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미루지 않는 삶

by 라온제나

엄마는 삶의 무게를 내일로 넘기는 법이 없었다. 장사와 집안일, 예배와 심방까지. 하루라는 경계 안에는 늘 할 일이 넘쳐났다.


엄마는 미루는 일이 결국 내일의 나를 더 힘들게 한다는 걸 알았기에, 잠자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기꺼이 오늘의 몫을 다해내고서야 하루를 닫았다.


세 자녀의 도시락은 단 하루도 거르는 법이 없었고, 집에 계신 아빠를 위한 차림 또한 늘 최선이었다. 불쑥 찾아오는 손님에게조차 엄마는 그날의 정성을 다해 환대했다.


엄마에게 책임이란 내일의 나에게 짐을 넘기지 않는 것이며, 오늘 내 곁의 사람들을 정갈하게 대접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난은 늘 곁에 있었지만, 그것이 처음부터 우리의 삶은 아니었다. 아빠의 사업 실패로 우리는 하루아침에 가난이라는 벽 앞에 서게 되었다. 그때 엄마에게 남은 선택지는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내는 일뿐이었다. 엄마는 과거의 부유함에 기대어 살지 않았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을 붙잡기보다 오늘 해야 할 일을 택했다. 그 정직한 선택들이 매일 아침 엄마를 삶의 자리로 다시 불러냈을 것이다.


엄마는 우리의 겉모습에서 가난의 흔적을 지워냈다. 옷은 늘 반듯하게 다려 입혔고, 신발은 먼지 없이 닦아 신게 했다. 빳빳하게 다림질된 남방은 구김 없는 자존감이 되어주었다. 입고 신는 문제만큼은 장사를 더 해서라도 흐트러뜨리지 않겠다는 엄마의 고집 덕분에, 우리는 세상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걸을 수 있었다.


우리는 엄마가 짊어진 삶의 하중을 다 알지 못한다. 다만 그 무게를 조금이나마 나누고 싶은 마음으로, 우리는 엄마를 신뢰하며 묵묵히 그 시간을 함께했을 뿐이다.

우리 또한 가난 앞에서 회피하지 않고 각자의 자리를 지키며, 감사함을 놓지 않았다.


그 믿음과 인내가 층층이 쌓여, 마침내 무너지지 않는 우리의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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