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엄마

by 온리원

등교 준비를 하던 막내가 갑자기 안방에 들어와 화장대 위의 미용티슈를 한 장 뽑아 코를 틀어 막았다.

하얀 티슈는 어느새 빨갛게 물들었다.


“엄마, 코피 나.”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막내를 보며 나도 별일 아니라는 듯
“어, 그래~ 옷에 안 묻게 잘 닦아. 코 안이 건조한가 보다.”
하고는 둘째의 바짓단을 정리해주었다.


허리를 숙여 발아래를 내려다보다가 길게 자란 발톱이 눈에 들어왔다.

“발톱이 이게 뭐냐. 지저분하게… 얼른 잘라!”


그 사이 첫째는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현관문을 급히 나섰다.
아무리 혈기왕성한 나이라지만, 입동이 지난 이 추운 날씨에 반바지, 반팔이라니…
엄마가 보면 잔소리를 들을 게 뻔하니, 일부러 뒤통수만 보이고 나가는 것이다.
이제 더는 지청구를 하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는데도 말이다.



언제부턴가 나는 [무심한] 엄마가 되었다.


첫째를 키울 때까지만 해도 참 유난스러웠다.

아이가 조금만 이상해도 소아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고, 침대 프레임에 코를 부딪혀 코피를 좀 흘렸다는 이유로 119를 부르기까지 했으니…

육아는 처음이라 모든 것이 낯설고 두려워,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의 나라면, 코피를 흘리는 막내를 위해 방마다 가습기를 틀어 습도를 맞춰주고,
아이들의 손발톱도 주기적으로 내가 직접 깎아주고,
다음 날 입을 옷까지 미리 챙겨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첫째가 크고 둘째, 셋째가 태어나면서
육아의 경험치가 쌓이니 유난스럽게 느껴졌던 일들이 어느 순간 ‘별일 아닌 것’이 되어갔다.
출산과 육아로 30대를 보내고 40대를 맞이하니,
앞으로의 나의 인생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도 자연스레 커졌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사소한 일상까지 세세히 챙겨줄 여력이 예전만큼 남아 있지 않았다.


어쩌면,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지면서
믿고 지켜보고 싶은 마음도 생겼을 것이다.
작은 실패도, 작은 불편함도 아이 스스로 경험해보아야
조금 단단해지는 법이니까.


그렇다면… 그래도 아이들은 여전히 엄마의 손길을 원할까?


아마 그렇기도 하고, 아닐 수도 있다.
손을 잡아주길 바라는 순간도 있고, 혼자 해내고 싶어하는 순간도 있을 것이다.
이제는 그 두 가지를 구별해줄 수 있는 눈을 가지는 것이
무심함과 믿음 사이에서 내가 배워야 할 새로운 역할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비록 예전만큼 매 순간 아이들 곁을 돌보지 못해도,
나는 여전히 필요한 때에는 기꺼이 손을 뻗어줄 준비가 된 —
조금은 무심하지만, 여전히 아이들의 편인 엄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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