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할 일이 많다.
신생아 시기에는 기저귀를 자주 갈아주고 수시로 수유하느라 정신이 없다. 몇 개월이 지나면 이유식을 만들고, 한눈판 사이 다치지 않게 아이를 따라다니느라 바쁘다. 만 세 살이 지나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유치원에 다닐 시기가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하나둘 늘어나며 조금은 수월해지는가 싶다. 하지만 내 몸이 조금 편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또 다른 일거리가 생긴다. 알림장을 쓰고 확인하고, 준비물을 챙기고, 각종 행사에 참여하는 등 자녀의 사회생활에 든든한 도우미가 되어야 한다.
특히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신경 써야 할 일은 훨씬 더 많아진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시절이 그리워질 정도다. 학교에 잘 적응하고 있는지 살피고, 선생님과 친구들에 대한 관심도 가져야 한다. 주간학습 안내에 따라 준비물을 미리 챙겨야 하고, 워킹맘이라면 하교 후 시간을 돌봄교실이나 방과후 수업, 학원으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요일별로 아이의 일정을 매일 체크해야 한다. 또 1년에 몇 번 하지 않더라도 녹색교통봉사나 학부모 폴리스 같은 봉사활동에도 참여해야 한다.
워킹맘으로 삼남매를 키우며 정신없이 달려온 십여 년.
어느새 첫째는 중2, 둘째는 초6, 막내는 초2가 되었다.
나는 [바쁜] 엄마다.
아이가 셋이니 신경 써야 할 일도 세 배다. 특히 새 학기를 준비하거나 절기마다 옷 정리를 할 때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분주하다. 기본적인 생활 습관부터 학습, 건강, 식사, 놀이까지 — 별것 아닌 듯한 일들, 남들도 다 하는 일들이 가끔은 너무 벅차게 느껴진다.
언젠가 ‘엄마 좀 그만 불러’라는 합창곡을 들었을 때,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아 웃프기까지 했다.
삼남매를 키우면서 더 나은 부모가 되고 싶었고, 나 자신으로도 성장하고 싶었다. 그래서 4년 전부터 자기계발을 시작했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라 하니, 나의 삶이 아이들에게 좋은 본이 되기를 바랐다. 주체적인 삶을 살기 위해 독서, 운동, 정리정돈 등 아이들이 닮았으면 하는 좋은 습관에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한정된 시간을 쪼개 쓰다 보니 늘 바쁘고, 그러다 보니 마음의 여유를 잃었다. 해야 하는 일들에 갇혀 늘 뭔가에 쫓기듯 지내며 조급해졌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본이 되고 싶었던 나의 진심을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한 채, 나의 바쁨이 오히려 화로 드러나고 있었다는 것을.
그 기저엔 ‘나는 이렇게 노력하는데, 너희는 왜 변화가 없니? 시도조차 하지 않니?’ 하는 우월감과 아이들에 대한 못미더움이 깔려 있었던 것 같다.
아직도 미숙한 엄마라 그런가 보다.
그래서 요즘은 생각한다.
‘바쁘지 않아야겠다.’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야 아이들에게도 다정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