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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꽂쌤 Feb 27. 2023

죄책감

죄책감의 근원지를 파악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죄책감의 원인을 찾다 보면 그 죄책감이 건강한지, 지나친 나머지 자신을 해롭게 만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죄책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그 원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나는 벌 받아야 마땅하고 그래서 행복해져서는 안 된다 여긴다. 


죄책감은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는데 방해가 되는 우울한 감정으로 여겨진다. 자신에게 많이 엄격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무거운 죄책감을 갖고 있다.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면 자신에게 있는 부정적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거나 그 대안을 찾지 못한다고 좌절할 수 있다.


심리학에서 바라보는 죄책감은 좀 더 포괄적 의미를 담고 있다. 죄책감은 자신이 뭔가 잘못했거나 타인에게 해를 입혔을 때 느끼게 된다. 이러한 죄책감을 통해 우리는 '아 내가 뭔가 잘못했구나'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한다. 이러한 경우 지극히 정상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가끔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전혀 없는데도 죄책감을 느낀다면 문제가 된다. 이러한 죄책감은 해가 된다. 


다른 사람을 도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을 때 느끼는 죄책감

나만 이득을 취했을 때 느끼는 죄책감

차라리 나 같은 건 없어져야 다른 사람이 편할 것이라 믿는 자신을 상처 주는 존재라고 믿는 죄책감


죄책감이 주로 하는 역할은 자신을 처벌하는 것이다. 상처를 제대로 입혀서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게 목적이다. 자신에게 좋은 것이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끊임없이 드는 사람일수록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좋은 것이 찾아와도 '이건 내 것이 아니야' 행운이 찾아와도 '우연일 뿐이야'라며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떠나보내고야 만다.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이 엄벌에 처해져야 직성이 풀린다. 자신을 구석으로 내몰고 꼼짝 못 하게 만든다. 편히 쉬어서도 안 되고, 즐거움을 느껴서도 안 되는 사람인양 몰아세운다. 일 안 하면 죽는 사람처럼 일중독에 빠져있거나 자유시간이 주어져도 '이렇게 쉬어도 되나?'라며 불안해한다. 


죄책감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 이대로 영영 붙들려 산다면 얼마나 고통인가. 죄책감은 스스로를 용서할 때 비로소 가벼워진다. TV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죄책감에 힘들어할 때 나오는 대사가 '이제 그만 당신 스스로를 용서하세요'라는 말이다. 그러나 어디 그게 쉬운가. 그동안 일생을 괴롭혔던 죄책감이 그 말 한마디 들었다고 쉽게 놓아진다면 오히려 그게 거짓말이다. 맞는 이야기기지만 제대로 내 것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의식이 필요하다. 


죄책감을 극복하기 위한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자면 첫째, EFT기법 두 번째, 가상대화나누기 세 번째, 자신의 감정 적기이다.


영희 씨는 바쁜 일상으로 인해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한번 보러 가야지 했는데 며칠 후 돌아가시자 친정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있었다. 영희 씨에게 있는 죄책감은 몇 년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고 가끔씩 그녀에게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죄책감에 대한 작업은 첫 번째 방법인 EFT(Emotioanl Freedom Techniques) 기법이다. 


EFT기법은 감정자유기법이라고도 하는데 몸의 경혈타점을 자극하여 원치 않는 감정이나 기억을 내려놓는 방법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양한 검색을 통해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고해도 좋겠다. EFT를 실시할 때는 경혈타점을 두드리며 '받아들인다' '이해한다' '사랑한다' 등의 수용단어들을 활용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마음을 편안히 내려놓게 한다. 


⚙️ 수용확언의 기본 형식


나는 비록___________(문제)__________를 가지고 있지만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나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사랑합니다.


- 나는 내 삶이 너무 바빠서 엄마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한 죄책감에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런 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합니다. 


- 엄마와 보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허무하게 엄마를 보내버린 사실에 억울하고 후회가 되지만 그러한 나를 받아들이고 이해합니다. 


- 엄마에 대한 죄책감이 내 삶을 짓누르고 있지만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이러한 나를 받아들이고 사랑합니다.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쉬다가 다시 위의 글귀를 반복하며 EFT 기법을 활용한다. 엄마를 보낸 상실과 슬픔이 사라지진 않더라도 엄마의 죽음이 자신의 책임이 아니라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고 그 누구도 통제하지 못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이 작업을 함으로써 더 이상 스스로를 학대하지 않을 수 있다. 영희 씨에게 엄마의 죽음은 고통스러운 것이었지만 이 작업을 통해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녀의 삶에서 적응해야 하는 하나의 과정으로서 상실감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EFT에 대한 효과 여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으나 많은 전문가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꾸준한 효과검증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인 가상대화 나누기이다.


죄책감의 원인에 대해 자신이 정확히 아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정확히 아는 경우는 그 대상이 있다. 대상이 있다면 그 대상과 마주함으로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다. 그렇다고 하여 굳이 대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사과하고픈 대상이 있다면 가상의 대상을 앞에 두고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직접 대상이 앞에 없으므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은 만큼 쏟아내도 안전하다. 그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던 말들을 꺼내보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세 번째 방법은 '자기감정 적기'이다. 


죄책감의 근원지가 어디인지 알기 위해 일기를 적어보는 것이다. 자꾸만 드는 죄책감이 왜 생기는지 , 왜 느껴지는지에 대해 적어본다. 자신이 타인에게 했던 말, 행동이 떠오른다면 그때 상황을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적어가도록 한다. 그때의 기분, 그때 그 기분이 느껴진 이유에 대해서도 적는다. 자세히 적었다면 일기를 천천히 읽어보면서 과연 이 죄책감이 타당한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는다. 


그다음에는 죄책감이 드는 게 당연한지, 건강한 죄책감이라면 당신이 사과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살펴보자. 사과를 할 이유가 있으면 사과를 해서 털어버리도록 하자. 다만 사과는 진심이 담겨야 하고 기꺼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는 진솔함이 필요하다. 


죄책감 없이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죄책감에 사로잡혀 사는 것은 삶의 에너지를 상당 부분 앗아간다. 죄책감을 극복하여 오히려 삶의 에너지로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죄책감을 감사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따돌림당하는 친구를 못 본 체했을 때 '친구를 챙겨주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상황을 변화시킬 수 없다. 이럴 때 죄책감에 대한 감사문장으로 바꿔보자. '이번 일을 통해 내가 그 친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러니 이다음에 그 친구를 만나면 어색하더라도 내가 먼저 미소를 보내보아야지'


죄책감을 그저 죄책감으로 끝내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무엇을 해야 하지? 어떻게 하고 싶은 거지?라는 단계로 가면 좋다. 죄책감이 드는 이유는 뭔가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음을 알리는 신호라는 것이다. 물론 당신은 충분히 그 무언가를 할 수 있다. 그러니 조금씩 실행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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