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뭐먹지?

배달 앱의 민낯

by 고래 아저씨

현관 앞의 작은 전쟁

소파에 앉아 손가락 몇 번 움직이면 음식이 현관 앞에 도착한다. 누군가는 이것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나는 이것을 '지갑 자동 인출기'라고 부른다. 배달 앱을 처음 깔았을 때는 가끔 쓸 요량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외식과 배달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비가 와서, 귀찮아서, 그냥 먹고 싶어서. 이유는 늘 새로 생겨났다.

문제는 그 '클릭'이 너무 쉽다는 점이다.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는 감각이 없다. 가상의 숫자가 줄어들 뿐이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결제 고통 감소'라고 설명한다. 우리 지갑은 이미 무방비 상태다.


세계를 제패한 배달 왕국

세계 배달 앱 시장의 왕좌는 중국의 메이투안이 차지하고 있다. 2위는 우버이츠, 3위는 네덜란드의 테이크어웨이다. 우리가 매일 쓰는 배달의민족은 세계 6위권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인구 5천만의 나라가 세계 6위의 배달 강국이 됐다는 건 꽤 놀라운 사실이다. 그 배경에는 촘촘한 도시 밀도, 빠른 인터넷, 그리고 밥을 사랑하는 민족성이 있다. 물론 '귀차니즘'도 한몫했다.

전 세계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2,577억 달러에 달한다. 2031년에는 4,68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달은 더 이상 편의가 아니라 산업이다.


배달통이 먼저였다

한국 배달 앱의 역사는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최초의 배달 앱은 사실 미국도 중국도 아닌, 한국의 '배달통'이다. 2010년 4월에 서비스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단순히 전단지를 앱으로 옮겨놓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능성은 분명했다.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는 이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었다.

딜리버리히어로는 2012년 요기요를 직접 출시했다. 이후 배달통도 인수해 버렸다. 그 배달통은 결국 2021년 6월에 조용히 서비스를 종료했다. 세계 최초의 배달 앱치고는 꽤 쓸쓸한 마무리였다.


우리 민족, 사실 독일 회사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의민족은 그 이름처럼 한국적인 감성으로 성장했다. 그런데 이 앱의 실제 주인은 독일 베를린에 본사를 둔 딜리버리히어로다.

2019년, 딜리버리히어로는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지분 99%를 약 4조 7,500억 원에 인수했다. 요기요도 이미 딜리버리히어로의 자회사였다. 결과적으로 한국 배달 앱 시장의 양대 산맥이 같은 독일 회사 소유가 된 것이다.

독점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딜리버리히어로는 요기요를 매각해야 했다. 현재 요기요는 영국·홍콩계 사모펀드 지분이 70%에 달하는 외국 자본 회사다. 이름은 한국어인데, 주인은 계속 바뀌고 있다.

2026년 현재, 딜리버리히어로의 배달의민족 재매각설이 업계에 떠돌고 있다. 부채 상환 압박을 받는 딜리버리히어로가 배민을 팔아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아직 불확실하다.


40조짜리 현관문

2025년, 한국의 온라인 음식 배달 거래액이 사상 처음으로 40조 원을 돌파했다. 2020년 거래액이 17조 원이었으니, 5년 만에 두 배 이상 커진 셈이다. 이 나라에서 현관문은 이미 거대한 경제의 입구가 됐다.

현재 국내 배달 앱 시장은 배달의민족이 약 57~60%를 점유하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쿠팡이츠가 약 25~30%로 맹추격 중이며, 요기요는 약 10% 수준이다. 2025년 하반기에는 쿠팡이츠가 일시적으로 1위를 탈환하기도 했다.

시장이 크니 창업도 늘었다. 배달에 특화된 '공유 주방'과 배달 전문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음식점의 문을 열지 않아도 배달 창업이 가능한 시대가 됐다.


수수료 전쟁

40조 시장의 이면에는 조용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배달 앱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이 내는 수수료 문제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중개 수수료는 2%에서 최대 7.8%다. 배달비까지 포함하면 자영업자가 부담하는 실제 비용은 매출의 30%에 달한다는 증언도 있다. 음식 팔아서 남는 게 없다는 말이 허풍이 아닌 것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를 비롯한 자영업자들은 수수료 상한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2025년 국회에서는 수수료 총액 15% 제한 법안이 발의됐다. 플랫폼의 성장과 소상공인의 생존이 충돌하고 있다.


공공배달앱의 반격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지자체에서 먼저 시작됐다. 경기도는 배달특급(수수료 1%)과 먹깨비(수수료 0~1.5%), 그리고 신한은행의 땡겨요(수수료 0~2%)를 공공 배달 플랫폼으로 운영 중이다. 서울시는 '서울배달+땡겨요'를 운영하며 2025년 시장점유율 7.7%를 기록했다.

수수료가 낮으니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직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만큼 편하지 않다. 쓰면 좋은데, 안 쓰게 되는 아이러니다.

그리고 네이버도 이 시장을 그냥 보고 있지 않았다. 2024년 11월부터 네이버지도를 통해 음식점 주문 중계 서비스를 조용히 시작했다. 별도의 앱 없이 네이버 지도에서 주문이 가능해진 것이다. 거인이 발을 들여놨다.


편리함이라는 함정

배달 앱은 분명 편리하다. 그 편리함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 편리함이 누군가의 수고와 누군가의 희생 위에 서 있다는 것을 가끔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라이더는 도로 위에서 시간과 안전을 팔고 있다. 자영업자는 수수료를 내며 플랫폼에 종속되고 있다. 소비자는 편리함에 익숙해져 지출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구조에서 가장 잘 웃는 것은 플랫폼이다.

40조 원짜리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그 구조를 누가 설계하느냐의 문제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내 자본이 아닌 외국 자본이 이 시장의 상당 부분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도 그냥 지나치기엔 묵직하다. 클릭 한 번은 쉽지만, 그 클릭이 어디로 흘러가는지는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배달 앱을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어차피 우리는 오늘도 쓴다. 나도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배달 음식을 먹었다. 다만 40조 원짜리 시장에서 우리가 소비자이자 당사자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어떤 앱을 선택하느냐, 어떤 정책을 지지하느냐가 그 구조를 조금씩 바꿀 수 있다. 공공 배달 앱 한 번 써보는 것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 편리함은 좋다. 하지만 편리함에 무감각해지는 것은 다르다. 현관 앞에 음식이 놓이는 그 순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걸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클릭 한 번의 무게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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