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봄을 기다리며, 25년

물 흐르듯, 쏜 살처럼 시간은 흘러

by 연꽃부용

20년 전, 뱃속 아기가 주먹만 하게 자리를 잡고서야, 서른의 나는 그게 임신임을 알았다.


그만큼 엄마가 될 준비도, 엄마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나이만 찬 직장인 여성에 철없는 딸에, 다정한 남자친구를 사귀던 그런 그냥 그냥 여자가 엄마라는 이름을 떡하니 받았다.


나에게 처음 엄마라는 이름을 준 그 애가 올해 스무 살이다.


엊그제 유치원에 가고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녔던 것 같은데.


분명 작년엔가 고등학교에 입학했는데.


고3 수험생이 있는 집은 숨소리도 눈치 보며 간수해야 한다는 말을 선배 학부모로부터 자주 들었지만, 먹고사는 일에 그와 나도 늘 수험생처럼 지내던 터라 크게 신경 써 주지 못했다.


그 사이 학교 담임 선생님과 교과 담임 선생님을 양친부모로 섬기며, 공부하란 잔소리, 생기부 채우란 잔소리, 수시 원서 상담 등을 모두 해냈다는 큰애.


엄마 아빠보다 진짜 엄마 ㅇㅇ선생님, 진짜 아빠 ㅇㅇ선생님이라는 말을 더 많이 입에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2년 사이, 너무 많은 일들이 내 삶을 스쳐 지나갔다.


돼지 아들의 신변 변화가 가장 컸고, 그 사이 막내도 고등학생이 됐다.


절대 반려동물은 자신 없던 내가 보호소에 맡겨진 슬픈 고양이를 입양했고, 그 애 이름은 에코다.


돼지 아들의 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벌어진 일들이, 지금 떠올려보면 참 아찔하다.

돼지 아들은 자퇴를 했다.


내성적인 데다 유순한 성품의 아이는 준성인의 십대 후반 동급 남학생들과 동화되지 못했다.


앞뒤 다를 수 있는 처세도 장착하지 못했고, 힘없고 약한 아이들을 이용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딱 어디 가서 수도나 해야 할 캐릭터였다.


말로 다 풀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카오스 에코를 소개합니다.


돼지 아들은 거친 아이들 무리와 어울리지 못했고, 따돌림을 당하는 아이들을 챙기다 같이 지쳐갔다.


은근히 따돌리는 걸 교사들은 알 수 없었고, 지능이 낮은 친구의 간식을 뺏어먹는 것도 알 수 없었다.

지능이 낮았던 친구는 행복한 아이로 누군가를 미워하는 감정이 없는 아이였고, 돼지 아들은 그 아이 대신 화를 품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마음에는 분노가 쌓였고, 함께 같은 공간에 있기 힘들어 하며 교실을 이탈해 화장실에 숨어 모든 수업을 거부하기에 이르렀다.


학교에서는 돼지 아들의 수업 불참을 두고 유급 경고가 왔다.


물론 이 같은 모든 일들은 돼지 아들 자퇴 후 시간이 꽤 지난 후에야 알게 된 사실들이다.


자퇴는 스스로 결정했다.


내가 자퇴를 원한다는 아이와 대화를 나누나 팔목부터 어깨까지 수 백번을 그어 놓은 자해 흔적을 발견한 건 기적과 같은 순간이었다.


그 즈음, 지방에서 지인의 조카가 우울증으로 15층 아파트에서 투신을 했다.


돼지 아들과 같은 또래 남자 아이였다.


역시, 다시 떠올려도 아찔한 순간이다.

돼지 아들을 잃은 듯한 감정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2년 동안 헤아릴 수 없는 순간들이 크고 작은 상흔들을 남기며, 오늘에 이르게 했다.


오늘은 이만 안녕하고... 다시 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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