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20분. 인적이 끊긴 아파트 단지 안 마당. 교복을 입은 학생이 쪼그리고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러지라는 생각하기도 전에 눈에 띈 것은 카오스 한 마리. 학생은 바닥에 앉아 있는 카오스를 손으로 쓰다듬는 중이었다.
학생에서 몸을 맡기고 있는 카오스는 한 번 본 적이 있는 아이였다. 혹시나 하고 말을 걸어봤다.
- 밥 주는 아이인가 봐요?
- 아니요 처음 보는데 자꾸 울어서 물 떠다 줬는데 안 먹네요
- 아마 배고파서 그럴 거예요. 뭐 좀 먹고 나야 물을 먹을 거예요
캔 하나 까주면서 학생과 몇 마디 주고받아 보니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였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귀가 잘린 것은 중성화 수술을 했다는 표시로 누군가 돌보는 사람이 있는 고양이 같다거나 고양이는 영역 동물이라서 태어난 동네에서 평생을 산다. 등등. 그러다가 길에서 사는 고양이는 2-3년 정도 밖에 못 산다는 말 끝에 학생이 내게 물었다.
- 집으로 데려가도요?
- 아뇨 집에 가면 15년 이상은 살죠
- 아~
얼굴 표정은 못 봤지만 짧은 감탄사에서 묻어 있는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뭔가 이야기를 더 해주고 싶었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다. 새벽 시간은 너무 빨리 가고 일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그저 아이가 캔을 다 먹으면 그릇 좀 치워달라는 말과 함께 고맙다 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얼굴도 모르는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바로 그 학생의 부모님에게. 최소한 아이에게 생명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는 일을 하지 않으셨을 테니 말이다.그래 이 정도라도 충분하다. 최소한 저 학생은 다른 생명에 대해 호감과 배려심이 있는 어른이 될테니까.
** 학생 만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쯤 20대 중반이 되었겠네요. 아마도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멋진 20대가 되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