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by 온리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3월의 어느 날.

사무실 밖에는 벚꽃 잎이 하나둘 날리기 시작했다. 완연한 봄이 되었다.

인자의 배는 점점 불러오고, 출산 예정일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회사 생활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인자는 마음이 복잡해졌다.


곧 있을 근평 기간과 육아 휴직 사이에서 고민하는 인자를 보며 상태는 큰 결심을 했다며 저녁 식사 자리에서 결연한 듯 말을 건넸다.


"자기, 나는 이미 승진했으니까 이번엔 내가 육아휴직을 쓸게. 당신은 산후조리 잘하고 몸 좀 추스르면 복귀해서 승진에 전념하면 좋겠어. 이제 고민 그만하고 말이야."


상태의 말에 인자는 큰 위로와 응원을 받았다. 결혼 이후로도 자신의 커리어를 놓지 않으려 노력해 왔지만, 민서와 민찬을 키우며 승진과는 점점 멀어졌기 때문이다. 먼저 휴직을 말해 준 상태가 고마웠다.


'역시 난 멋진 남편이야!'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우쭐한 상태는 그것도 잠시, 갓 태어난 아기와 두 아이, 총 세 명의 아이를 돌보는 일을 상상하니 걱정이 앞섰다. 해본 적이 없어 결코 쉬워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갓난쟁이의 밤낮 없는 울음과 두 아이의 등하원, 식사 준비, 청소와 빨래까지.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몰아칠 생각을 하니 상태는 머리가 지끈거렸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민서랑 민찬이 때도 많이 도와줬지만, 그때는 인자가 옆에 있었으니...... 이번엔 혼자 다 해내야 할 텐데...’

상태의 표정은 점점 걱정으로 가득해졌다.

"무슨 생각해?" 인자가 부드럽게 묻자, 상태는 한숨을 내쉬며 솔직하게 말했다.


"육아휴직 하고 나면 갓난아기까지 포함해 삼 남매를 내가 잘 돌볼 수 있을지 걱정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달 동안 내가 전부 책임질 거잖아. 넌 몸조리도 해야 하고... 나 혼자 애들을 다 감당할 수 있을까?"


인자는 상태의 불안한 마음을 눈치챘다. 그녀는 상태의 세심하고 꼼꼼한 성격을 잘 알기에 걱정이 되지 않았다.

"당신은 당신이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겠지만, 나는 걱정 안 해. 어쩌면 나보다 더 잘할지도 몰라. 육아든 가사든. 그리고 나도 같이 할 건데 뭘 그렇게 걱정해~"


상태는 인자의 눈을 바라보며 안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처음에는 좀 힘들 수도 있어. 온전히 육아와 가사를 해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평소에 하는 것 보면 당신은 잘 해낼 거라고 확신해. 민서랑 민찬이도 아빠를 잘 따르잖아. 아빠의 육아 참여가 아이들의 사회발달과 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니 육아휴직이 어쩌면 좋은 기회일 수도 있어. 먼저 휴직하겠다고 해 줘서 고마워."


상태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점점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인자의 말에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확신과 믿음이 담겨 있었다. 그 믿음이 상태의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다음 날, 인자는 박 과장과 정팀장, 그리고 몇몇 여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같이 했다.

식사를 하며 자연스럽게 나눈 이야기 속에서 인자는 남편의 제안을 꺼냈다.

"상태씨가 이번에는 자기가 육아휴직을 쓰겠대요. 저는 출산휴가 끝나면 바로 복귀해서 승진에 집중하라네요."


순간 박 과장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휴, 애들은 엄마가 키워야지. 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 해도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남자들이 그런 일에 너무 나서는 것도 문제야."


박 과장의 말에 순간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여직원들의 얼굴에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고, 인자의 마음도 언짢았다. 이때 정팀장이 나섰다.


"과장님, 조선시대에서 오셨어요? 호호호~ 애들은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건 편견이에요. 요즘은 시대가 많이 변했잖아요. 육아는 부모가 함께 책임지는 거고, 누가 더 잘 키우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협력하느냐가 중요한 거죠. 우리 부서에도 육아휴직 쓰고 복직한 남직원들도 꽤 있는데 그런 시대착오적 발언은 익명 게시판에 올라옵니다~"


정팀장의 차분하고 위트 있는 말에 박 과장은 무안해졌지만, 이를 크게 내색하지는 않고 멋쩍은 듯 식사에만 집중했다. 여직원들 사이에서는 은근한 존경의 눈빛이 정팀장에게로 향했다.


"인자 씨, 잘 됐네~ 상태 씨가 보면 참 생각이 깊단 말이지. 남자들도 육아 휴직하면서 경험을 해 봐야 아내를 좀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난 남자들도 기회가 된다면 한 번쯤 꼭 육아휴직을 해보라고 하고 싶어."


그녀의 말에 인자를 포함한 워킹맘인 여직원들은 사이다를 마신 듯 속이 후련했다. 육아는 한쪽이 돕는 게 아닌 같이 하는 것이고, 부모가 된다는 건 한 아이의 미래를 책임져야 하는 무게감 있는 일인데 엄마에게만 짐을 지우려는 박 과장의 편견을 보기 좋게 깨뜨려 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남자의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을 알게 된 계기가 되어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전 18화육아시간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