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과 지안(至安)
내 인생 최고의 고문의 고통은 군대 있을 때로 기억한다.
선임들은 중대의 이등병(나포함)들 신입 6~7명을 모아놓고 울뚱불뚱한 콘크리트 바닥의 하우스(빨래건조터)에 원산폭격(뒷짐을 지고 머리를 땅에 박고 있는 상태)을 시킨다.
한 선임이 갑자기 10대 군가를 빠르게 한번 불러준다. 이등병 한 명씩 시킨다. 다들 틀린다. 3번 이상 틀리면 원산폭격 자세에서 전진을 시킨다. 20분도 지나지 않아 머리에 피떡이 생긴다.
그 엄청나고 쓰라린 고통을 끝내기 위해 모든 이등병은 초 집중력을 발휘해 30분 안에 10대 군가를 모두 외웠다.
매에는 장사가 없다고 느낀 순간이며 인생에 신체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으로 기억한다.
알바로 브레히너의 영화 ‘12년의 밤’(2018)에는 무히카와 그의 동료들이 군사 감옥에서 보낸 고문의 시간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무겁고 힘들었다.
무히까가 군부에 의해 1제곱미터가 조금 넘는 구덩이에 10년 간 감금되었다. 첫 번째에 그는 12리터의 피를 수혈받고 살아났다. 두 번째에는 미치지 않기 위해 개구리를 길들이고 쥐에게 먹이를 주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거의 움직일 수 없는 구덩이 속에서 삶과 연결되려 했던 자신의 노력을 상기시켰다. "나는 이것보다 더 작은 방에 7년 동안 갇혀 있었습니다. 책 한 권 없이, 읽을 것 없이. 한 달에 한 번, 두 번 정도 나를 밖으로 내보내 마당에서 30분 동안 걷게 했습니다. 그렇게 7년을 보냈습니다. 나는 거의 미칠 뻔했습니다. “나는 안으로, 저쪽으로, 이쪽으로 걷는 법을 배웠습니다."
무히까는 그 구덩이에서 온전한 몸상태로 나오지는 못했다. 방광에 심각한 질병이 생겼고 결국 신장 하나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살아남았다.
혁명적 온화함의 상징, 라틴 아메리카의 존경받는 우루과이 대통령, 검소함과 소박함의 상징으로 세계를 매료시킨, 가난한 대통령으로 유명한 89세로 일기로 며칠 전에 별세하신 무히카 대통령의 실화이다.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2014)는 5.18 민주화운동을 6장에서 각각 6명의 시선으로, 사건 당시와 그 이후에서 서술한 작품이다. 광주를 전후로 한 역사나 정치, 사회에 대한 담론보다는 개인의 고통과 내면에 몰두한다. 읽는 내내 군부의 진압, 거친 폭력과 고문의 내용에 마음이 무겁고 버거웠다.
고문은 육체적 고통을 주어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행위를 말하며 당하는 사람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의 크기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주인공 이지안의 이름 "지안"은 한자로 "至安"(지안)으로 쓰이며, "편안함에 이르다" 또는 "최고의 평안"을 의미한다.
고문을 당하는 사람은 지안을 꿈꾼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한강 작가는 소설 ‘소년이 온다’를 통해 5.18 민주화 운동의 희생자와 유가족들의 아픔을 본인의 아픔처럼 서술한다.
5.18 희생자와 유가족분들 그리고 광주...
그리고 아픔의 역사를 무거운 소명의식을 가지고 온몸 전체로 받아내어 글을 쓰는 한강 작가 모두
편안함에 이르렀으면(至安) 한다.
George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