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진 않지만 대략.. 18위 이직.. 10위 해고.. 8위 이혼.. 6위 출산.. 4위 절단통.. 또렷이 기억하는 1위부터 3위는 모두 가족의 죽음이었다.
3위 부모님의 죽음, 2위 배우자의 죽음,
1위 자식의 죽음...
영화 맨체스터 바이 더씨는 자식의 죽음과 이혼을 겪은 리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리) 자신의 의도치 않았던 한순간의 실수가 원인이 되어 가장 사랑했던 어린 자식 3명을 잃은 한 남자에게 남은 삶을 버티고 살아가는 건 어쩌면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주어진 가장 큰 형벌일 수 있다. 초점 없는 눈빛과 영혼이 빠져나간 표정의 주인공 리는 사는 게 지옥이다. 한순간에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가족과 터전을 잃었다. 버티는 삶이라는 형벌에 욕망과 행복이라는 감정이 들어갈 공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사치다. 형 조의 죽음으로 인해 지옥이었던 공간 맨체스터바이 더씨에 다시 들어가야 하는 리. 기억하고 싶지 않지만 마음 깊숙한 곳에서부터 표현 불가능한 아픔과 고통의 날카로운 송곳이 강렬하고 비릿하게 리의 폐부를 찌른다.
(조) 9년째 심부전 투병을 하고 있는 조(리의 형)는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오랜 투병생활로 가깝게 다가온 죽음도 별 두려움이 없다. 다만 걱정이 있다면, 가장 사랑하는 내 아들 패트릭, 그리고 살아있지만 죽은 듯 살아가는 내 하나뿐인 가엾은 동생 리. 나의 죽음보다 더 이상 내가 이승에서 보살펴 줄 수 없는 두 명의 남자가 더 걱정이며 생각만 하면 마음이 쓰려온다. 먼저 떠나는 게 너무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슬픔과 미안함이라는 감상의 향락은 접어두고 정신을 차려본다. 남겨진 모두에게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고뇌하고 또 고뇌한다. 변호사와 상의하며 최선의 방법을 찾아낸다. 유언장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