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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스트 앤 본(Rust and Born)’ 비평

je t'aime(사랑해) / 부서진 두 삶 그리고 하나의 사랑

by 조지조

영화 ‘러스트 앤 본(Rust and Born)’ 비평

je t'aime(사랑해) / 부서진 두 삶 그리고 하나의 사랑




프랑스 영화 ‘러스트 앤 본(Rust and Born)’은 거칠고 상처 많은 두 인물의 이야기다.


장애와 트라우마, 가난과 책임, 육체와 본능, 이 모든 현실적 제약 속에서, 감독 자크 오디아르는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의 구원이 되는지를 감정적으로, 때로는 육체적으로 묘사한다.



영화 러스트 앤 본의 가장 잊을 수 없는 순간은, 아리(마티아스 쇼에나에르츠)가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아들 삼을 지켜보던 그 절박한 밤, 스테파니(마리옹 코티야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는 장면이다.


아리 : “끊지 마”

아리 : “날 버리지 마”

스테파니 : “늘 곁에 있을게”

아리 : “je t'aime(사랑해).”


이 짧은 문장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외침이자, 가장 순수한 감정의 결정체다.


인생의 바닥에서 아들의 생사를 놓고 무력하게 무너져가는 순간, 누군가의 사랑이 자신에게 닿는다는 사실에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을 드러낸다.


무뚝뚝하고 거칠기만 했던 그가 처음으로 마음의 진심을 울먹이며 고백하는 그 순간, 스크린 너머 관객의 마음도 함께 울컥 인다.


아리는 늘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남자였고, 감정은 감추는 것이 익숙한 사람이다.


하지만 스테파니는 그런 아리의 마음을 두드렸고, 그는 마침내 감정을 받아들이게 된다. 아들의 생명이 위태로운 그 찰나에, 그는 진심을 쏟는다.


그 말은 단순한 사랑 고백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지금 너무 무섭고, 외롭고,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네가 있어서 견딜 수 있다’는 절규에 가깝다.


이 전화 장면은 영화 내내 쌓여온 감정의 폭발이자, 그들의 관계가 단순한 위안이나 동정과 우정이 아닌 ‘사랑’이라는 본질로 전환되는 결정적 계기다.


‘끊지 마’는 그동안 누구에게도 자신을 붙들어달라고 말해본 적 없는 사람의 처절한 고백이며,


‘사랑해’는 스테파니에게만은 진짜 자신을 보이고 싶은 갈망의 언어다.


그 말은, 부서진 두 사람 사이에 처음 놓인 다리였다.




사랑은 우리가 가장 약할 때 시작된다


아리의 고백은 거창하지 않다. 문학적이지도 않고, 영화처럼 멋지지도 않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한 마디에 무너진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에게 보내는 가장 강력한 구조 요청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러스트 앤 본이 말하는 진짜 사랑의 얼굴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랑해’라는 말을 이성에게 스스로 내뱉은 적인 거의 없다.


상대방 이성이 말하면 답하는 식이 대부분이었으며, 사랑해라는 답을 강요하는 상대는 더욱더 별로였다.


최근 나는 ‘사랑해’라는 말을 툭 뱉었다.

뱉고 나도 놀랬다.


그 말은 어떤 행위에 순간 나도 모르게 의식 없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사랑해’


진짜였다.


제대로 해본 기억이 없기 때문에

나도 내가 놀라웠다.



진짜 사랑한다는 말은


의식에서 나오지 않으며


무의식에서 영화 러스트 앤 본에서처럼 툭 던져진다.


투박하고 촌스럽지만 그게 진짜 사랑이다.


알리는 스테파니를 사랑한다.


나는 너를 사랑한다.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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