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TORGA ~ RABANAL, 25th Day
아침 일찍 다시 팻 일행과 함께 출발했다. 아스토르가의 시내를 거쳐 지나가는 새벽. 길 옆으로 가우디의 위용이 다시 한번 빛난다. 이른 새벽 가우디의 주교궁은 조명을 받아 더욱 푸르고 냉정하다. 다른 성들의 따뜻한 분위기와는 대조를 이루는 이미지다. 새벽빛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정원에서 독수리머리의 석상과 다시한번 눈이 마주쳤다. 이 새벽에도 두 눈을 부릅뜨고 정원을 지키고 있다. 어제 내 들뜬 마음에 반응을 보이지 않던 팻 일행도 그 건물 앞에서는 쉽게 발을 떼지 못했다.
오늘은 산이 없고 평탄한 길이다. 아스팔트길을 지나 비포장 시골길로 접어들면 사방에 어느새 익어버린 복분자들이 가득 달려 있다. 모두 복분자를 껌처럼 씹으며 걷는다. 엘간소(EL GANSO)라는 마을에서는 카우보이 카페에 들러 잠시 동안 순례자가 아닌 여행자처럼 카우보이 기분도 내 본다.
하지만 마음속은 복잡하다. 어제 닿아있던 생각이 오늘은 하루 종일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내일이 바로 철십자가를 만날 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는지 마음속이 시끄럽다. 팻은 다시 한번 일행들에게 묻는다. 그곳에서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기도 할 것인지. 하지만 머릿속은 정리되지 않고 복잡했다. 계획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을 읽은 팻 일행이 내일 함께 해주겠다고 한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내일은 철십자가가 있는 곳까지 1,500미터의 높이를 올라야 해서 모두 아침 일찍 일어나 함께 출발 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