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엄마

by 온리원

반갑지 않은 알람 소리를 끄고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아침밥을 먹이고 싶은 마음에, 눈을 뜨자마자 주방으로 향한다.


입맛이 없는 아이들을 위해 좋아할 만한 반찬과 국을 준비하고, 삼남매를 깨워 식탁에 앉힌다.

잠이 덜 깬 멍한 표정의 아이들을 남겨둔 채, 나는 안방 화장대 앞에 선다.

드라이기로 젖은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면서도 주방을 오가며 아이들이 밥은 잘 먹는지, 부족한 건 없는지를 확인한다.


시간이 흐르고 집을 나서야 할 시각이 다가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어서 먹어라, 양치하고 세수해라, 물통 챙겨라, 준비물은 다 챙겼니?”

아이들 가방을 일일이 확인할 시간은 없으니, 말로만 엄마의 도리를 다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빈 식기를 설거지통에 넣는다.


대충 립스틱을 바르고 가방을 멘다.
부지런히 움직였건만, 사무실에는 늘 9시에 임박해 도착한다.
의자에 앉자마자 반사적으로 컴퓨터를 켜고 숨을 고르며 본격적인 하루를 시작한다.


현장 미팅을 다녀오자마자 팀원 A가 결재판을 내밀고, 곧이어 B와 C가 차례로 다가온다.
“이건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다른 부서랑 이 부분이 좀 안 맞는데요…”
그들의 눈빛은 결국 ‘팀장님이 나서주세요’라는 뜻이다.


가끔은 정말 내가 우리 팀에서 제일 바쁜 것 같다.

팀원들은 각자 맡은 일만 하면 되지만, 팀장은 팀의 모든 일을 알아야 한다.

피로가 몰려와 쉬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가도

‘그러라고 팀장 시킨 거잖아’ 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리고 싶을 때쯤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가온다.

워킹맘에게 퇴근은 곧 ‘집으로의 출근’을 의미한다.

아침에 미처 치우지 못한 설거지 거리와 아이들의 저녁 식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도 티 안 나는 게 집안일이지만, 하지 않으면 금세 티가 난다.

사소한 듯 보이지만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다.

어렸을 땐 몰랐다.

내가 워킹맘이 되고 나서야, 나보다 먼저 워킹맘이셨던 친정엄마의 노고를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지친] 엄마다.


하지만 하루 종일 엄마를 기다렸을 아이들에게 지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

남아 있는 체력을 다해 괜찮은 척 웃어보지만,

몸보다 먼저 지쳐버린 마음은 결국 말투로 새어나온다.


“누가 물통 안 내놨어? 학교 갔다 오면 바로 내놔야지?”

“양말 뒤집어 벗지 말라 그랬지? 바지 주머니엔 왜 또 쓰레기가 들어 있어?”

“왜 또 싸워? 이번엔 또 뭐야?”


전기밥솥이 새로운 밥을 짓는 동안,

아침 설거지와 저녁 반찬을 준비하는 지친 엄마의 눈에는

잔소리할 거리들만 보인다.


그런데 문득, 싱크대 위에 놓인 아이의 메모가 눈에 들어온다.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다.

“엄마,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사랑해요.”

순간, 울컥한다.지친 하루가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기분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것 같던 나의 하루를,
누군가는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여전히 [지친] 엄마지만,
그럼에도 내일 아침 또다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뜨겠지.
오늘보다 조금 더 다정한 엄마가 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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