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외판사원 주인공 그레고르는 어느 날 자고 일어나니 성인 크기의 그로테스크(grotesque)한 벌레가 되어있다. 망연자실한 상황에서도 그레고르는 어떻게든 출근을 하려고 애를 써 보지만 자신의 목소리도 벌레의 기괴한 음성으로 변해 가족들과 정상적인 언어소통이 마비된 자신도 발견한다.
정신은 그레고르이지만 육체는 혐오스러운 벌레가 되어버린 주인공이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고립된 그의 방 안에서 존재를 감추는 것뿐이다. 인간의 존엄이라는 형이상학적 고귀한 단어는 노동의 기능이 마비된 육체를 통해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단위의 공동체 안에서 벌레로 목숨만 연명하며 사육이란 단어로 바뀐다. 한순간에 자본주의 사회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잃은 식구들은 해법을 찾아 세상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요구하는 것을 그 극단까지 충족시키며 생활전선에 뛰어든다.
존재 자체가 가족에게 엄청난 짐이 되어버린 것을 자각한 주인공 그레고르는
“그럼 이제 어쩐다?” 자문하며 어둠 속을 둘러본다. 곧 그는 자기가 이제는 도무지 꼼짝을 할 수 없게 되었음을 발견한다. 그는 제법 쾌적한 느낌이었다. 감동과 사랑으로 가족들은 회상했다. 그가 없어져 버려야 한다는 데 대한 그의 생각은 누이동생의 그것보다 한결 더 단호한 듯했다. 평화로운 숙고의 상태였다. 나의 존엄도 중요하지만 남은 사람의 존엄을 위해 숨을 놓기로 결정한다. 그러고는 그의 머리가 자신도 모르게 힘없이 떨어졌고 그의 콧구멍에서 마지막 숨이 약하게 흘러나왔다.
아버지 잠자 씨는 그레고르가 죽은 것을 확인하고 이야기한다. “이제 우리는 신에게 감사할 수 있겠다.” 그가 성호를 그었고 나머지 가족들이 그들 따라 했다. 그들은 휴식을 취하고 이사를 계획하고 소풍을 준비한다. 그것이 그들의 새로운 꿈과 좋은 계획의 확증처럼 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