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의 역사 1 : 알코올 중독

by 생각하는뇌

게임 중독이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먼저 다른 중독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인정되었는지 그 사례를 통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중독으로 인정된 경우가 적은 만큼, 이전에 중독이 어떤 방식을 통해 인정되었는지를 그 역사적인 흐름을 살펴보면 게임 중독이 인정되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WHO에서 인정된 중독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물질 중독. 여기에는 알코올(술) 사용 장애, 니코틴(담배) 사용 장애, 마약류(오피오이드, 코카인, 암페타민, 대마 등) 사용 장애, 기타 약물(진정제, 수면제, 흡입제 등) 사용 장애가 있다. 두 번째로는 행위 중독이 있다. 여기에는 도박 장애, 그리고 게임 중독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도박 장애와 게임 중독 둘 모두가 이번 ICD-11부터 인정된 항목이고, 그 전에는 인정받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전부터 인정된 물질 중독에 대해 살펴보고, 이후 행동 중독인 도박 장애를 살펴보면 동일하게 이번부터 인정된 게임 중독에 대한 판단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가장 보편적으로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는 알코올에 대해서 알아보자.


알코올 중독은 사실 가장 흔한 주제이다. 이미 술은 기원 전 7000년부터 존재했고, 조선시대에도 막걸리(혹은 탁주)는 노동에 지친 우리 농민들의 피로를 풀어주는 존재였다. 서양에서도 맥주나 와인의 역사는 기원 전부터 이어진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곡물이나 과일을 이용한 술은 일반적으로 자연 발효를 통해 만들어졌고, 그 결과 이후에 나올 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도수(약 5-15도)를 가지고 있다.


아마 이 때 당시에는 알코올 중독이라는 것 자체를 이해를 못 했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도수가 약해 너무 깊게 취해서 몸을 못 가누는 경우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거기에 과일이나 곡물을 이용한 술은 당 성분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 당은 해독 작용을 담당하는 간에 에너지를 공급해 술의 분해를 더욱 돕는다. 따라서 당시에 알코올 중독에 대한 기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알코올 중독에 빠진 경우도 그리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도수가 본격적으로 높아지기 시작한 시기는 대략 8~9세기경 아랍 지역이다. 당시 아랍의 연금술사들이 의학과 화학 실험을 위해 알코올 증류법을 개발했고, 이 기술이 유럽과 동아시아로 전파되면서 도수가 30도 이상인 소주, 위스키, 브랜디, 보드카 등 다양한 술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고려시대 원나라를 통해 증류수인 소주가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술의 종류는 더욱 다양해졌고, 전 계층을 가리지 않고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되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알코올을 남용하는 것이 문제인지 18세기가 되기 전까지 알지를 못 했다. 18세기 중반부터 산업혁명으로 인해 급속도로 사회가 변화하였다. 그 흐름 속에서 1차 산업 위주의 산업 구조는 2차 산업으로 변화하게 되었고, 제조업이 성행했지만 동시에 공장의 부품으로 취급되던 노동자들의 애환은 커져만 갔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고통을 달래주는 것은 도수 높은 술이었다. 산업혁명 이후 70년 동안 성인 한명당 알코올 연간 소비량이 15ℓ에서 35ℓ로 2배 이상 증가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1819년, 독일의 한 의사인 크리스토프 빌헬름 프리드리히 후펠란트(CW Hufeland, 1762-1836)는 환자를 대하는 과정에서 관찰을 통해 술을 남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후펠란트가 정리한 내용을 보면 다음 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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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실험 방법론이 제대로 규정되지 않았던 때에 진료를 통해서만 이런 관찰을 해냈던 것이다. 거기에다가 단순히 원인을 알코올로 삼고 의사가 관찰할 수 있는 신체적인 부분에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사회적인 공공 보건적인 입장에서도 통찰력을 보인 것이 굉장히 뛰어나다.


이렇게 모든 상황을 파악한 그는 술로 인해 일상생활을 지속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이런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Dypsomania라는 말을 썼는데, 이것이 "알코올 중독"을 지칭하는 첫 용어였다. '갈증'을 뜻하는 dípsa(δίψα)와 '광기', '강박'을 뜻하는 -mania(μανία)가 합쳐진 단어였다. 이후 스웨덴의 의사 Magnus Huss가 1852년 출판물에서 알코올의 전신적 부작용을 설명하기 위해 "알코올 중독"이라고 직접적인 용어를 처음 사용하며 현재까지도 계속 알코올 중독이라는 이름으로 이 질병을 부르고 있다.


이렇게 알코올 중독에 대한 사실이 널리 퍼지니 1910년대와 1920년대에 금주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들어났고, 북미와 북유럽 많은 국가들은 금주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간경변과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사망률이 적게는 10%, 많게는 30%까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WHO는 이런 결과들을 모두 종합해 1951년에 알코올 중독을 공식 질병으로 규정하였다.


그렇다면 마약이나 담배는 어떠할까? 다음에는 그 중독들에 대해서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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