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좀 그만'
미루기가 탁월한 당신
'생각 좀 그만'
오늘도 나는 하루가 마감되기 1시간 전에야 글을 쓰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아침부터 머릿속에는 00을 해야지 ‘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 우체국 볼일을 먼저 보고 와서 해야지
- 점심을 먹고 하면 되지
- 책 좀 봐야 아이디어가 떠오를 거야
- 벌써 저녁시간이네.... 식사 준비도 해야 하고 좀 쉬어야겠다.
온통 미루기 위한 정당한 이유 투성이다. 해야 할 일이 나의 자존심과 만나면 급격히 날 선 대화가 쏟아진다.
- 오늘도 못하다니 난 정말 안되나 봐
- 조 선생님(공동업무분담자)이 나의 이런 모습을 알면 실망할 텐데
- 너무 하기 싫은데 해낼 수는 있을까?
이러한 Self Talk는 단번에 감정을 짜증 나게 한다. 하지 못할까 봐 겁이 나기도 하고 나를 아는 지인으로부터 핀잔을 들을 가봐 두렵게 된다. 어떤 일이든 잘 해내는 사람들이 떠 어르기 시작하면서 시기심이 생기게 되는데 이러는 사이 다시 나는 일을 미루고 있다.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평가절하하는데 선수다. 그러나 타인이 이 사실을 아는 것에 대해서는 수치스러워하기 때문에 궁핍한 변명을 늘어놓게 된다. 솔직한 고백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미루기 특기 쟁이들은 일을 미루다가 결국 해야 할 일 속에서 허덕이는 일복 많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미루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일을 대충 하거나 삶을 대충 살고 싶어 하는 건 아니다. 그 누구보다도 일에 대해 완벽성을 추구하고 인생에서도 성공하고 싶은 욕망이 큰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미루기를 자주 하는 사람들은 심리적 갈등에 자신을 통째로 담근 채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미루는 습관을 고치고 싶어 하는데 도대체 왜 이런 행동을 반복하는 건지 의아스러울 것이다.
이러한 행동의 기저에는 자존심 보존의 원칙 때문이다. 자존심을 지키려면 미루지 않고 원하는 목표를 척척 해내는 것이 정답인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자격증 시험이 한 달 남았는데 아직도 문제집을 펴보지도 않았다고 치자. 공부해야지 하는 마음을 갖고 한 달을 보내면서 결국 급하게 훑어보고 진땀 흘리며 시험에 응하게 될 것이다. 결국 자격증 시험은 낙방했고 스스로 생각하기를 ‘내가 준비만 제대로 했다면 합격했을 텐데.... 다음부터는 좀 더 일찍 시작해야겠다’라며 미루는 행동 때문에 낙방했다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이 사람의 무의식에는 자신의 능력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미루기 행동을 사용한 것이다. 이처럼 미루는 행동은 수치심을 겪지 않기 위한 회피 반응으로 볼 수 있다. 나를 포함하여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괜찮은 사람’으로 보존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우리네 현실은 냉정하기 때문에 우리를 괜찮은 사람으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미루기 행동을 통해 그 두려움을 감추고 있다. 대학에서 강의를 맡을 때마다 학생들과 매 번 실천하는 것이 있다. 자신의 행동을 미루지 않고 실천하기 위해 구호를 만드는 작업이다. 강의 시작 후 5주 차에 구호 만들기를 시작하여 그 구호로 기말고사 이전까지 실천과정을 체크하여 발표하는 것이다. 구호 만들기 위한 조건은 첫째, 짧고 간결할 것(너무 길면 집중력이 떨어짐), 둘째, 실천이 용이할 것(지금 당장 할 수 있도록 제시) 셋째, 측정 가능할 것(평가를 하지 못하는 모호한 구호 금지). 이러한 조건을 갖춘 구호를 사용하여 한 학기를 보내고 난 후 학생들은 변화를 경험한다.
A학생: 책상에 앉기
: 공부를 하려고 마음은 먹는데 자꾸 침대에 눕거나 소파에 기대게 되면 공부를 미루게 되기 때문에 무조건 책상에 앉기를 외치며 실천하기 한다.
B학생: 책을 펴기
: 공부하려고 책상에 앉았지만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다른 책을 보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원하는 전공과목의 책을 펴기
C학생 한번 만에 일어나기
: 알람을 여러 개 맞추다가 결국 기상 기산이 미뤄지는 경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번의 기회를 주지 않고 단 한 번으로 행동하기 위한 구호
D학생: 밥 숟가락 던지고 바로 일어서기
: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 음식을 먹을 때 ‘아 이제 그만 먹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생각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기
이렇게 자신에게만 적용 가능한 구호를 통해 미루는 습관을 고쳐나가면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책을 바로 펼 수 있게 되었고 더 먹고 싶은 유혹에서 벗어나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례로 남게 되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루기 패턴을 청산하기 위해 다짐을 하고 굳은 결심을 하고 벽에 큰 글씨를 써보고 하지만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미루기 행동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넘길만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삶 전체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뿌리 깊은 습관이다.
미루는 사람을 여자 친구, 남자 친구로 두고 싶은가? 내 배우자로 선택하고 싶은가? 회사 내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의 5년 후 10년 후의 그림이 밝은가? 대답은 뻔하다. ‘아니오’이다. 그렇다면 얘기는 끝났다. 당신의 소중한 삶은 유한하다. 미루지 않기 위해서는 그냥 하는 수밖에 없다.
단, 생각 좀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