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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 ‘달과 6펜스’ 비평

인성과 실력

by 조지조

인성과 실력


별 어려움 없이 살던 한 집안의 가장이자 중년의 런던 증권회사 직원인 스트릭랜드는 어느 날 갑자기 화가가 되겠다고 안정적인 가정과 회사를 버리고 맨몸으로 집을 나간다.
기존 세속적인 모든 관계를 끊고 파리의 가난한 화가로 떠돌던 이 남자는 태평양의 외딴섬 타이티를 찾아간다.
문명에서 완전히 분리된 곳이어야 화가로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나름의 계산이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스트릭랜드의 행동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남태평양의 타히티에서 가난과 병에 시달리며 그림에 매진했던 외롭게 죽어간 후기 인상주의 미술 화가 고갱의 이야기를 작가 서머싯 몸은 자신의 상상력의 덧대 ‘달과 6펜스’라는 소설로 세상에 내놓는다.

소설의 제목 ‘달’과 ‘6펜스’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암시한다. 둘 다 둥글고 빛이 난다.
‘달’은 영혼과 관능의 세계, 본원적 감성의 삶에 대한 지향과 어쩌면 인간이 도달할 수 없는 어떤 이상을 암시할 수도 있다.
그에 반해 ‘6펜스’는 돈과 물질의 세계, 그리고 천박한 세속적 가치를 가리키면서, 동시에 사람을 문명과 인습에 묶어 두는 견고한 타성적 욕망을 암시한다.

책에서 주인공 스트릭랜드에게 인습과 윤리의 가치관은 거세된다.
소설은 증권맨에서 화가 즉, 세속의 6펜스를 향해 있던 시선이 달로 암시되는 이상과 꿈의 시선으로 옮겨지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인습과 욕망의 무반성적으로 매몰되어 있는 대중의 삶에 대한 비판과 풍자일 수도 있지만,
주인공(스트릭랜드의)의 변한 행동과 말이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 수도 있다.
세상의 윤리로 보면 그는 가장 이기적이고 비열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기본적으로 자기가 거부하는 세계의 기준을 인정하지 않는다.
결국 그는 문명과 세속에서 완전히 분리된 곳을 찾아 떠난다.
우리는 그의 행동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

인간은 사실 나약한 존재이다.
불안을 잠재울 안정을 꿈꾼다.
나약한 인간의 불안한 마음의 안정에는 세속적인 삶이 보약일 수 있다.

인간은 또한 억압적인 현실을 벗어나 본마음이 요구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하고 싶어 한다.
인간의 영원한 욕망인 탈출과 해방의 욕망이 영혼의 부름을 따르는 강렬한 개성의 삶의 매혹당해 현실을 거부하고 내부의 충동대로 살고 싶은 마음도 존재한다.

개인적으로는 천재 스트릭랜드의 선택을 지지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이상의 선택이 공적인 가치에 부합되고 인간의 도리에 어긋나지 않다면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수 없다.
소설의 주인공은 공적인 가치보다 개인적 가치에 인간의 도리보다 윤리적 인간성의 훼손으로 주변이 들을 아프게 했다.

실력이 출중한 천재라도 인성이 모자라면 우리는 그 작품을 어찌 대해야 할까?
작가와 작품을 분리해야 되는가?
성범죄 전력이 있는 명작 ‘피아니스트’의 감독 로만폴란스키의 작품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각자의 판단이긴 하다.

하지만
명작을 보는 나의 맑은 시선에서 작가의 더러운 인성이 아른거린다면 감정적 시선에서 명작은 훼손된다.

인성이 다듬어지지 않은 천재적 실력은

진정한 실력이 아니다.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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