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점만 남겨도 된다.
초등학교 시절 해마다 열리는 체육대회에서 장애물 달리기 코너가 있었다. 나는 키가 자그맣고 왜소하여 100M 달리기로는 단 한 번도 1등을 해본 적이 없지만 장애물 달리기를 할 때는 신기하게도 1등을 했다. 그 당시에 들었던 생각은 ‘우와.. 내가 장애물 달리기에 소질이 있나 봐’ 정도였지 체격이 작고 민첩해서라는 생각까지는 하지 못했다. 그 너나 1등을 해볼 수 있는 종목이 있어서 기뻤고 매년 체육대회가 기다려지기까지 했던 추억이 있다. 선명한 기억 속에는 긴 사다리를 옆으로 뉘어놓고 거기를 통과하는 장애물 코너가 있었는데 아주 쉽게 작은 틈을 비집고 나와 선두를 달렸던 그 희열을 아직도 기억한다.
이처럼 사람은 작은 것이라도 성취했던 경험에 대해서는 기억을 더 또렷이 하는 경향이 있다. 나 스스로 내가 잘하고 있음을 확인받았던 순간이기 때문이다. 이를 유능감이라고 한다. 이 유능감을 조금씩 갖는 경험이 쌓이면 자아 존 존중감이 쌓여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래서 무기력감, 우울감, 낮은 자존감에 기운 없어하는 이들에게 ‘작은 성취감을 경험해 보세요’라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자주 들어보았을 것이다. 작은 행동이든 아니든 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좀처럼 쉽게 되지 않기 때문에 행동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는 것 같다.
구글에 행동(行動)이라는 단어를 치면 0.42초 만에 약 411,000,000개가 검색이 된다. 엄청난 숫자만큼 그 중요성이 느껴진다. 중요성이 부각되었다는 사실은 그만큼 행동에 대한 욕구가 많다는 것으로 보이는에 우리 내면은 말로는 하기를 원하지만 행동으로는 하지 않으려는 무의식적 저항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원하지만 변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안전의 욕구가 있다. 변화는 기존의 익숙한 패턴이나 테두리에서 벗어남을 의미한다. 그 테두리는 보호, 안전함, 편안함을 제공해주며 내 삶을 예측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테두리를 벗어난다면 테두리 밖 불특정 상황에 노출된다는 생각에 불안을 동반한다. 그러니 인간의 무의식은 변화를 좋아하기보다는 익숙한 패턴을 선호하는 본능이 작용된다. 과거 원시적인 시대의 인간은 생존을 위해 익숙함을 고수했다. 심리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알려진 바로는 인간은 변화를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환경이 변하면 불안감을 갖는 심리가 있다는 것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전에 사용하지 않았던 근육을 사용할 때 어떠한가? 다리의 유연성을 위해 일자로 젖히는 연습을 하기 한다고 해보자. 찢어질 듯 아프고 근육통에 시달릴 것이다. 이처럼 변화는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고통을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와 같이 불안하고 고통스러워서 변화를 싫어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간 스스로 자신의 변화하지 않는 행동에 대해 끊임없이 합리화를 하는 하는 경우도 있다. 때로는 무엇부터 변화시켜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동안의 습관을 점검해 보기 바란다. 정말 변화를 원하는가?라는 질문을 열 번은 해보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원하는데 왜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는가에 대한 해답은 ‘선택’이다.
첫째, 자신이 해왔던 습관을 유지하면서 더 노력하기. 노력이라는 것에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배움, 다른 자원 활용 등이 해당된다. 둘째, 습관을 바꿔버리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해왔던 방법을 대대적으로 손을 보는 것이다. 아무런 힘을 내지 못하는 낡아빠진 태도를 갈아치워야 한다는 말이다. 이 두 가지를 적용해보았다면 대부분의 목표는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함에도 장애물의 연속이라면 목표 자체를 다시 점검해보아야 하며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점검 말이다.
습관이 복리로 작용한다지만 행동이 습관이 되려면 얼마간의 기간이 필요할까?
어린 시절 집 앞에는 대나무밭이 조그맣게 있었다. 가끔 대나무 뿌리가 길 밖으로 뻗어 나오면 힘겹게 파내곤 했던 주인집 아저씨의 모습이 기억나는데 '대나무 뿌리는 왜 저렇게 단단하지? 자주 파내는데도 또 자라네?' 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중국 극동지방에만 자라는 모소 대나무 이야기가 유명하다. 농부들이 씨앗을 뿌려놓고 정성을 다하는 4년 동안 3cm 정도밖에 자라지 않지만 5년째 되는 날부터는 하루 30cm가 넘게 자란다는 것이다. 6주가 되면 15m 이상 자라 거대한 숲을 이뤄 농부들에게 수확의 기쁨을 선사하게 된다. 이는 4년 동안 땅속에 수백 m가 량의 뿌리를 내리는 과정이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인 것이다. 모소 대나무의 예는 인고와 숙성의 이아콘이다.
스타트업 창업자 Howard Love는 창업의 시작부터 IPO의 과정을 J커브 모형으로 설명하였다. 이 설명과정에서 모소 대나무의 비유가 적용되었는데 우리가 무언가를 준비하고 씨앗을 뿌리고 씨앗이 발아되어 뿌리를 내리는 단계의 과정이 절실함을 주장한다. love는 죽음의 계곡을 설명하면서 견딤의 시간이 열매를 얻게 하는 필수요소라 주장한다. 요즘은 모든 것들이 버튼 하나 아니, 음성 하나면 일상생활의 불편감이 사라지는 시대이다.
가끔 자녀들이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 편하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라는 말을 한다. 뭐든 쉽게 해결하는 방법에 능숙한 아이들의 능력을 따라갈 수 없기에 세대차이를 실감하지만 단지 그런 해결 능력에서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를 바라보는 사고에 있어서 쉽게, 빨리 가는 방법에 익숙한 사람들이 천천히, 눈에 보이지 않는 애씀을 간과하는 것에 씁쓸할 뿐이다.
내 손 안의 작은 도구가 내 행동을 멈추게 하고 내 뇌를 멈추게 하고 결국 내 삶을 멈추게 할 수도 있다. 변화라는 건 거창하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 작은 조각 하나, 작은 점 정도면 충분하다.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모여 면이 되고 면이 모여 입체가 될 것이다. 당신은 그저 점만 찍으면 된다.
변화의 장애물이 환경인가? 당신 자신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