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중독에 대해 언제부터 주요 쟁점이 있었을까? 가장 좋은 것은 게임 중독에 관해 사람들이 얼마나 열띤 토론을 했는지 알아보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구글 트렌드를 사용해 검색량의 변화 추이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비록 구글 트렌드가 절대적 검색량 미제공, 2010년 이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사이의 인터넷 접근률 차이로 인한 샘플링 오류, TV·신문이 주류였던 시기의 사회적 담론 추적에 한계가 있다고는 하지만 최신 문화인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하는데에 있어서는 이 데이터가 유용할 것이다.
방법에 대해 설명하면, 구글 트렌드는 전체 기간 중 검색량이 가장 많은 시기를 100으로 놓고, 그 외 다른 시기의 검색량을 상대적인 수치로 비교해준다. 물론 이 데이터는 2004년부터만 제공하지만, 나름대로 시대적인 게임 중독에 관한 논의의 흐름을 파악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는 있을 것이다.
먼저 한국부터 살펴보자. 이 중 검색량이 유독 튀어나온 곳을 보면 2005년 6월(39), 2010년 11월(100), 2013년 11월(35), 2019년 5월(39)이었다.
2005년 6월은 사실 정확히 꼽기가 힘들다. 아직 스마트폰도 없어서 인터넷이 완전히 주류 검색 매체로 자리잡지 못 한 상황이었고, 리니지(1998) 이후 메이플스토리(2003), 카트라이더(2004), 던전앤파이터(2005) 같은 다양한 국민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던 시기였다. PC방 문화가 정착되고 초고속 인터넷이 보급되며 다양한 온라인 게임이 대중화되며 게임 이용자 수가 급증하던 시기였고, 그런 상황 속에서 2005년 5월에는 게임 과몰입으로 아기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여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셧다운제 논의가 이 때 시작된 것도 이때 언론 및 학부모 단체의 관심이 증폭되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관련해서 검색하다가 당시 PC방의 전원을 내 기자가 직접 쓴 것 같은 브런치북을 발견했다. 흥미가 있다면 링크를 확인하기 바란다(https://brunch.co.kr/brunchbook/shut-off)
2010년 11월은 아무래도 셧다운제에 관한 이야기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당시 부산에서 게임에 중독된 중학생이 엄마를 살해하고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고,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게임 중독에 대한 사회적 공포와 논란이 최고조에 달한 결과 2010년 12월 2일,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셧다운제에 대해 합의하였다.
당시 이 합의 전후로 게임에 규제가 얼마나 필요한지 주장하는 뉴스가 많이 생산되기도 하였다. 실제로 MBC 뉴스데스크에서 유충환 기자가 '게임중독자들의 폭력성 실험'을 위해 PC방에서 전원을 내리는 민폐를 저지르고 이를 그대로 보도한 사건도 2011년 2월 13일로 이 때 부근에 보도된 것이다.
2013년 11월에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 등이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즉 '게임 중독법' 발의했던 사건이 아무래도 검색량이 높아진 원인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물질 및 행위로 규정하고 총리실 산하에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설치하여 관리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2019년 5월은 WHO의 '게임 이용장애' 질병 분류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총회에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이 만장일치로 통과된 사건이 검색량이 높아진 대표적인 이유일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의학계 vs 문화체육관광부+게임 산업계+게임 이용자들 구도로 의견 대립이 첨예하게 나타났고, 대한민국이 이 분류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지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세계 구글 트렌드는 상하로 움직이는 구간이 많아서 좀처럼 분석이 어렵다. 눈에 띄는 곳이라면 2007년 6월(100), 18년 6월(78)일 것이다.
각 시기에 대해 유력한 후보를 하나씩 들면, 아마 다음 사건들이 있을 것이다. 먼저 2007년 6월 부근에는 미국 의학 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 AMA)와 미국 정신의학 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의 논의가 있었다. 미국 의학 협회는 미국 정신의학 협회에 다음 판 국제 진단 및 통계 편람(DSM-V)에 게임 중독을 정식 진단명으로 포함할 것을 고려하도록 권고했고, 이 소식이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며 전 세계적으로 "게임 중독이 정말 질병인가?"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비록 APA는 당시에는 공식적인 정신 질환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이 논의 자체가 당시 게임 중독에 관해 사람들의 담론을 이끌었을 가능성이 있다.
2018년 6월도 비슷하다.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공식 분류하기로 결정한 것은 2019년 5월 제72차 세계보건총회에서였지만, 2018년 6월의 ICD-11의 최종안이 홈페이지에 게재되었을 때 처음 '게임 이용장애(Gaming Disorder)'가 질병으로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6C51'이라는 질병코드가 부여된 이때가 바로 WHO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공식적인 초안을 발표한 시점이라고 볼 수 있고,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게임 중독의 질병 분류에 대한 논의가 있었기에 검색량이 올라갔을 것이다.
대충 시기적으로 보면 이 정도일 것이다. 앞으로의 연구에 있어 이 시기들의 흐름은 논문을 읽어나가거나 뉴스 기사를 읽을 때 그 역사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더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데에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한가지 추가해야할 점이 있다면, KCD의 9차 개정 계획이 2025년 7월, 즉 다음달로 정해져있다는 것이다. KCD는 WHO의 보건분류체계를 우리나라에 맞게 들여오는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WHO의 국제분류체계인 ICD에 맞춰서 KCD를 만드는 만큼 6개월 넘는 정부 공백이 있었다고 해도 그대로 일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어쩌면 다음달이 또다른 검색량의 피크(peak)를 만드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아직은 상상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