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새라의 하얀 돌

LEON ~ MAZARIFE, 23th Day

by 이작


도시의 밤은 어디나 똑같다. 덥고 시끄럽고 습하다. 밤이 깊도록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다. 옆자리의 팻도 잠을 설치는 모습이다. 난 결국 자는 둥 마는 둥 땀을 흠뻑 뒤집어 쓰고 일어나 버렸다. 더 이상 잠을 자는 것은 힘들것 같아서 새벽부터 길을 나서기로 한다. 많은 순례자들이 나와같이 뒤척이다 짐을 싸서 나가는 것이 보인다.

이 거대도시는 우리를 쉽게 놔주지 않는다. 도시 내에서 몇 번씩 길을 잃었지만 그때마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나타나 방향을 바로잡아 주곤 한다. 마치 군영을 이루는 작은 물고기들이 작은 자극에도 쉽게 방향을 바꾸듯 한 시간을 넘게 헤멘 후에야 도시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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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팻 일행을 따라 걸으며 답도 나오지 않는 생각들에 잠긴다. 팻은 걷는도중 산속으로 이어지는 다른 추천 길을 선택하여 방향을 잡았고 난 그 뒤를 말없이 따랐다. 이기적이었지만 단지 내 시간을 오롯이 갖고 싶었다. 앞으로 지날 길에서 영적인 의미가 크다는 철십자가에 아버지의 장갑을 두기로 한 이후 마음이 다시 무겁다. 이곳에서는 보통 고향에서 가져온 돌을 놓아두는 풍습이 있다. 본인의 짐을 내려놓는 의미다. 이런 생각을 하니 머리속이 복잡하다. 며칠 안에 다다를 그 곳이 점점 큰 의미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아버지가 함께 왔다면 그곳을 좋아하셨을까? 장갑을 그곳에 놓는 것이 의미가 있긴 한 걸까? 복잡한 생각은 하루를 짧게 잘랐다. 어느새 오늘 목표로 한 마을이었고, 여태껏 처럼 역시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숙소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는데 새라가 다가와 엄지손가락 한 마디 만한 하얀 돌멩이를 건넨다. 어제 잠깐 이야기 했던, 새라가 집 주변의 산에서 골라 온 그 돌이라고 한다. 팻과 새라는 각각 하나씩의 돌을 챙겨 왔었는데 나의 이야기를 듣고 하나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내가 원한다면 집으로 돌아갈 때 추억으로 가져가거나 혹은 철십자가에 두고 와도 괜찮다고 한다. 살짝 눈물이 고인다. 슬픈 걸까? 기쁜 걸까? 그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지만 그 안의 감정은 정의할 수 없었다. 난 밤 늦게까지 돌을 꺼내 들고 누워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잠이 들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