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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 데이즈’ 비평

완벽한 하루

by 조지조




가슴에 와닿는 영화를 보면 삶이 영화에 동화되는 편이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를 보고 술독에 빠져 봤으며,

‘러브 어페어’를 보고 심금을 울리는 엔니오모 리꼬네 피아노곡을 한 달 동안 감성에 젖어 듣고 다녔으며,

‘비포 선라이즈’를 보고 풋풋했던 에단호크의 리바이스 회색 반팔티를 지금도 가지고 있으며,

‘타짜’를 보고 매일 친구들과 두 번 이상씩 조승우의 대사 ‘싸늘하다..가슴에 비수가 날아와 꽂힌다.’를 따라 하곤 했다.


그리고 요즘, ‘퍼펙트데이즈’를 보고는 정류장이든 공원이든 어디든 나뭇잎이 많은 나무를 보면 핸드폰을 내려놓고 흔들리는 나무와 나뭇잎을 멍하니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하늘에서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고모레비라고 한다.

물에서 햇빛이나 달빛이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윤슬이라고 한다.


예전에 몰랐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 이렇게 아름다운지..

그 사이사이에 빛나는 햇빛들이 마치 윤슬처럼 아름다운지 몰랐다.

너무 가까이에 있어서, 오히려 보지 못했던 것들..


소소한 아름다움과 행복이 내 인생에 하나 더 늘어났다.


작고 소소한 내 마음의 행복을 하나 더 알게 해 준 이 영화 ‘퍼펙트 데이즈’에 고맙다.




주인공 히라야마의 삶 안에 내 삶을 비추어 바라본다.


나는 나를 살고 있을까?



사람들 모두, ⁠가장 어려운 것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 같다.


내 주관보다 타인의 시선에서 좋아 보이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 듯하다.


히라야마도 한때, 그렇게 살았던 사람 같다. 중간중간 흑백으로 보여주는 과거의 희미한 기억들은 가깝고도 멀다. 사연이 많아 보인다.


영화에서는 설명하진 않지만, 그가 부유한 집 출신이지만, 특권층의 삶에서 스스로 도망쳐 나온 사람이라는 힌트를 준다. 그의 품위 있는 매너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

확실한 건, 지금의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일상에 아날로그 식으로 뿌려놓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작은 화분을 돌보고, 헌책을 읽고, 옛 카세트 테이프를 듣고, 공원에서 나무를 바라보는 삶.



히라야마의 고모레비 같은 미소가 모든 걸 말해주며, 많은 말을 대신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행복은 강도가 아니고 빈도이다.


삶의 밀도는 작은 기쁨이 얼마나 자주 내 곁을 찾아오느냐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오늘,


또 하나의 완벽한 하루가 쌓여간다.


George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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