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게 책 읽기

나를 살리는 독서

by 한꽂쌤

맛있게 책 읽기 나를 살리는 독서


책을 읽고서 생각하지 않는 것은 마치 음식을 먹고서 소화시키지 않는 것과 같다.

- 에드먼트 버크 -


책을 읽기 위한 방법은 무수히 많다. 정독(精讀), 다독(多讀), 속독(速讀), 묵독(黙讀), 음독(音讀) 등 다양하다. 독서법의 종류는 검색을 하면 얼마든지 알 수 있는데 방법을 논하기에 앞서 읽는 데까지 도달하는 게 우선이다. 책을 구입하고도 읽지 않으면 돈을 낭비한 거 같은 생각에 자신을 나무라게 된다. 뭔가 약속을 해놓고 지키지 않은 무책임한 사람처럼 생각되어 나를 야단치게 된다. 즐거운 책 읽기가 아니라 벌주는 책 읽기가 되면 무슨 소용인가. 내가 겪은 시행착오를 소개해 보겠다.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책 욕심을 부린다. 말 그대로 ‘욕심’이다. 다 읽지도 못할 거면서 여러 권의 책을 충동적으로 구입해놓고는 오랫동안 읽지도 못한 채 책꽂이 전시품으로 남겨지곤 했다. 이런 행동을 청산하기 위한 방법은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는 것이다. 대여받은 책을 읽다 보면 꼭 읽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 좋다. 천천히 읽다가 남긴 부분은 다시 반납기일을 연장하여 읽으면 된다. 도서관에 가면 책을 여러 권 한 번에 빌릴 수가 있는데 도서관은 ‘내가 이 책을 다 읽지 못해도 나무라지 않을 거야’라는 확신이 있어서일까? 대여한 책을 읽지 않고 반납한 적은 없는 듯하다. 사람 심리가 이렇다. 뭔가 자유를 주면 더 잘한다. 나에게 친절한 방법을 찾아서 적용해보자.


맛있게 읽기


‘음식을 복스럽게 먹는다.’ ‘웃는 게 복스럽다.’ ‘얼굴이 복스럽다.’ ‘말하는 게 복스럽다’ 등 ‘복스럽다’의 단어는 다양하게 사용된다. 독서에서 복스럽게 읽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바로 맛있게 읽는 것이 아닐까? 책은 눈으로 읽는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눈으로 읽되 즐겁게, 맛있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으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아 지겨워’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경험에서 ‘지겹다’라는 느낌을 먼저 경험하고 그 경험이 각인되었기 때문이다. 음식에도 이런 각인 효과가 있다. 오래전 가족들이 함께 장어요리를 먹으러 외식을 간 적이 있다. 맛있게 먹고 나왔는데 아들이 ‘속이 메스껍다’며 토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당시에는 그저 ‘소화가 안 되나 보다’라고 넘겼는데 그 이후로도 장어요리를 먹고 토했다. 아들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장어요리를 먹지 않는다. 지인들에게 ‘장어요리를 먹고 토하기도 하나요?’라고 물었지만 모두들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아이는 처음으로 장어요리를 먹었을 때 토했던 경험 때문에 앞으로도 장어요리를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자신에게는 그 요리가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처음 장어요리를 먹을 당시 아이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소화를 잘 시키지 못했을 경우의 수도 존재하지만 아이의 무의식에는 ‘장어요리는 나와 안 맞아’ ‘장어요리 먹으면 또 토할 거 같아’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듯했다. 이처럼 처음부터 책 읽기에 대한 부정적 느낌을 갖게 되는 이유는 책 읽기의 첫 경험을 부정적으로 접했을 가능성이 높다. 어릴 적에 강제로 책 읽기를 시켰거나, 부모가 자녀에게 너무 많은 책들을 사놓고 읽으라고 했을 수도 있다. 즐겁게 책을 읽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책들은 수 없이 많다. 그러한 방법까지 구태여 여기서 소개하지는 않겠다. 즐겁게 책 읽기를 소개하는 방법이 과연 내 입맛에 맞는지가 중요하다. 내가 맛있게 먹어야 맛있는 음식으로 남는 것이다. 남이 맛있다고 해서 내게도 맛있는 음식으로 기억되지는 않는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일 것이다. 우선은 내 입맛을 회복하기 바란다. 내가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찾듯, 내가 읽고 싶은 책, 글부터 찾아서 쉽게 접근해 보기 바란다. 손에 잡히는 대로, 눈이 가는 대로 해보아도 좋다.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좋다. 꾸준한 시도를 통해 자신에게 맞는 맛, 자신에게 맞는 책 읽기 방법 하나 정도 분명히 있다.


책 고픔


바쁜 일정의 연속으로 인해 책을 한동안 읽지 못했을 때 나는 책 고픔을 느낀다. 그래서 약간의 허기를 달래듯 읽는 책이 순간 손에 잡히는 대로 읽는다. 아마 내가 바로바로 소화하기 쉬운 책이리라. 나는 상담심리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심리에세이를 읽으면 소화가 빨리 된다. 시간을 통째로 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면 다독을 할까 정독을 할까 고민을 한다. 음식을 여유롭게 먹을 시간이 주어질 때 여러 개의 음식을 조금씩 맛볼까? 아니면 하나의 음식을 천천히 음미하며 먹을까? 하는 고민과 같다. 다독을 할 때는 관심분야의 책을 빠르게 골라서 여러 권 읽는다. 이때는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보다는 ‘그냥 배부름’을 느낀다. 예를 들면 정독을 할 때는 생각할 시간을 가져가며 읽어야 할 책 한 권을 골라서 읽어 내려간다. 나의 경우는 상담 이론가들이 남긴 책들 중에 한 권이 정독하는 책이 된다.

하루는 도서관에서 여러 권의 책을 빌려서 집으로 걷기 시작했는데 책 내용이 너무 궁금하여 쭈그리고 앉아 들여다본 적이 있다. 책을 잠깐 동안 읽었지만 너무 맛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살짝 맛본 느낌이랄까? 분명히 맛있었다. 사람들은 유명한 맛 집을 찾아 전국을 다니고 해외여행에서도 맛 집 방문은 필수다. TV 프로그램을 보아도 음식에 관련된 프로그램이 넘쳐나고 온라인의 먹방 채널이 셀 수 없이 많지만 모두 인기다. 그러나 책을 주제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은 턱 없이 부족하여 아쉽다. 음식만 맛있는 게 아니다. 책도 맛있다. 꾸준히 읽는 습관을 갖다 보면 당신도 그 맛을 느낄 수 있다.


마음 보양식 ‘독서’


사람들은 흔히 ‘기(氣)’가 허하다는 이유로 보약을 지어먹는다. 나는 독서가 바로 ‘보약’이라고 생각한다. 보약을 섭취함으로써 빠졌던 기운을 보충하여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 보약이 되는 독서를 함으로써 내 삶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다. 이 독서야 말로 나를 살리는 독서, 나를 살려왔던 독서, 나를 살릴 독서가 되는 것이다. 상담사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어떤 사람은 상담을 받는 이유를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알고 싶다’라고 말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기만의 필요와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상담을 받는다. 상담료도 만만치 않고 상담시간으로 보내는 시간도 많다. 만만치 않는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나는 당신에게 돈 벌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려 한다. 바로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음으로 인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살아오면서 겪었던 시행착오를 겪지 않게 된다. 당장 책을 읽기 시작해라. 책을 통해 지혜를 얻게 되기 때문에 상담사를 만나러 올 일도 줄어들게 된다. 내 직업이 위기에 처하게 된다면 더 환영이다. 그만큼 자가 치유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상담을 받다 보면 자신을 알아가고,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 지금의 나는 어떤 상태인지,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탐색을 하게 된다. 책 읽기를 꾸준히 하다 보면 이러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상담을 통한 마음건강이 회복되기도 하지만 책을 접함으로 인해 그에 버금가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읽기 시간을 위한 더하기 빼기


사람들은 삶의 의미를 성공경험에서 찾는다. 누구나 성공적인 삶을 살기 원한다. 실패하는 사람과 성공하는 사람의 차이가 뭘까 생각해보면 계속하느냐, 포기하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무작정 계속한다면 같은 결과만 나올 뿐인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이왕에 계속할 거면 제대로 해야 한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그렇다면 제대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고집했던 방법에 대한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하다. 내가 왜 실패했을까? 에 대한 객관적 분석을 통해 다시는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그 현명함은 누가 줄 수 있을까?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가장 많은 답변이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시간은 늘 내게 없었다. 나 역시도 ‘바쁘다’라는 말을 단골 맨트로 삼고 살아왔다. 과거에는 ‘시간이 없다는 말은 다 핑계야’라고 말하는 사람에 대해 화가 났다. ‘저 사람은 내 사정을 잘 몰라’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음으로 인해 나 스스로 나를 교육했다. 시간관리에 대한 책을 읽고,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유명한 CEO들이 어떻게 시간관리를 하는지를 알게 된 이후부터 나는 ‘시간 없어서 책을 못 읽는다’라는 말을 내 온몸의 기억에서 삭제했다. ‘시간이 없다’가 아니라 ‘시간을 낼 마음이 없다’라는 말을 인정함으로써 나의 시간관리 개념은 탈바꿈되었다. 내 마음속에서는 아직도 ‘바쁘다 바빠’라는 셀프 언어들이 쭈뼛거리며 튀어나오기도 하지만 나는 다시 그 언어들을 부드럽게 다독인다. ‘○○아. 네가 바빠서 ~을 못하는 게 아니라 ~할 생각이 없는 거야. 그러니 네 마음을 점검해 보렴’ 하며 조용히 말을 꺼낸다. 빌 게이츠는 서평 블로그 활동도 하고 있는데 그는 1년에 50권 정도의 책을 소화한다고 한다. 바쁜 일상에서는 1주일에 한두 권을 읽고, 휴가기간에는 4~5권을 읽는다고 한다. 내가 과연 빌 게이츠보다 바쁜지 생각해볼 일이다.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한다’는 말은 ‘책 읽을 마음이 없다’라는 말과 같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예이다. 하루 24시간 중에 내가 시간이 넉넉히 있어서 책을 읽는 시간은 단 1초도 없다. 읽기 위한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책 읽기를 위해 시간을 더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책 읽기 시간 확보를 위해 어떤 시간을 뺄 것인가가 중요하다. 온라인 세계에 할애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지인과 나누던 메신저 대화시간을 줄여도 좋다. 뭐든 밸 수 있는 시간이 분명히 있다. 우선 지금 당장 안 해도 되는 것들을 나열해 놓고 그중에서 골라도 좋다. 내가 기존에 했던 것들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책까지 읽을 시간이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시간을 누리고 사는 사람 있으면 나에게 소개해 주기 바란다. 하루에 내가 가장 많이 보내는 시간을 살펴보면 나의 관심사가 나온다. 그 사람이 보내는 시간들을 쫓아가 보면 그 사람의 미래가 보인다. 지금 당신의 시간을 점검해보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멈추지 못하면서 결과가 바뀌기를 꿈꾼다는 건 사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간다. 행동은 반복적으로 하면서 ‘나의 미래는 밝을 거야’ ‘나는 ~가 되어 있을 거야’라고 말하지만 과연 그럴까? 지금 당신이 올바른 선택을 하지 않으면 당신의 인생 방향은 흐트러지고 만다. 10분도 좋고 30분도 좋다. 바로 지금 당신의 독서시간을 확보하라.

나눠먹으면 좋다.

상담에는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이 있다. 개인상담은 개인이 해결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때 상담자가 1:1 만남을 통해 자기 이해를 촉진하여 문제 해결을 해 나가는 과정이다. 집단상담은 8~15명 정도의 유사한 관심, 유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에 대한 인식능력을 확장하고 타인에 대한 수용능력이 확대되면서 참여자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다. 1:1로 상담자와 상담을 하는 것에 비해 집단상담을 하기에 용이한 점은 타인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져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주관적이었던 시야가 확장되면서 객관적이고 성숙한 시야를 갖게 되는 것이다.


책을 매개로 하여 집단상담을 진행하는 경우에도 비슷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내가 상담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 전에 처음으로 접한 집단상담은 독서치료 집단상담이었다. 보조 리더로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같은 책을 여러 사람이 읽었는데 각자 이렇게 다른 접근을 하게 되는구나’였다. 참여자 모두는 각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마주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이 확장되어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독서치료의 집단상담으로 처음 맡게 된 대상은 주간보호센터에 방문하는 알코올 과의 존 대상자와 조현병을 앓고 있는 분들을 대상이었다. 그림책, 시, 다양한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진행하였는데 참여자들 모두에게 내적 성장의 기회가 되었다. 책을 같이 읽고 나누다 보면 독자는 등장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또한 여러 명이 함께하는 집단의 응집력 안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소속감을 증대시킬 수 있다. 여러 명의 참여자들의 지지와 격려로 인해 자신감이 향상되고 자신이 가진 욕구와 직관력을 갖게 된다. 나는 독서치료를 수년간 지속하면서 독서치료를 통한 프로그램 연구를 기반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책 읽기 나눔 독서’로 인한 생생한 치유의 경험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이후로도 나는 지속적으로 ‘책 읽기 나눔 독서’를 진행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생,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다. 여러 사람이 한 권의 책을 같이 책을 읽고 나누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아픔이 치유되는 효과가 있다.


책을 함께 읽는다는 건 선물 여러 개를 한꺼번에 받는 벅찬 감동이 있다. 내게 이미 있었던 고유의 ‘좋은 것’을 발견하게 됨은 물론 타인에게 있는 ‘좋은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내가 가진 것만 고집하게 되거나 타인이 가진 것을 탐하지 않고도 충분히 개인이 가진 다양성을 존중하며, 그 다양성을 함께 모아 다시 각각 의미 있는 ‘좋은 것’으로 되돌아간다. 여러 사람이 같이 읽고 나누는 책 읽기를 통해 ‘이 좋은 것’에 함께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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