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글. 둘 중에 어떤 것이 강할까? 아마 이제는 많은 이들이 유튜브라고 말할 것이다. 실제로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통계 자료도 있다. 2024년 하반기 기준으로 대한민국에서 유튜브의 일일 활성 이용자 수는 약 2,998만 명이며, 1인당 평균 사용 시간은 139.37분에 달했다. 하루에 2시간 이상이라니, 빨래나 설거지를 할 때 잠깐 영상을 틀어놓는 시간을 포함한다고 해도 어마무시한 시간이다. 그만큼 유튜브의 중독성은 일반적인 글보다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그러나 필자는 글이 유튜브보다 더 강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글에는 유튜브를 이기는 압도적인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우선 전지전능한 챗GPT의 힘을 빌려 글의 강점을 알아보자.
1️⃣ 영속성(永續性) – 말과 영상은 순간적이지만, 글은 기록으로 남아 오랫동안 유지됨.
2️⃣ 정보 밀도 – 같은 내용이라도 글이 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음.
3️⃣ 검색 용이성 – 글은 검색 엔진에서 쉽게 찾을 수 있어 정보 접근성이 뛰어남.
4️⃣ 자기 속도로 소비 가능 – 영상은 정해진 속도로 봐야 하지만, 글은 개인의 속도에 맞춰 읽고 이해할 수 있음.
5️⃣ 상상력 자극 – 글을 읽을 때 독자가 직접 상상하며 더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
6️⃣ 편집과 수정 용이 – 영상보다 글은 수정이 간편해 오류를 빠르게 수정할 수 있음.
7️⃣ 저장 및 공유의 편리함 – 글은 용량이 적어 쉽게 저장하고 공유할 수 있음.
8️⃣ 배경 소음 없이 집중 가능 – 영상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요구하지만, 글은 조용한 환경에서도 집중할 수 있음.
�� 유튜브가 강력한 미디어 도구이긴 하지만, 깊이 있는 정보 전달과 보존 측면에서는 여전히 글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
... 그만 알아보자. 하나하나 다 지금에 와서는 의미 없는 주장이다. 조목조목, 유튜브 측에서 반박을 달아보자.
1️⃣ 영속성(永續性) – 데이터 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IMF 시절의 뉴스 영상도, 이승만의 연설도 찾아볼 수가 있다. 역사책에나 해당하는 고리타분한 이야기에나 해당되는 장점일 뿐이다.
2️⃣ 정보 밀도 –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귀중한 정보가 유튜브에 널려있는 걸 생각하면 밀도는 딱히 중요하지가 않다.
3️⃣ 검색 용이성 – 요새는 유튜브 생산자가 다양해서 유튜브에 검색해도 어지간한 건 다 나온다. 더 쉽게 설명해주기도 하고.
4️⃣ 자기 속도로 소비 가능 – 영상도 15초 뒤로 감기랑 재생 속도 변경이 있다. 어느 정도 커스텀이 가능하다.
5️⃣ 상상력 자극 –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상상 이상으로 더 현실감 있는 CG를 좋아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해리포터 영화나 마블 영화처럼 판타지 CG로 가득한 영화가 흥행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6️⃣ 편집과 수정 용이 – 옳은 말이다. 그러나 이 장점보다 유튜브의 장점이 더 강하다. 같은 뉴스여도 온라인 글로 보는 사람보다 유튜브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가.
7️⃣ 저장 및 공유의 편리함 – 데이터 연결 되면 글이나 유튜브나 저장할 필요는 없고, 공유는 요새 링크 딸깍이면 된다.
8️⃣ 배경 소음 없이 집중 가능 – 헤드폰 낀 유튜브가 안 끼고 글 읽을 때보다 집중이 더 잘 된다. 요새 노이즈 캔슬링도 되고.
이 정도 되면 글이 유튜브보다 강한 이유는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물론 글만의 강점은 있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른 종류의 강함이 아닌, 순수하게 같은 종류의 힘의 비교다. 그리고 이 장점에 있어서 글은 유튜브를 그냥 뛰어넘는 것이 아니라 - 압도한다.
답은 속도다.
글은 작성하는 속도가 유튜브에 비해 압도적으로 빠르다. 10분 영상에 유튜브는 컷 편집에 자막만 달아도 빨라야 2시간, 전문가가 아니면 5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많으니까. 거기에 아이디어나 콘텐츠를 짜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24시간을 넘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필자가 말하고 싶은 속도는 단순히 제작에 걸리는 속도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확산되는 속도다.
인터넷상에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있다. 제각기 다른 목적과 특징을 가졌지만, 커뮤니티에 소속된 사람은 초기 창립 멤버 수준이 아니면 대부분 자발적으로 그 커뮤니티를 선택해서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만큼 자신의 의견과 성향에 맞는 커뮤니티를 선택하고 비슷한 생각을 공유한다.
나와 같은 의견은 듣기에 거슬리지 않고 반대 의견은 거슬린다.
나와 같은 의견은 좋아요와 댓글을 받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된다.
이렇게 인터넷 커뮤니티 내에서 특정 의견이 증폭되는 현상을 반향실 효과, 혹은 에코 챔버 효과라고 한다. 반향실 효과는 인간의 확증 편향이라는 본능적 특성에 의해 필연적으로 일어나기에 억지로 막기가 힘들다. 그 결과 동시 접속자 수에서 유튜브에 압도적으로 밀리는 커뮤니티 안에서도 유튜브 영상 하나 만들 시간이면 이미 몇몇 의견들이 다수의 지지를 받아 인기글이 되어있다.
거기에 한 가지 더. 유튜브에서 시장의 특성이 발동한다. 수없이 많은 영상이 계속 쏟아져서 경쟁이 나날이 심해지는 레드 오션. 그러다 보니 유튜버들은 모두 한 번씩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커뮤니티를 보게 된다. 유튜브처럼 많지는 않아도 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여러 글 중에서 가장 추천 수가 많은 글이 보인다. 다른 말로, 재미가 이미 검증된 콘텐츠가 있는 것이다. 안 쓸 이유가 없다.
쇼츠로 이미지랑 섞어서 가볍게 정보 전달만 할 수도 있다. 얼굴에 자신(?)이 있다면 반응 영상으로 웃음을 줄 수도 있고. 전문적이 지식이 있다면 분석하는 영상을 만들 수도 있다. 아이디어 걱정은 없다. 어차피 커뮤티니에서는 계속해서 재밌는 글들이 무한대로 생겨나니까.
그런데 확산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명한 유튜버의 영상이라면 그 자체로도 파급력이 크고, 혹은 연예인이 보고서 팬들에게 소감을 말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그러면 언론을 통해 소식을 접한 사람들도 다시 유튜브 영상이나 원본 글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순환이 여러 번 돌면 하나의 글에서 만들어진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이 수십만, 수백만까지도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콘텐츠는 악의적이거나 혐오를 담을수록 더욱 잘 퍼질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뇌과학적으로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보다 분노, 공포, 혐오 같은 강한 부정적 감정에 더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선사 시대 때부터 다시 부정적인 일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진 뇌의 본능적인 메커니즘이다. 거기에 나날이 유튜브에 나오는 여러 자극에 노출되는 우리의 뇌는 더욱 강한 자극을 찾는다. 그 결과 평범하고 건전한 콘텐츠보다 더 극단적이고 강한 의견을 주목하게 된다.
무서운 점은 이 순환에는 의도성이 없다는 것이다. 순수하게 각자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으로 인해 이루어지는 결과다. 그렇기에 더욱 파급력이 예측이 안 된다. 글의 진실성이나 전문성과는 전혀 관련 없이 일어날 수 있고, 순환 과정에서 온갖 정보가 살을 붙여 처음 내용과 완전히 다른 내용이 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과정이 단 하나의 악의적인 글에서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의 힘은 유튜브가 강해질수록 같이 강해진다. 마치 마블 영화에 나오는 베놈처럼 말이다. 주인공이 강해질수록 사람을 잡아먹는 베놈의 힘이 커지듯이, 유튜브의 힘이 커질수록 그 유튜브가 퍼 나르는 글의 힘도 커진다. 이런 악순환을 막기 위한 방법은 커뮤니티를 닫거나, 유튜브를 차단하거나... 에이, 말도 안 되는 방법들 뿐이다. 개인의 자유를 존중해야지. 그리고 막으려고 한다고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힘을 막을 수 없기도 하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는 법이다. 우리가 아무리 이 악순환을 막으려고 해도 결국 유튜브를 통해 계속 퍼질 것이다. 그렇지만 그 손바닥으로 우리 눈을 가릴 수는 있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말도 있지만, 적어도 세상의 악의 - 그것도 자극적이고 어그로를 끌도록 편집된 악의를 굳이 볼 필요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