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와 이기적 예술가
영화 ‘본투비 블루(Born to be blue)’ 재즈 트럼펫 연주자 겸 재즈보컬리스트 쳇베이커(Chet Baker)의 생애를 다룬 영화이다.
우선 재즈(Jazz)에서 대해서 심도 있게 알아보자.
재즈는 미국 남부 지방의 깡촌 항구 도시인 뉴올리언스에서 출발했다. 재즈는 무엇일까?
클래식은 바로 작곡가가 써놓은 악보 그대로 지시를 엄격하게 지켜서 연주하는 것은 클래식이다. 그에 비해 재즈에는 그런 엄격한 규칙이 없다. 재즈는 똑같은 연주자가 오늘 연주한 곡과 동일한 음악을 다음날 다르게 연주해도 된다. 클래식은 커피고 재즈는 음악이다. 재즈는 정의되고 지시되지 않는 음악이다. 재즈 하면 뉴올리언스, 즉흥연주, 폭풍 가창력등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재즈(Jazz)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재즈의 어원을 살펴보자. 재즈의 어원은 “Jass it up”에서 왔다는 주장이 있다. ‘Jass it up’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아, 꼴려!”이며 조금 학술적으로 번역하면 ‘뭔가 외부의 자극으로 인해 내 속에서 성적 흥분이 일어난다.’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꼴리는 음악이다.
이 주장에 대한 논거를 피기 위해 미국의 1900년대 초로 뉴올리언스로 가보자.
항구 도시 뉴올리언스에는 스토리빌이라는 매춘 밀집 지역이 있었다. 재즈 음악을 좀 듣다 보면 Charlie Parker at Storyvile이라는 곡이 자주 등장한다. 우리로 치면 ‘588 조용필’이라는 뜻이다. 이 말의 의미는 Jazz의 대부 찰리파커가 스토리빌에서 연주했다는 것뿐만 아니라 찰리 파커 자신이 재즈의 출발점에 서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매춘 밀집 지역 스토리빌로 돌아가서 뉴올리언스 항구 부둣가에서 삐끼(호객꾼)들이 승객, 젊은이, 선원, 군인들을 데리고 가는 곳은 스토리빌에 있는 술집, 즉 바(Bar)였다. 우리가 아는 바와 달리 그 당시 스토리빌의 바는 술도 팔고 매춘도 함께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이미 거기에는 여자들이 있었다. 바에서 술 한잔 마시면서 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마음에 들면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거나 혹은 옆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니까 항구에서 내리는 고객들을 술만 마시게 하는 것이 아니고 그 뒤까지 이어지게 해서 고수익을 올리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자니 술이 필요했고, 음악이 필요했다. 손님들은 더 ‘꼴리게’ 만들 수 있는 음악 Jazz가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스코리빌에서 탄생한 재즈는 정말 처절하게 살아남기 위한 서바이벌 뮤직이었다. 지금에야 재즈를 수준 높은 음악으로 여기지만, 원래 재즈는 뉴올리언스라는 미국 남부의 남쪽 깡촌 항구 도시에서 생긴 우리나라로 치면 전남 목포의 작은 부두가 마을에서 작부들과 삐끼들이 같이 놀다가 어쩌다 만들어진, 그저 그런 음악에 불과한 로컬 컬처에 불과했지만 30년 만에 이 깡촌음악이 전 세계가 공통으로 즐기는 언어로 탈바꿈한 음악이 되었다. 그래서 재즈는 “가장 가난한 민중의 일상에서 탄생해 주류의 문화가 된 극히 보기 드문 첫 번째 예이다.”라고도 정의한다.
이 시기에 뉴올리언스에서 삐기를 하던 Jazz계에 위대한 전설인 인물이 바로 루이 암스트롱(1901~1971)이다. 스토리빌 동네 스타였던 루이 암스트롱은 스토리빌에서 시카로로 이동하여 커리어를 쌓는다. 거기엔 아래와 같은 시대의 이유가 있다.
1922년 독실한 청교도주의자인 해군 장관의 명령으로 1917년 스토리빌은 폐쇄된다. 퇴폐의 온상이던 스토리빌을 폐쇄시킨 것이다. 그러자 그곳에서 일하던 흑인 남녀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가 되어 미시시피 강을 따라서 정처 없이 북상해 노예 해방 이후로부터 흑인들의 거주 지역이 형성되어 있던 대도시 시카고로 진출한다. 뉴올리언스의 동네스타였던 루이암스트롱은 재즈밴드를 결성해 시카고의 지역스타로 발돋움한다. 루이 암스트롱은 우선 트렘펫 연주자로 뛰어난 재능은 가지고 있었으며, 재즈에 찰싹 붙는 그만의 독특한 음색과 목소리 그리고 엄청난 유머감각과 입담으로 미디어에 노출되어 Jazz계의 슈퍼스타가 된다.
What a wonderful world로 유명한 루이 암스트롱의 시대와 모던재즈 비밥시대가 맞물려 1945년부터 1960년까지 15년 사이에 이른바 재즈광들이 좋아하는 모든 천재 뮤지션들이 다 등장한다.
앞서 얘기했던 스토리빌의 찰리 파커(1920~1955), 디지 길레스피(1917~1993) 그의 후배였던 마일스 데이비스(1926~1991)
엄청한 재능의 천재 재즈 트럼펫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는 재즈의 역사를 네 단어로 아래와 같이 정의했다.
“You can tell the history of jazz in four words: Louis Armstrong. Charlie Parker.”
“당신은 재즈의 역사를 네 단어로 말할 수 있습니다: 루이 암스트롱. 찰리 파커.”
찰리 파커의 별명은 Bird였다. 뉴욕의 최고의 재즈의 거장들의 공연을 하는 Jazzy 한 공간의 이름이 그 당시 Birdland(버드랜드) 였다는 것은 찰리 파커의 영향력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해 준다.
Jazz계의 양대산맥 중 찰리파커의 세션 공개 오디션에 오클라호마 예일 출신의 영화 본투비 블루의 실제 주인공인 백인 쳇 베이커(1929~1988)가 자신의 드럼펫 연주를 찰리 파커에게 선보인다. 이때 찰리 파커는 흑인의 전유물이었던 드럼펫 연주를 하는 쳇베이커에게 지나가는 말로 얘기한다.
“이 친구 나중에 크게 되겠는데..”
찰리파커의 말과 그의 영향으로 쳇베이커는 Jazz 트럼펫연주와 재즈보컬리스트로써 크나큰 명성을 쌓지만, 찰리파커처럼 마약에 찌든 약쟁이가 된다.
영화 본투미 블루는 엄청한 성공을 이뤘다가 몰락했던 쳇베이커의 재기를 다룬 영화이다.
영화에서 쳇베이커로 분한 에단호크는 마릴민 먼로의 말을 인용해 이야기한다. “ 할리웃에서 키스를 2천 달러에 사고 영혼을 2달여에 사죠”
첫 베이커의 무대 연주는 비쌌지만, 삶은 경멸의 대상이었다.
마침내 애인 제인의 응원과 보살핌 그리고 재즈에 대한 열정과 의지로 트럼펫 연주 기량은 점점 다시 회복되고 재기의 발판이 될 뉴욕 최고의 Jazz 공연장 버드랜드(Bird Land) 무대에 서는 기회를 얻게 된다. 미국의 최고 Jazz계의 거물들(디지, 마일스 등)이 참석한 공연장에서 주인공 쳇베이커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며 약의 유혹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약을 한다면 다시 악몽이 반복될 거고, 제인도 떠날 거야라며 “천사의 혀로 노래하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시끄러운 심벌인 거야’, 텅 빈 채로 올라가지 마”라고 이야기하는 공연기획자 친구 딕의 말보다 Jazz 최고의 무대에서 Jazz 최고의 거장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자신을 증명하고 싶고 최고의 연주를 하고 싶은 예술가적 욕망의 귀기에 결국 끊었던 헤로인을 주사하고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스스로 주문을 걸고 무대로 나선다.
“Hello 디지.. Hello 마일스... 웨스트코스트의 풋내기가 너희를 씹어먹어 주마!”
무력하게 껴안은 몽롱함의 연주는 박수갈채로 남았고, 제인은 떠났다.
예술가는 이기적이다.
George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