 샨티 샨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