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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경애의 마음’ 비평

마음의 성장

by 조지조




사람들의 기억 속에 멀어지고 있는 동인천 인현동 라이브 호프집 화재 참사(1999년 10월 30일 오후에 동인천에서 일어난 화재참사로 사망자 56명, 부상 78명/대부분의 희생자는 중고등학교생)를 모티브로 한 소설 ‘경애의 마음’은 김금희 작가의 소설이다.

나도 그날 1999년 10월 30일을 기억한다.
대학교 1학년이던 나는 그날 저녁 부평역에서 내려 번화가 호프집에 친구들과 들렀다. 한참 후 친구들과 술자리가 무르익을 무렵 집에서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너 지금 어디야? 혹시 동인천이니? “아니, 나 부평인데.. 왜?”
“빨리 집에 들어와! 지금 동인천에 불나서 사람들 많이 죽고 난리 났어!”

만취하여 귀가하는 달리는 마을버스 안의 라디오 방송에서 긴급 동인천 화재 사고 뉴스가 전해졌다.
대부분의 희생자는 중고등학생들이었다. 누군가
출입구를 막았다고 했다. 생각보다 희생자 수가 많았다. 대부분은 연기로 인한 질식사였다. 어쩌면 내가 아는 사람, 아는 사람의 가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머리가 아팠고 속도 메슥거려 왔다.


김금희 작가의 ‘경애의 마음’에는 과거의 상처로 인해 트라우마에 갇혀 살아가는 반도미싱의 10년 차 영업사원 공상수와 반도미싱 총무부 8년 차 직원이자 공상수의 유일한 팀원인 박경애의 이야기를 그린다.

경애는 학창 시절 영화 동아리에서 알게 된 은총(E)과 풋풋한 관계를 이어가던 중 은총을 비롯해서 56명의 생명을 앗아간 화재사건에서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으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의 십자가는 있지만, 솔메이트였던 은총(E)의 부재는 경애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상수와 경애는 동인천 호프집 화재사건으로 상실된 상수에겐 마음을 터놓수 있었던 유일한 친구 E(은총) , 경애에겐 솔메이트이며 좋아했던 E를 서로는 모른 채 공유하며 추억한다.
작가는 상수의 마음을 빌어 이야기한다.

“마음을 폐기하지 마세요. 마음은 그렇게 어느 부분을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우리는 조금 부스러지기는 했지만 파괴되지 않았습니다.”

독서와 영화감상이 취미인 상수는 뛰어난 감수성과 필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회사생활과는 다른 부캐릭터로 젊은 여성들의 연애 카운슬링을 해주는 인기 페이스북 회원수 2만 명 이상의 ‘언니는 죄가 없다’(언죄다)를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감수성이 남달랐던 상수에게 엄마라는 존재는 아리다.
마음의 감기가 있는 엄마에게 어린 상수는 물어본다..

‘엄마는 뭐가 어려워? 그러면 엄마가 대답한다. ‘오늘이 어려워’
오늘이 왜 어려워?
오늘을 넘겨야 하니까 어려워.
오늘은 넘긴다는 것은 뭐야?
오늘을 견딘다는 것이지.
오늘을 견딘다는 것을 뭐야?
그건 오늘은 사라지지 않겠다는 거야.
오늘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은 뭐야?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다는 거지.
내일은 어떨게 될지 모른다는 것은 뭐야?
내일은 사라질 수 도 있다는 거야.
내일은 사라질 수 있다는 건 뭐야?
내일은 못 견딘다는 것이지.
내일을 못 견디면 어떻게 되는데?
내일을 넘길 수 없게 되지.
내일을 넘길 수 없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쉬워질 수도 있다는 거야.

엄마가 그렇게 쉬워질 수도 있다고 말할 때 상수는 가슴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건 엄마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다르게 마음이 아주 차가워지는 것이었다.
엄마의 감정을 자신에게 스며들지 못하게 차갑게 냉동해 버린다.
하지만 일본에서 어머니의 임종 소식이 들려왔을 때 자신도 모르게 얼려있던 엄마에 대한 감정이 녹아 빗물이 된다.
상수는 찬 빗물을 거스르는 발걸음이 문득 멈춰진 기분이었다.
차디차게 죽어버린 엄마와 더불어 뜨거운 불길에 갇힌 은총(E)의 상실 앞에 상수는 삶의 온도와 방향을 잃어버린다.

상수는 경애를 만나, 경애는 상수를 만나 서로의 마음의 치유한다.
상수의 마음도 성장하고, 경애의 마음도 성장한다.

1979년생인 김금희 작가는 부산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에서 성장했다. 나는 1980년생이며 군산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에서 성장했다. 같은 지역에 살았던 또래 소설가가 나도 기억을 공유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쓴 그녀의 첫 장편소설을 읽으며 나의 20대 초반 청춘에 빨려 들어가 오랜만에 눈물이 차 오르고 감정이 벅차오르며 마음이 아린다.

1999년 동인천 호프집 화재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피해자들 중 대다수가 중고등학생 청소년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죽음은 그 당시 애도를 받는다기보다는 미성년자임에도 불구하고 술집에 갔다는 이유로 비난과 매도의 대상이 되었다.

해당 호프집은 인천시내 번화가 한가운데에서 불법 무허가 영업 및 미성년자 주류 판매를 버젓이 자행하던 곳이었다. 정상적이라면 곧장 영업 정지 처분을 받고 폐쇄되어야 했으나, 해당 점포 주인이 지역 공무원과 경찰에 뇌물을 찔러가며 회유하여 영업을 묵인해 주고 있던 상태였다. 설상가상으로 해당 주점은 인천 지역 일대의 중고등학교 앞에서 버젓이 전단지를 돌려 가며 점포 홍보를 하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불법 주류 판매를 하고 있었으나, 미성년자 주류 판매 신고가 들어와도 해당 점포와 유착하던 경찰들은 제대로 현장에 출동하지도 않은 채 신고를 묵살했다고 한다. 이러한 주점 사장의 비리와 탈법, 지역 공권력의 부패와 묵인, 방조로 인해 당시 인천 번화가 한복판에서 '학생들한테도 술을 막 파는 집'으로 소문이 빠르게 퍼지며 인천 일대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도 버젓이 드나드는 명소가 되었고, 이는 참사 당시 대부분의 희생자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는 결과를 낳았다.

희생자들은 잘못이 없다.

모두 성장하지 못한 어른들의 잘못이다.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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