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뒤에서 청년 한 명이 쭈그리고 앉아 누군가와 말을 하고 있다. 가로등 바로 아래서 있어 골목으로 들어설 때부터 눈에 들어왔다. 뭔가 말을 하다 말고 손에 있는 걸 뜯어 차 쪽으로 던진다. 그리고 다시 말을 한다.
어둡기는 했지만 선명하게 보았다. 얼굴의 모든 근육을 사용하며 함박 미소를 띠고 있는 청년을. 흰색 자동차 아래는 삼색 아깽이가 바닥에 던져진 뭔가를 주워 먹고 있다. 작은 머리를 아래위로 움직이며 먹는 모습이 마치 말을 알아듣고 대답을 해주는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아는 고양이냐고 물었다. 아니 처음 봤는데 도망가지 않고 차 밑에서 자길 쳐다보길래 냉장고에 있던 닭가슴살이 생각나 가져다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길고양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하다고 한다. 그건 아마 인상이 좋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해줬다.
동물들은 착한 사람을 딱 알아본다고. 아 그래요? 살짝 눈이 커지며 놀라는 표정으로 날 보면서도 손으로 닭가슴살을 뜯어 차 밑으로 던진다. 좋은 일 한다고 복 받을 거라고 하고 일이 바빠 자리를 떠났다.
길고양이를 싫어하다 미워하고 죽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좋아하고 안쓰럽고 보호해주고 싶은 사람도 있고, 아무 편견 없이 길고양이를 대하는 저런 청년도 있다. 청년이 캣맘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길친(길고양이친구)는 될 것 같아 보인다.
저 아이에게 받는 좋은 경험으로 평생 길고양이 대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자신의 아들 딸에게 길고양이는 착한 사람을 알아보고 다가온다라고 말해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아빠를 둔 아이들에게 길고양이는 더 이상 혐오나 편견이 대상이 아닐 거라고 믿는다.
그래 그렇게 바뀌면 되는 거다. 그렇게 바뀌는 속도가 손톱이 살을 뚫고 나오는 눈으로 볼 수 없는 속도라도 괜찮다. 바뀔 수만 있다만... 기다릴 수 있다.
#함께살아요
#우리가주류
#고마운청년
#모두늙어서죽었으면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