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야기 3) 하키보이의 풋볼 도전기 1

하키맘의 한국 미국 아이스하키 체험기

by JA

한국에서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며 처음 아이스하키를 시작한 영진이는 미국에 와서도 계속해서 하키를 했다.


런투스케이트로 누구나 쉽게 아이스하키의 길로


미국 대부분의 도시는 런투스케이트(Learn to Skate)라는 스케이트 입문 프로그램이 있는데 영진이도 미국에 와 런투스케이트부터 다시 시작했다.


한국에서 6개월간 아이스하키의 기본을 배웠지만 말 그대로 기본이었고 미국에서의 하키는 처음이었기에 일단 동네 아이스링크장에 가서 가장 기본인 런투스케이트 과정에 등록했던 것이다.

런투스케이트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가족들
켄터키는 런투스케이트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스하키를 처음 시도해 보는 아이들에게 거의 공짜에 가까운 가격에 장비를 제공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런투스케이트 과정이 끝나면 팀에 들어갈 수 있다.


켄터키주 렉싱턴시의 유스하키팀은 서러브레드 동네팀 하나뿐이었고 트라이아웃이라 불리는 테스트를 거치지 않고 바로 팀에 들어갈 수 있었다.


켄터키에서 만난 하키하는 5학년 동현이 형과 초등학교 3학년 영진이
미국 북부에서 더 유명한 아이스하키


한국에서 아이스하키를 하는 친구들이 미국에 올 때 고려해야 할 점은 미국은 지역에 따라 아이스링크나 코치 혹은 하키 선수의 수요와 공급이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켄터키주 렉싱턴-파예트 도심 인구는 2024년 기준 34만 7,000명이고 2019년 영진이가 아이스하키팀에 들어갔을 당시 또래 팀(2009, 2010년생이 한 팀으로 9살과 10살 팀을 지칭하는 스쿼트팀에 들어감)은 하나밖에 없었다.


2020년 이사가게 된 위스콘신주 맥팔랜드(2024년 기준 9,676명의 작은 동네)에는 스파르탄(Spartan)이라는 팀이 있었다. 작은 동네임에도 아이스하키를 하는 또래들이 많아 A, B, C팀으로 나뉘었고 주변에 올림픽 사이즈 링크장을 갖춘 동네팀들이 많아 주말마다 옆 동네와 경기를 하며 아이스하키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2021년 맥팔랜드 피위팀-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하고 경기를 진행, 코치 전부가 아빠들이었음

영진이는 위스콘신에서 9살과 10살로 구성된 스쿼트(Squirt)팀과 11살 12살로 구성된 피위(Peewee)를 거쳐 13살 14살로 구성된 반탐(Bantam) 팀까지 4년에 걸쳐 스파르탄(맥팔랜드 동네의 스포츠 팀 이름) 선수 생활을 했다.


올해 24년 이사 온 텍사스주 샌안토니오는 24년 기준, 인구 2,49만 1,000명으로 지금까지 거친 도시 중 인구가 가장 많지만 이 큰 도시에 단 하나의 아이스링크만을 갖추고 있으며 아이스하키팀은 동네링크장 하우스팀인 엑스칼리버, 트래블팀인 주니어 램피지와 Coast to Coast(홈스쿨링과 아이스하키 교육을 동시에 제공하는)라는 전문적인 팀, 이렇게 세 팀으로 도시 인구 대비 아이스하키 인구가 적은 편이다.


영진이는 트라이아웃을 거쳐 엑스칼리버보다 조금 더 실력이 나은 트래블팀 주니어램피지 반탐팀에 들어갔으나 위스콘신 동네팀보다 공식적 하키 레벨은 낮다. (보통 또래팀은 태어난 연도를 기준으로 두 개년씩 붙여 나누는데 24년 현재 영진이 하키팀은 2010년생과 2011년생으로 이루어졌고, 14살 이하 나이로 구성된 이 팀은 14U라고 부르거나 반탐이라고 부른다. 다음 시즌의 경우 선수 수에 따라 고등학교 팀이나 16U팀으로 나뉘게 될 것이다.)


미네소타, 미시간, 뉴욕, 위슨콘신 혹은 매사추세츠나 코네티컷 등과 같이 북쪽의 추운 지역은 아이스하키 인기가 많고 선수들의 실력도 뛰어나지만 이곳 텍사스 샌안토니오는 인기도 없고 선수들의 실력도 떨어져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하키를 하고자 하면 더 큰 도시로 유학을 가기도 한다.

2023년 State tournament에 진출해 우승한 영진이의 Spartan Peewee B팀
텍사스의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 풋볼


물론 텍사스주 달라스에 달라스 스타스(Dallas Stars)라고 하는 NHL팀이 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나 텍사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는 사실상 미식축구(풋볼)다.


물론 전에 다니던 위스콘신 학교에서도 풋볼은 사랑받는 스포츠 중 하나였고 특히 고등학교 풋볼 경기가 열리면 많은 동네 사람들이 표를 사서 가는 큰 이벤트였지만, 하키 경기 역시 풋볼만큼 사랑을 받았다. 또한 작은 동네였기에 하키팀의 에이스 선수 거의 대부분이 풋볼을 했고 사실상 하키와 풋볼은 거의 비슷하게 중요했고 사랑을 받았다.


그렇지만 텍사스 샌안토니오에서 아이스하키는 위스콘신과는 다르게 거의 주목받지 못하는 스포츠이기도 하고 심지어 샌안토니오에 유스아이스하키팀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상황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의 유스 아이스하키 환경


한국은 현재 신생 아이스하키팀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23년 기준 아이스하키팀을 가지고 있는 고등학교는 경기, 경복, 경성, 광성, 중동고로 5개 학교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위태롭다.(중동고의 경우 23년부터 해체 수순을 밟고 있고 24년 현재 해체 반대 서명을 받기도 했다.) 이전에 선덕고, 신송고, 보성고의 하키팀이 더 있었지만 해체되었다.


대학의 경우도 39년 역사의 한양대팀 해체(22년)로 연세대, 고려대, 광운대, 경희대 4개 대학팀만 남아있고, 실업팀의 경우 대명 킬러웨일즈 해체(21년), 하이원 아이스하키단 해체(23년)로 HL안양 아이스하키단만 남아있다. 한 개 팀만 남아있으니 국내에서 리그 진행이 가능할리 만무하다.


물론 지금까지는 코로나의 영향도 적지 않았을 것이고, 하키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겠지만 앞으로는 다를 것으로 본다.


한국 국가대표 아이스하키팀의 성적은 2024년 5월 31일 IIHF(남자아이스하키세계선수권대회) 세계랭킹 19위로 생각만큼 높지 않다. 그렇지만 2018년 평창올림픽과 더불어 남자아이스하키는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더 많은 꿈나무들이 아이스하키에 도전하고 있기에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더 많은 어린 친구들이 하키를 배우고 있고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이 아이들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하키를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리라 본다.


마을 전부가 참여하는 미국 스포츠 교육


미국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또래를 나누고 또래 중에서는 레벨을 나눠 실력이 비슷비슷한 팀들과 많은 경기를 해볼 수 있는데 대부분이 시즌별로 매니저를 맡게 된 부모와 코치 및 하키 단체 임원들의 자발적인 상의와 조율로 진행된다.


경기 중 페널티 박스를 지키고 점수를 기록하거나 게임의 시간을 조작하는 것, 노래를 틀어 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모든 일이 부모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다.


작은 동네 링크장의 경우 시즌별로 꼭 이행해야 하는 봉사활동 시간이 있어 매점에서 일을 하거나, 퍼블릭 스케이트 시간에 가서 캐셔일을 하기도 하고 시간이 없는 사람은 돈을 내서 봉사활동을 때울 수도 있다.


거의 모든 봉사활동은 매뉴얼화되어있어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쉽게 배울 수 있다.


한국 아이스하키 인구가 늘고 있다고 해도 또래 경기를 매주 뛸 수 있을 정도의 링크나 선수 여건은 안된다. 물론 한국의 장점도 분명히 있었다.


한국과 미국 아이스하키팀의 장단점 비교


내가 경험했던 거의 대부분의 한국 유스하키팀은 학원 개념을 가지고 연중 쉼 없이 돌아갔다. 부모가 봉사활동을 해야 하거나 코칭을 도맡아야 했던 곳도 없었다.


또한 한국이 가진 가장 좋은 장점은 기본기를 탄탄하게 가르치는 일정 실력 이상의 코치진을 가졌다는 점이다. 내가 한국에서 만난 대부분의 코치진은 국가대표 경험이 있었고 아이들은 어느 팀에서나 질 좋은 코칭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거의 모든 하키팀의 경우 동네 하키팀에서 비어리그(Beer league는 실제 맥주를 마시면서 경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아마추어 성인리그를 통칭하는 말로 예전에 술집이 보통 재정적 후원을 했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를 뛰는 아빠들이 코칭을 맡는다.


운 좋으면 추신수 선수 같은 메이저리거 아빠코치를 경험할 수 있기도 하다. 물론 고등학교 코치는 선수 중에 뽑는 경우가 있기도 하지만, 한국처럼 국가대표에게 배울 수 있는 경우는 하늘의 별따기 정도로 어렵고 비싸다.


그럼에도 실력이 그리 좋지 않은 비어리그를 뛰는 배 나온 아빠 코치와 부모 실무진이 이끌어 나가는 미국 동네 하키팀의 장점은 모든 가족이 편하면서 가볍고 그렇지만 진지하게 하키에 임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팀에 어느 정도의 책임을 짊어지고 직접적으로 참여하며 강한 소속감을 가지게 된다. 경기가 있는 날이면 내가 사는 동네 팀의 이름이 새겨진 모자와 옷을 입고 다니고 팀의 재정을 위해 기금모음 피자파티, 선물추첨 표 팔기 등의 이벤트를 진행하고 동네 사람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영진이 새 팀 주니어 램피지의 첫 경기


하키보이의 새로운 도전


24년 7월 텍사스 샌안토니오로 이사와 주니어램피지라는 아이스하키 트래블 팀에 들어가게 된 영진이는 올해는 미식축구(풋볼)라는 새로운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 샌안토니오는 위스콘신 맥팔랜드와 달리 학교 내에 아이스하키팀이 없는데 반해 풋볼은 정식 학교팀이 있고 텍사스의 메인 스포츠기도 하기에 한번 시도해 보겠다고 했다. 풋볼룰을 하나도 모르는 부모입장에서도 미국의 가장 사랑받는 스포츠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었다.


이사오자마자 중학교 마지막 학년인 8학년에 들어가 아는 친구 하나 없이 어색하게 시작한 새 학교 첫날, 풋볼 연습도 시작되었다. 다음화에는 텍사스 샌안토니오의 체육교육과 영진이의 풋볼 도전기를 올려보고자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