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 엄마

by 온리원

하루 사이에 기온이 많이 낮아졌다.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외투가 두꺼워졌고, 간간이 모자와 장갑을 착용한 이들도 보인다.


가을이 짧아졌다고들 하지만, 올해는 아예 가을이 사라진 듯하다.

더 추워지기 전에 파랗고 맑은 하늘 아래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단풍을 보고 싶어, 나는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산으로 갈까, 바다로 갈까 고민하다가 “칼국수가 먹고 싶다”는 딸의 말에 영종도로 가기로 하고 외출 준비를 시작했다.

“세수하고 옷 갈아입어!”라는 엄마의 말에 막내는 귀찮은 듯 뭉그적거리다 안락의자에 앉아 입을 쭉 내민다.

자기는 집에 있고 싶단다.


다른 지역을 둘러보며 경치도 감상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껴보게 하고픈 엄마의 마음을 알 리 없다.

집에 있어봤자 무얼 할지 뻔히 아는데, 막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순 없었다.


하지만 막상 집을 나오면 제일 신나하는 건 막내다.

칼국수도 맛있게 잘 먹었고, 해변 산책 후에는 바닷가에서 옷에 모래를 잔뜩 묻혀가며 물수제비 놀이를 한참 했다.

이렇게 좋아할 걸, 왜 투정을 부렸을까?

일방적인 엄마의 계획이었기 때문일까?




나는 [통제] 엄마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보다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많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다는 건 사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이었다.

‘아이들도 분명 좋아할 거야’라는 명분 아래, 나는 가족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통제해온 것이다.


그리고 나의 행동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니, 내 안의 ‘통제 성향’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아이들의 시간, 학습, 습관 등 모든 것을 ‘육아’와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내 기준에 맞추려 했던 것이다.


물론 부모의 지도가 꼭 필요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의견을 먼저 물어볼 기회’조차 내가 정해버린 건 아니었을까.

그러면서도 나는 스스로를 ‘자율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엄마’라 여겼으니, 이야말로 진짜 디커플링이 아닐까.


앞으로는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진로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까지,

아이들의 생각을 먼저 듣고, 그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함께 바라보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래야 ‘통제하는 엄마’가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엄마’가 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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