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붙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새해가 다가오면 카톡방이 뜨거워진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안부 인사와 새해 덕담들이 쏟아진다.
누군가는 정성스럽게, 누군가는 습관처럼 보낸다.
마치 연말 숙제를 마감 시간에 제출하듯, 모두가 동시에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모두 대박 나세요!"
어디선가 본 듯한 이런 문장을 받으면, 솔직히 답장하기가 귀찮아진다.
그렇다고 무시하자니 찝찝해서 나도 의무감에 비슷한 말을 비슷한 논조로 전달한다.
더 웃긴 건, 비슷한 문장을 다른 단톡방에서 받을 때다.
심지어 이모티콘 위치까지 일치하면 '아, 이 사람도 어디서 퍼왔구나' 싶어진다.
이런 인사는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진심이 없다는 걸 서로 안다.
돌이켜보면 이런 형식적인 인사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카톡이 생기고, 단체 메시지 기능이 편해지면서부터일 거다.
클릭 몇 번이면 수십 명에게 동시에 같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으니까.
예전엔 연하장을 손으로 쓰거나, 전화로 한 명 한 명 목소리를 들려줬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귀찮았지만, 그래서 더 진심이 담겼던 것 같다.
지금은 너무 쉬워져서 오히려 무게감이 사라진 건 아닐까.
요즘은 화려한 덕담보다 투박하지만 진솔한 한 줄에 더 마음이 간다.
거창한 성공을 기원하는 말보다, 소소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가 훨씬 와닿는다.
작년에 받았던 메시지 중에 기억나는 게 하나 있다.
"올해 힘들었지? 나도 그랬어. 내년엔 우리 좀 쉬엄쉬엄 살자."
별거 아닌 말인데, 묘하게 위로가 됐다.
또 다른 친구는 이렇게 보냈다.
"새해 목표 같은 거 없어도 괜찮아. 그냥 하루하루 잘 버티는 게 목표야."
이런 말들은 완벽한 문장도 아니고, 멋진 표현도 아니다.
하지만 그 사람이 나를 생각하며 직접 쓴 거라는 게 느껴진다.
내년엔 너무 애쓰지 말고 살아.
욕심 좀 줄이고 적당히 하자.
건강만 잘 챙기면 그걸로 충분해.
힘들면 좀 쉬어가도 괜찮아.
이런 말들은 부담스럽지 않다.
오히려 상대를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이 전해진다.
그래서 답장도 자연스럽게 나온다.
꼭 새해 첫날에 보내야 할 이유도 없다.
1월 2일에 보내도, 1월 5일에 보내도 괜찮다.
오히려 새해 피크 시간을 피해 보낸 메시지가 더 눈에 띄기도 한다.
"연말에 바빠서 이제야 연락한다. 올 한 해 어떻게 지냈어?"
이런 시작도 나쁘지 않다.
형식보다 중요한 건 결국 '이 사람을 생각한다'는 마음이니까.
올해 연말에는 복사 붙여넣기한 메시지 대신, 그 사람을 떠올리며 쓴 한 줄을 보내보면 어떨까.
상대방이 올 한 해 어떻게 지냈는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금만 떠올려보자.
"올해 이직 준비한다고 고생 많았어. 내년엔 좋은 결과 있기를."
"아이 키우느라 바빴을 텐데, 힘내고 있어."
"요즘 운동 열심히 하던데, 몸 관리 잘하고 있구나."
이렇게 그 사람의 상황을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안부가 된다.
받는 사람도, 보내는 나도 조금은 따뜻해질 것 같다. 인사는 양이 아니라 질이다.
100명에게 같은 말을 보내는 것보다, 10명에게 다른 말을 건네는 게 낫다.
올해 마지막, 그리고 새해 첫인사는 조금 더 진심을 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