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은 '자동화'보다 '감동화'다
최근 우리 회사는 CRM을 검토 중이다.
지난주 해외영업팀을 모아놓고 시연회를 했다.
명품으로 치장을 하고 빡쎄게 화장을 하신 CRM업체의 영업책임자는 CRM의 장점을 임원진들과 영업팀에 설파한다.
“이제는 무조건 CRM입니다.”
“ CRM 연동은 기본입니다, 안 그러면 일 못 합니다.”
그럴싸하다.
하지만 내 눈엔 이 말이 이렇게 들린다.
“운동화 사면 마라톤 완주할 수 있어요!.”
“비싼 프라이팬 사면 요리 잘하게 됩니다!.”
ERP는 Enterprise Resource Planning의 약자로 회사의 자원(인사, 회계, 생산 등)을 통합 관리하여 생산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이고 지금 우리 회사는 ERP를 사용하여 근무, 휴가, 결제, 회계, 구매, 판매, 재고 시스템을 모두 전자결제로 도입하여 불 필요한 서류 싸인 과정을 없앴다. 고객사의 긴급 오더로 해외송금 사인을 받기 위해 임원진 방이나 대표님방 앞에서 서류를 들고 똥줄 타는 심정의 경험은 이제 하지 않아도 된다. ERP는 쓸만하다.
CRM은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의 약자로 회사에서 사용하는 고객 관리 프로그램으로 고객의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영업 효율을 높인다.
장점은 고객 이력 추적이 가능하고, 마케팅 타켓팅에 용이하며 자동화된 리포팅이 가능하지만 초기 구축비용과 프로그램 적응 및 교육 그리고 실 사용률이 낮은 경우 효율이 떨어진다.
우리는 사람으로 일하는 조직이다.
CRM이라는 시스템은 물론 훌륭하다.
하지만 그것들은 ‘운영’을 편하게 해주는 시스템일 뿐,
‘영업’ 자체를 대신해주지는 않는다.
우리 회사의 직원수는 20명이 되지 않는다. 직원대비 매출액 규모는 상당하며 약 2000억으로 중견기업급으로 해외국가에 폴리머(합성수지)를 파는 매출이 거의 99프로이다.
실무영 업는 나포함 5명이 하고 있으며, 영업에 관련된 임원은 2명이다. 모두 굴지의 대기업, 외국계 출신으로 영어는 기본이고 제 2외국어(중국어, 일본어등)도 다들 능통하다. 범용 폴리머뿐만 아니라 EP(Engineering Polymer)사업의 확장을 위해 나를 영입했다. 사실 다들 한 명 한명이 모두 인재 엘리트이며 개인사업자 느낌이다. 유럽담당, 아시아 담당, 미주 담당, 타 국가별 담당들은 보통 무료 통화, 메세지 플랫폼(왓츠앱, 위챗, 라인, 텔레그램, 카톡등)을 이용해 매일, 실시간 해외 고객들과 대응중이며, 심지어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해외 바이어와 통화하며 근무가 끝나도 끝난게 아니다. 업무의 강도와 양이 많다. 거기게 CRM 도입을 하면 고객 정보나 회의 내용, 실시간 중요사항을 다시 일일이 CRM에 담당이 기입해야 한다. 해외 바이어와 전화 한 통화 더 해야 할 시간에 프로그램에 노가다 작업을 해야 한다.
CRM 도입 시연 후 나포함 실무진들 입이 대빨 나왔다.
CRM과 ERP는 대단한 도구다.
하지만 칼은 요리사에게, 곡괭이는 광부에게 어울리듯
우리에겐 엑셀과 ChatGPT라는 유연하고 실용적인 무기가 더 잘 맞는다.
개인적으로 엑셀은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이라 생각하며 빌게이츠형한테 감사하다.
ChatGPT는 말할 것도 없다. 매일매일 신세계를 경험하고 있다.
고객은 시스템이 아닌 사람의 정성과 진심을 기억한다.
그리고 그 영업의 도구는 우리 책상 위의 엑셀과 ChatGPT, 그리고 담당자의 정성과 진심이면 충분하다.
CRM으로 고객 이력을 남긴다고 해서,
고객의 마음이 열린 건 아니다.
ERP로 전표가 자동 발행된다고 해서,
계약이 더 빨리 성사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순간엔,
사람의 한 마디, 진심 어린 응대, 유쾌한 농담 한 줄이
거대한 시스템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한다.
개개인의 영업력이 중요한 우리 회사에겐 CRM도입은 정장 입고 구두 싣고 족구 하자는 얘기로 들린다.
다시 말하지만, 시스템은 훌륭한 도우미다.
하지만 고객의 마음을 흔드는 건 결국 사람이다.
고객은 CRM 번호가 아니라 ‘느낌 좋은 그 사람’을 기억한다.
영업은 데이터가 아니라, 대화다.
매출은 자동화가 아니라, 마음화다.
George Ch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