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는 온점( . )에 속하는 문장부호이다. 문장부호에는 마침표, 쉼표, 따옴표, 이음표 등 다양한 문장부호들이 단어와 구, 절 사이에 쓰이며 문장의 뜻을 도와 이해하기 쉽게 돕는 기능이 있다. 여기에서 마침표는 문장을 끝낼 때는 형식상 종결을 나타내기 위해 마침표가 필수적으로 사용된다. 좋은 글은 마침표를 잘 찍을 때 완성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문장을 더 쓰고 싶어서 설명이 늘어지는 경우 산만한 글이 되기도 한다.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고 마침표를 찍을 때 좋은 문장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되면 '올 한 해 마침표를 찍다'라고 표현을 하며 한해를 되돌아본다. 관계를 정리할 때에는 '몇 년의 인연에 마침표를 찍는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일을 마무리할 때, 관계를 더 이상 하지 않고 각자의 길을 갈 때 '마침표'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표현한다. 마침표를 찍어다는 것만 봐도 뭔가 깔끔하게 정리되고 그동안의 것들이 서로 분리되는 느낌이 든다. 마침표는 '끝낸다'라는 의미를 가진다.
행동에 마침표를 잘 찍어야 할 때는 언제일까? 너무 일찍 마침표를 찍다 보면 일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채 미완성이 된다. 미완성이 된 행동은 무책임하다는 이미지를 남기게 되고 지지부진한 사람으로 남게 된다. 하루를 잘 마감하고 싶은 사람도, 한해를 잘 마감하고 싶은 사람도 더 나아가 자신의 삶을 잘 마무리 짓고 싶은 사람은 마침표를 제대로 찍어야 아쉬움이 없다.
그때 그것을 끝냈어야 했는데.....
그때 그 사람을 정리했어야 했는데.....
그때 그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우물쭈물하다가는 아쉬움이 남는 마무리가 될 것이다. 마침표를 잘 찍어야 일이 깔끔하고 관계가 깔끔해서 경계가 명확한 사람이 된다. 경계가 명확한 사람은 자신과 타인의 영역을 적절히 구분하고 지나치게 휩쓸리는 경우가 적다. 휩쓸리더라도 이내 균형을 찾고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힘이 있다. 삶의 문제는 마침표를 제때에 찍지 못하다가 발생하게 되는 듯하다.
심리학에서는 마침표(punctuation)를 어떤 의미로 사용되고 있을까. 의사소통 가족치료모델을 활용하는 심리학자들의 마침표 의미는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는 기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이 옳고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위해 마침표를 찍는다는 것이다. 한쪽에서 마침표를 찍는 타이밍과 상대편이 마침표를 찍는 타이밍이 서로 어긋날 때 갈등이 시작된다.
◎ 부부
아내: 당신이 술만 마시면 늦게 들어오니까 내가 잔소리를 하는 거야
남편: 당신이 이렇게 잔소리를 하는데 내가 일찍 들어오고 싶겠어? 술이라도 마셔야지
◎ 부모 자녀
부모: 너는 공부는 안 하고 맨날 게임만 하니. 그러니까 성적이 그 모양이지
자녀: 엄마 아빠가 잔소리 안 해도 충분히 공부 스트레스받고 있거든. 엄마 아빠가 맨날 성적 가지고 잔소리
하니까 내가 더 스트레스받아서 그러지. 게임이라도 해야 스트레스가 풀려
◎ 연인
여자 친구: 내가 만나자고 할 때는 바쁘다고 안된다더니 SNS 봤더니 친구랑 놀러 갔더라?
나한테 얘기라도 해주지 정말 서운해
남자 친구: 자기가 내 사생활을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말을 못 한 거 아니야
부부 사이가 좋지 않은 경우,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며 문제가 많다는 것을 주장한다. '당신이 이것만 고치면 우리가 싸울 일은 없을 거야'라는 신념은 끝나지 않는 숙제가 되어 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들 뿐이다. 어떻게든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제대로 증명해 보이기 위해 최대한의 공격성을 끌어모으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과는 처참하다. 상대방이 상처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공격하는 자신도 상처받는다. 자신 입장에서 마침표를 찍게 되는 경우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반복된다. 이러한 패턴은 마음이 다치고 관계가 훼손된다. 더 이상 해결방법이 없다고 단정 짓게 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게 할 뿐이다.
상대방만 바뀌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말은 사실일까. 상대방이 내가 원하는 대로 바뀌기만 하면 나는 온순해지고 화를 내지 않으며 지금의 관계에 만족할 수 있을까. 설사 그렇게 될 수 있다 해도 한 가지 간과한 부분이 있다. 내가 행복해질 권리를 상대방에게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이 협조해주지 않으면 내 결혼생활과 자녀와의 관계, 연인과의 사랑도 지켜낼 수 없다는 말이 된다. 고칠 점이 많고 사는 태도, 생각하는 기준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그토록 비난했으면서 오히려 상대방이 자신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할 특권을 준 셈이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원하는 것이 생기는 순간 실망할 준비를 해야 한다. 상대방은 절대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주는 대상이 아니다. 그건 자신이 만든 기대일 뿐이고 상대방과의 협상을 통해 세운 기준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기대감일 뿐이다. 이러한 일방적인 기대감과 실망은 일정한 패턴을 형성하게 된다. 실망이 크면 클수록, 상처를 받으면 받을수록 사람들은 과격해진다. '이 정도까지 했는데 그 사람이 바뀌겠지?'라는 독한 마음이 생긴다.
중학생 ○○이는 엄마와의 사이가 좋지 않아서 힘든시간을 겪고있다. 어릴 때는 엄마의 말이 다 옳고 엄마 말만 잘 들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었기 때문에 엄마는 늘 ○○에게 우상이었다. ○○이가 점점 자라고 중학생이 되자 엄마 말이 다 옳은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오히려 엄마의 보호 때문에 스스로 공부하는 법도 잊어버리고 친구를 선택하는 법도, 친구와 관계를 지속하는 법도 어설프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이 엄마의 말을 조금씩 거스르고 반항하기 시작하면서 ○○이의 엄마는 더 강한 힘으로 누르려 하였다. ○○이가 더 이상 엄마의 말을 듣지 않게 될까 봐, 위험한 세상에서 실수라도 하게 될까 봐 ○○이의 엄마는 불안하기만 하다. 이 불안함과는 상관없이 ○○이는 엄마의 간섭에 숨이 막히고 급기야 엄마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기 위해 더 심한 방법들을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엄마에게 말로 해보아도 안되고, 화를 내보아도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결국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방법까지 동원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까지 하는데 엄마가 내 마음을 몰라주진 않겠지'라는 생각에서 저지른 극단적인 행동이었다.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행위가 늘 같은 원인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대방이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결국에는 가족 전체에게 상처를 주는 방법까지 동원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지금 이 순간이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때임을 간과하고 더 좋은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시기를 놓치게 된다. 원인을 지나치게 분석해서 '밑둥이까지 모조리 없애버려야 더 이상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는 경우다. 한 쾌에 모든 것을 해결해버리리라는 무모한 도전은 무모한 결과를 낳을 뿐이다.
누구에게든 문제는 있다. 상대방에게 분명히 잘못은 있다. 그러나 그 문제에만 집착하다가는 해결할 수 있는 곳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계속해서 되감기 기능만 사용할 수도 있다. 남이 바뀐다고 해서 내 삶이 변할까. 내가 변하면 남이 변할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그래야 한다'라는 생각 자체를 내려놓아야 한다. 상대가 내 뜻대로 바뀐다 해도 나는 다른 불만을 찾아낼 수 있고, 내가 상대방의 뜻대로 변화했음에도 상대방이 더 요구할 수 있다. 그 어느 것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내 삶 속에서의 마침표는 내가 알아서 찍을 수 있다. 선택권이 주어진 나의 삶에 마침표를 찍을 곳을 찾는데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마침표를 잘 찍기 위해서는 지금의 시점보다 너무 과거로 가는 것은 삼가야 한다. 부정적 악순환에 머물고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내가 마침표를 찍는다면 어디가 좋을까'를 살펴야 한다.
남편을 향한 성난 말투보다는 다정한 말투로
자녀를 향한 한심한 눈빛보다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사랑하는 연인이 당연히 나와 모든 곳을 공유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단호한 가치관보다는 상대방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는 자리옮김으로
마침표를 서둘러 찍는 경향이 있다면 잠시 쉼표( , )를 넣어도 좋을 듯하다. 쉼표를 잠시 찍는 동안 나와 상대방을 한 번 더 바라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쉼표가 제 기능을 잘해 주었다면 그다음 쉼표를 지우고 엔터를 쳐보자. '더 이상은 무리야, 이제 끝내야겠어'라는 문장으로 완성되기 전 단어 몇 개를 더 넣을 수 있는 기회를 주자. 그 기회를 통해 갈등이 해결될 수 있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고 좀 더 쉬운 방법을 찾을 수 있는 행운이 오기도 한다. 내가 바꾸지 못하는 일에 목숨을 걸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열정을 쏟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