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밀란쿤테라 소설 '불멸' 비평

불멸과 소멸

by 조지조




나는 죽은 작가의 책을 읽는 것을 즐긴다.
작품으로 유명해진 작가는 죽어서도 우리의 기억 속에 어떤 한 불멸의 이미지(이마골로그)로 저장된다.
1984년 출간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소설로 유명해진 체코 출신의 작가 밀란 쿤데라는 1990년 ‘불멸’이라는 소설을 출간한다.

작가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그랬듯이 직접 소설에 개입하여 자신의 소설에 개입하는 이유를 소설 ‘불멸’에서 아래처럼 이야기한다.

“요즘 사람들은 글로 쓰인 건 무엇이건 모조리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 혹은 만화로 개작하려 하네. 그러나 소설에서 본질적인 건 오직 소설로만 말할 수 있기에, 어떤 형태로 개작하건 각색을 하면 비 본질적인 것만 남지. 오늘날에도 여전히 소설을 쓸 만큼 미친 작가라면, 그리고 자기 소설을 보호하고 싶다며, 그는 사람들이 각색할 수 없는 방식으로, 달이 말해 이야기할 수 없는 방식으로 소설을 써야 한다네.”
“소설은 사이클 경주를 닮을게 아니라, 많은 요리가 나오는 향연을 닮아야 해. 나는 6부를 기다리며 안달하네, 새로운 인물이 내 소설에 등장할 걸세, 그 6부가 끝날 때쯤 그는 등장할 때처럼 자취 없이 사라져 버릴 거야, 그는 무엇의 동기도 아니며, 어떤 효과도 낳지 않네, 내가 마음에 드는 게 바로 그런 거라네, 소설 속의 소설이요, 내가 써 본 것 중에서 가장 슬픈 사랑 이야기가 될 거야, 자네 역시 그 이야기를 읽고 슬퍼할 걸세.”
아베나리우스는 잠시 어색한 침묵을 지키다가 상냥하게 물었다. “그 소설의 제목은 뭔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아니, 그 제목은 이미 써먹지 않았는가.”
“그래, 써먹었지? 하지만 그때 난 제목을 잘못 달았어. 그 제목은 지금 쓰는 소설에 붙여야 했다.”

밀란쿤데라의 ‘불멸’이란 소설은 작가의 개입으로 어리둥절해진 독자의 이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해 주는데 작가의 개입을 또 차용한다.
해소는 두 가지 단어로 병치된다. 독특함과 유사성.
독특한 작법이나 내용과 논지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다.
이 부분이 밀란쿤데라가 다른 소설가와 구분되는 작법의 독자노선을 가능케 했다. 서사의 중심에서 벗어난 무의미한 챕터를 넣는 마치 영화의 ‘맥거핀 효과’처럼 무의미가 독자의 해석의 의미를 가중시킨다. 그래서 무의미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결국은 군 테라 소설은 ‘무의미의 축제’이다.
소름이 돋는다.
군테라의 죽기 전 마지막 소설의 제목이 ‘무의미의 축제’이다.

군 테라는 늘 이렇다.
쿤테라에겐 경계란 없다.
독특함과 유사성, 불멸과 소멸, 삶과 죽음, 진실과 거짓. 가벼움과 무게움, 농담과 진실, 정체성과 이미지, 의미와 무의미...
대부분의 소설을 읽는 독자는 적확하고 무언가 의미 있는 내용과 공감할 수 있는 주제와 생각을 원한다.
군 테라는 단어의 경계를 허물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혼란에 빠뜨린다.
쿤테라는 작가의 개입과 작법의 변주를 통해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허물어 독자를 헷갈리게 하며, 슬프게도 하며 또한 기쁘게도 한다.

군테라의 두 가지 소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멸) 속 인물을 단어로 논리적으로 분류해 보자.

1)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가벼움 : 토마시, 사비나---> 감성, 이상
*무거움 : 테레자, 프란치----> 이성, 현실
2) 불멸
*이성(정합) : 괴테, 아네스, 아네스 아버지 - 무거움, 숫자, 불변---> 무거움---> 소멸
*감성(부정합) : 베티나, 폴, 로라(아네스 여동생) - 가벼움, 글자, 변화---> 가벼움---> 불멸

이쯤 되면 작가가 왜 불멸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 정했어야 했다고 하는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될 것이다.
1) 2)의 논리의 정합성으로 보면 괴테는 소멸되고, 베티나는 불멸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베티나는 불멸을 원했으나 소멸했으며,

괴테는 불멸의 작가로 남았다.

밀란 쿤테라는 칩거하며 소설만 쓰며 군중 앞에 나서지 않는 소멸에 가까운 삶을 살았고 원했다.

하지만 점점 쿤테라는 죽어서도 그의 불멸의 작품으로

불멸이 되어간다.

George Cho



keyword
작가의 이전글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