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헬스장은 집 앞에 있는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우선 10회만 pt를 등록했다.
나의 첫 트레이너 선생님은 내가 피티가 끝날 때까지 얻은 정보는 이름과 전화번호가 전부였다. 이를 기반으로 추즉해본 결과,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졸업예정자이거나, 그 어디쯤에 있는 트레이너의 경력은 없으나 관장님의 대학교 학생이었다 정도였다.
그래도 꽤 열심히 성실하게 알려주었다. 서로 운동 쉬는 중간에 오고 가는 대화는 없었다.
피티를 받는 내내 이런 분위기가 너무 삭막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흘러서 다른 곳에서 pt를 한번 더 받았을 때는 50분이라는 시간에서의 중간중간 잡담이 너무 많은 게 싫었다.
나는 피티를 한 달 가까이했음에도 개인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주 2회에 pt가 있을 때만 헬스장을 갔었다.
좁은 공간에 개인운동 하는 사람과 pt 하는 사람이 어울려 있어서 눈치도 보였다.
그때쯤, 나는 2번째 퇴사를 하고 나서, 실업급여를 받기 시작했을 때 지원한 한 도서관에 면접을 보고 합격을 했다.
그동안 수많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면접을 보러 다니면서 어느 정도의 느낌이라는 게 생겼다.
대부분 미련 없이 뒤도 안 돌아보고 오는 곳은 합격이었고, 아쉬움과 미련이 남아서 몇 날 며칠 합격자 발표만을 기다리는 곳은 불합격이었다.
그렇게 나는 최종합격을 했다. 도서관이라 함은 보통은 대학교 중심건물에 있거나, 그렇지 않아도 건물 2층이상부터 있는 게 도서관의 정석이였다.
그러나, 내가 간 도서관은 지하에 있었다. 첫 느낌부터가 좋지가 않았다.
나에게 인수인계를 해주시는 분께 나의 사정을 말씀드렸다.
나의 선택을 존중해 주시면서 인수인계를 받을 건지, 갈 건지 선택을 해야 했고, 결국 나는 인수인계를 받았다.
내가 단 한 번도 쓰지 않았던 프로그램이라 들어도 어렵고 아무리 인수인계를 받아도 적응되지 않은 회사 분위기와 철저한 개인주의( 이것이 누군가에는 최고의 장점이 아니냐고 했지만, 그런 뭔가 결이 다른 개인주의였다.)에 '내가 내일 올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루 만에 인수인계가 끝났다.
어떻게 됐냐고?
만약 내가 인수인계파일을 가져가지 않았더라면, 출근 못 하겠다고 배 째라 식으로 나갔을 것이다.
인수인계파일은 돌려줘야지. 그러다가 마음이 바뀌어 책상에 앉으면 업무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책상에 앉는 순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죄송합니다. 사정이 생겨 못 다닐 것 같습니다."
직원이 둘 뿐인 곳에 그 얘기를 들은 사수들은 당황했다.
"아니.... 그럼 인수인계를 받지 말았어야지... 이게 무슨 민폐예요... 그럼 인수인계를 또다시 해야 되잖아요"
거기에 나는 연신 "죄송하다"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사람은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스트레스 두 가지 중에서 무엇에 더 취약하냐에 따라 견딜 수 있는 게 다르다. 나의 경우 몸이 힘든 건 버틸 수 있어도 정신적인 건 못 견딘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허무한 퇴사를 했다. 내 인생에서도 최초였다.
나는 이때를 기점으로 해서 극심한 우울함과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 부정적인 생각을 없애보려고 햇빛을 받으며 산책도 해보고, 집 앞 공원에서 자전거도 타봤다.
그렇게 해도 나의 끊임없는 생각들과 기분들은 나아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자전거를 타고 터덜터덜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나의 트레이너 말이 떠올랐다.
나는 여전히 왜 그 말이 떠올랐는지 모르지만, 그 말 하나가 나의 인생을 바꿨다.
이럴 때 떠오르는 글 귀가 있다.
"꼭 요란한 사건만이 인생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이 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운명이 결정되는 드라마틱한 순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사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