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미장센 만으로 충분한 추락의 미학
흑백의 첫 장면으로 시작되는 영화 ‘더 폴(The Fall)은 숨 막히는 미장센으로 그득하다.
영화 도입부의 강렬한 흑백 미장센과 어울리는 점점 상승하는 클래식 음악은 관객 눈과 귀의 감각을 선명하게 깨운다.
강으로 추락(하강)한 말이 끌어올려 지며(상승)고조된 음악은 주인공 로이의 연인과 그 연인과 바람을 피우는 주연배우의 시선에 옮겨지며 절정에 이른다.
영화 더 폴(The Fall)의 제목은 추락으로 해석된다.
추락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며 비유적으로는 위신이나 가치 따위가 떨어짐을 뜻하기도 한다.
극 중 주인공 두 명은 모두 추락(하강)하여 사고를 당한다.
영화 촬영 도중에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친 스턴트맨 청년 로이. 그로 인해 여자친구는 그와 헤어지고 같은 작품에 출현했던 영화배우와 사귀게 되자 이로 인해 상심한 상태이며, 자신의 삶이 추락했다고 생각해 자살용 약으로 진정제 모르핀을 구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주인공 알렉산드리아, 5살 소녀는 오렌지 농장에서 오렌지를 따다가 나무에서 추락하여 팔을 다쳐 입원한 알렉산드리아.
로이는 알렉산드리아에게 꾸며낸 대서사시를 흥미롭게 들려주며, 움직일 수 없는 자신을 대신해 모르핀을 가져와 자신의 삶을 끝내려는 계획이다.
로이가 꾸며낸 대서사시의 서사는 엉망이지만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한 5살 소녀에겐 엄청난 대서사시로 받아 드려 이야기의 상상 보정까지 하는 연출가의 모습도 보인다.
현실과 허구가 뒤 썩인 이 엉터리 대서사시의 영화에서의 미장센은,
영화를 보는 건지 명작 그림을 보는 건지 헷갈릴 정도의 진하고 화려한 영상미와 색감으로 화면을 압도한다.
영상미의 잔향으로 관객의 서사 몰입은 뒷전에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눈은 호강한다.
특히, 코끼리와 바다를 수영하며 오디우스의 복수를 꾀하며 5명의 탈출하는 씬은 우리의 홍채 속에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이 아른거리게 만든다.
미장센의 압권이 되는 동생 복수의 피의 다짐씬에서 씬에서 서사와 정합을 맞추며
자신과 동생은 추락했지만 죽음의 피는 하얀 천을 타고 아름답게 상승한다.
혐오스러울 수 있는 죽은 자의 피의 근시적 관찰이 관객의 거리의 시점에 의해 아름답고 경이롭다고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미장센은 줌 아웃 기법 사용해 압도적 세련미를 더한다.
대서사시의 줄거리는 엉망이지만 좋게 말하면 전위적이다.
쌍둥이 동생을 잃은 "마스크 밴디트", 아내를 잃은 "인도인", 노예였던 "오타 벵가", 천재 "찰스 다윈", 폭파 전문가 "루이지". 5명의 영웅이 총독 "오디어스"를 찾아 복수하기 위해 전 세계를 무대로 위험천만한 모험을 하는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허술하고 엉뚱한 대서사시는 클리셰한 동화와는 다른 엉뚱한 스토리로 관객에게 가끔 웃음을 선사하며, 교조적 메시지도 잊지 않는다.
인질로 잡은 미인과 사랑에 빠진 마스크 밴디트(로이)는 그녀가 총독 오디어스의 약혼녀임이 밝혀지자, 그녀를 처형한다. 하지만 총알은 미인이 차고 있는 사랑의 금목걸이에 정중앙에 박혀 미인은 죽지 않는다.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5명의 영웅들은 총알이 박힌 금 목걸이를 확인한다.
사실 그 목걸이는 로이가 헤어진 애인에게 선물해 준 금으로 된 하트 목걸이이다. 허구와 진실에서 관객은 허둥댄다. 목걸이 안에는 메시지가 쓰여있다.
“돈, 명예, 권력, 안정을 좇아 결혼하지 말고, 항상 마음을 따라라” -영원히 사랑하는 아버지가-
미인은 감동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지금껏 못 열어봤어요. 아무도 열 수 없었죠, 당신이 처음이에요”
푸른 무법자(밴디트: 로이)는 이 여자가 운명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둘은 결혼한다.
하지만 경이로운 미장센의 결혼식에 뻔한 반전이 도사린다.
결말 부분에는 밴디트가 목걸이를 던지며 미인(전 애인)에게 이야기한다. “당신 마음을 따라가시오 하며” 그녀를 놓아준다.
후반부 장면에 다시 흑백으로 귀환하며 영화는 스턴트맨들의 희생으로 우리가 보는 영화가 발전해 왔다며 촌스럽게 메시지를 강요한다.
추락의 미학과,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를 자신만의 퍼즐로 은유를 맞추는 것도 이 영화의 재미 중 하나다.
마지막까지 산만하지만 화려한 영상미와 압도적인 미장센으로 용서되는 영화 "더 폴"은
극장에서 미술관의 명화를 감상하는 통섭의 영화이다.
George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