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MSG '초자극'
자극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갑자기 '참을 수 없다'라는 단어가 떠오르면서 과거에 흥행했던 영화 제목이 떠올랐다. 김승우, 고 장진영 주연의 영화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의 제목과 오버랩이 되었던 모양이다. 주인공의 남녀가 사랑을 하지만 결국 그 사랑은 현실 앞에 무너지고 안개처럼 사라지는 가벼운 것이라는 의미에서 제목이 지어진 듯하다. 한 때는 뜨겁고 무겁고 진지하지만 잡히지 않는 공기처럼 덧없음을 생각하면 허무하기까지 하다.
심리검사 중 하나로 TCI (Temperament and Character Inventory, 기질 및 성격검사)가 있다. 그 세부 영역 중 하나로 '자극 추구(Novelty Seeking)'에 대한 척도가 있다. 자극 추구란 '다양하고 독창적이고 복잡하며 강렬한 경험을 추구하는 것'인데 이 점수가 지나치게 높은 사람들의 경우 신체적, 경제적, 법적, 사회적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주변에 암벽등반, 카레이서, 행글라이더 등 모험심이 강하고 위험을 동반한 취미생활을 가진 사람들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런 성향을 가진 회사 대표자의 경우 타 회사에 비해 새로운 제품 출시가 월등히 많을 가능성이 높다. 자극은 반응을 초래하게 되는데 자극 추구 성향이 높은 사람들은 한 가지를 꾸준히 하는 것에 있어서 지루해한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당장 하고 싶은 충동을 참기 어려워하기도 한다. 친구가 갑자기 연락이 안 되면 견딜 수 없거나 이유를 알지 못하면 답답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자극 추구 성향이 적절하면 자신의 삶을 적절히 즐길 수 있지만 의도치 않게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오해를 사기도 하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초'라는 접두어이다. 초자극 문화, 초연결 시대, 초지능 시대, 초연결 플랫폼 등 그만큼 빠르고 세다는 의미로 붙여지는 듯하다. 여기에 나는 '초자극 시대'라는 말을 하나 더 얹어 놓고 싶다.
비슷한 단어로 초정상 자극(Supernormal Stimuli)이 있다.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를 쓴 디어드리 배릿은 인간이 비만, 섹스, 인형, 정크푸드, TV와 게임, 전쟁, 예술 등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실 이러한 것들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너무 극단적으로는 해석하지 말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초정상 자극에 쉽게 끌린다는 것이다. 초정상 자극이라는 용어의 등장은 1973년 콘라트 로렌츠와 함께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은 니코 틴버겐이 처음 사용한 것이라 한다. 초정상 자극은 정상적이지 않은데 실제 자극보다 과정 된 자극이라는 뜻이다. 동물이 그런 자극에 더 강하게, 쉽게 반응한다는 것을 틴버겐이 처음 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 두 사람은 동물행동학자로서 로렌츠는 거위를 통해 발견한 '각인효과(로렌츠가 신은 고무장화에 각인된 새끼 거위가 마치 제 어미를 쫒아 다니듯 떼 지어 로렌츠를 따라다님)'로 알려진 바 있다. 초정상 자극은 '위험한 자극'으로 해석하는 반면 동물과 동일하게 인간의 본능으로 보고 있다.
큰 가시고기 수컷의 아랫배가 빨간색이다. 이 수컷은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침입자를 경계하지만 암컷(아랫배가 빨갛지 않은)이 오면 둥지로 유인하여 알을 낳게끔 허락하는 것이다. 그런데 암컷의 아랫부분에 빨간색을 칠하면 수컷인 줄 알고 공격을 한다는 건데 이런 원리를 살펴보면 초정상 자극은 정상적이지 않은 자극임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것처럼 오인하여 강하게 반응하게 된다는 이치이다.
예를 들어 앞에 '마약'이라는 이름을 붙이면 더 자극적이다. 음식 이름 앞에 붙이거나 화장품 이름 앞에 붙여도 시선을 확 사로잡는 데는 성공적이다. 마약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금지하고 있는 것을 간접적으로나마 접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노래 '총 맞은 것처럼'의 제목도 자극적이어서 더 듣게 되는 노래이다. 사랑의 상실을 '총 맞음'으로 표현하여 그 애절함을 전달하려는 시도이다.
*모형 알을 치워버리자
디어드리 배릿은 눈에 띄게 잘 팔리는 것은 무엇이든 일종의 초정상 자극이라고 말한다. 인간은 과장된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디어드리 배릿은 술을 즐겨마시는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 미디어를 즐겨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자연식을 하거나 정크푸드를 먹는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비슷하다고 한다. 인간은 스스로 자신의 환경을 설계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 불가피하게 나열되어 있는 초자극들을 인식하고 거절할 수 있다. 초정상 자극에 휩싸이는 것은 동물적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은 '본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없다. 거짓 배고픔, 거짓 구매욕구, 거짓 성적 흥분, 불필요한 필요를 제거해야 한다. 사람들의 만족감은 경험에 익숙하다. 초자극에 민감한 채로 머문 채로 산다면 삶의 만성 염증을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이 초자 극적인 것에 민감했다면 그다음은 여러분의 선택이다. 그것만이 염증을 줄이고 건강함을 회복하는 길이다.
어쩌면 초자극은 우리에게 그다지 필요치 않은 요소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지점이다. 사람은 오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