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엄마

by 온리원

“도대체 엄마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너 지금 엄마 무시해? 너는 떠들어라, 이거야?”

늘 어질러져 있는 딸의 공간. 정리되지 않은 책상과 방을 보는 순간, 속에서 뜨거운 것이 훅 올라왔다.


침대에 드러누워 핸드폰만 보고 있는 큰아들은 다음 타깃이 되었다.
“손에서 그 핸드폰 좀 놔라. 숙제 다 했어? 할 일 먼저 하고 보라니까.”


형과 누나를 향한 가시 돋친 잔소리가 집안 공기를 냉랭하게 만들면, 눈치 백단 막내는 조용히 식탁에 앉아 책을 읽는다.



나는 [짜증] 엄마다.


사소한 일에도 유난히 짜증이 올라오는 때가 있다.
몸이 피곤해 예민해져 있거나, 내가 세워둔 계획과 시간표가 틀어질 때.

그리고 좀 부끄럽지만, 한 달에 한 번 ‘마법의 시기’가 되면 또 다른 [짜증] 엄마가 된다.

그 시기가 다가오면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사소한 일에도 버럭하게 된다.
‘뭐 이깟 일로 욱했지?’ 후회하고 나면 어김없이 마법이 시작된다.
그럴 때마다 ‘욱’함으로 미성숙해지는 내가 싫어서, 아이들에게 솔직히 털어놓고 사과한다.
다행히 성교육을 받은 큰아이들은 그런 엄마를 이해해 준다.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육아서와 감정 코칭 책을 읽지만, 머리로 아는 것과 현실은 늘 다르다.
막상 부딪치면 말이 곱게 나오지 않는다.
언성을 높이고, 푸념 섞인 혼잣말을 하며, 또다시 후회한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바로 달라지진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며칠 연속 아이들에게 짜증을 냈던 어느 날, 첫째가 느닷없이 물었다.
“엄마, 생리해요?”
“엄마가 무슨 생리를 시도 때도 없이 하냐?”

좋게 설명해 주려다 오히려 역공을 당했다.


연일 짜증 내는 엄마의 눈치를 보던 막내는 내 기분을 색깔로 묻는다.
“엄마, 오늘 기분은 무슨 색이에요?”
빨간색이면 ‘조심 모드’라 조용히 말을 아끼고,
주황색이나 노란색이라고 하면 그 틈을 타 게임을 해도 되는지 묻는다.
첫째, 둘째를 보고 배운 막내는 역시 처세술이 뛰어나다.


‘짜증을 덜 내려면 몸을 피곤하게 만들지 말자.
나의 계획을 미리 공유하고, 간섭받지 않도록 하자.’
그렇게 나름의 노력을 해도,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은 늘 생긴다.


어떤 경우에도 품격 있고 우아한 엄마로 남고 싶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여전히 [짜증] 엄마.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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