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십 즈음에 — 행복에 대하여

by 허당 언니

� 오십 즈음에 — 행복에 대하여

오십이 되었다.

그런데도 아직 내 삶이 청춘일 거라 믿고 있는 나를 보면,

이건 철이 없는 걸까, 아니면 아직도 무언가를 꿈꾸고 있다는 증거일까.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며, 마음만은 여전히 젊다고 말하지만

거울 속의 나는 어느새 귀밑에 하얀 머리카락을 품고 있다.

“후회 없이 살아보자.”

그런 마음으로 하고 싶은 건 다 해보며 살아왔다.

일도, 여행도, 사람도, 도전도.

그런데도 돌아보면, 왜 이렇게 후회가 많은 걸까.

놓친 기회들, 더 잘할 수 있었던 순간들,

말하지 못한 마음들, 지나쳐버린 감정들.

후회는 늘 뒤늦게 찾아와

조용히 마음 한구석을 흔든다.

내 삶을 들여다보면,

참 보잘것없어 보인다.

크게 이룬 것도 없고,

높은 자리에 있는 것도 아니며,

아이들을 다 키워낸 것도 아니다.

그저 그런 위치,

그저 그런 나.

못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특별히 잘난 것도 아닌

그저 그런 사람으로 살아왔다.

하루하루를 버텨내며

아이들의 하잘것없는 말에 웃고,

그 웃음에 한숨이 녹아내릴 때

이 순간이 감사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이게 진짜 행복인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행복이란 게 뭘까.

후회 없이 산다는 건 어떤 삶일까.

반평생을 살아왔지만

그 답은 여전히 흐릿하다.

회사에 다니고 있음에 감사하면서도

내 하루의 1/3을 회사에 바치는 삶이

과연 의미 있는 걸까.

지금 그만두면,

나는 무엇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그 일이 생계를 유지해줄 수 있을까?

지금 시작하는 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표면적으로는 평화롭다.

남편과 맞벌이를 하고,

아이들은 학교 잘 다니고,

가족은 건강하다.

모두가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내 속은 늘 시끄럽다.

조용한 밤에도, 바쁜 낮에도

내면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잘 살았던 걸까?”

“벌써 오십인데, 한 게 없잖아.”

“앞으로 뭘 하며 살아야 하지?”

“지금 좋아하는 걸 한다고,

어떻게 벌어먹고 살 건데?”

“지금 시작하는 거, 늦지 않았어?”

속에서 꿈틀거리는 질문들이

쉼 없이 말을 건넨다.

그 질문들은 때로는 나를 괴롭히고,

때로는 나를 일으켜 세운다.

나는 건강하고,

하루 세 끼 잘 먹고,

가족들도 건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마치고

하루에 잠깐,

하늘을 바라보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삶을

원했는데

이게 행복한 삶인지

아직도 아리까리하다.

행복은 순간의 감정일까,

지속적인 상태일까,

아니면 그냥 내가 그렇게 믿기로 한 마음의 자세일까.

누군가는 높은 자리에,

누군가는 창업에 성공하고

누군가는 엑시트에 성공했지만

그들이 모두 행복해 보이진 않았다.

성공이 곧 행복은 아니었다.

그들의 삶에도

나처럼 조용한 질문들이 있었을 것이다.

행복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고 말하지만

오십 년의 세월은

참 빠르게 지나갔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무엇을 남겼을까.

귀밑 하얀머리,

바람에 실어 보내고 싶다.

지나온 날들의 무게를

저녁 바람에 맡기고 싶다.

그리고 다시,

가벼운 마음으로

내일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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