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만 남은 2025년 달력, 12월.
중학교 2학년인 첫째 아들은 마지막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다.
몇 주 전부터 스스로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모습이 유난히 대견하고 기특하다.
그 모습을 보며 지난 1학기 동안 겪었던 갈등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눈만 뜨면 손에서 놓지 않는 휴대폰,
듣는 둥 마는 둥 1.5배속으로 틀어놓은 인터넷 강의,
공부하겠다고 문제집을 펼쳐놓고는 어느새 노래를 따라 부르는 모습까지.
엄마 눈에는 하나같이 못마땅한 행동이었고, 결국 잔소리는 쌓여만 갔다.
그 즈음부터 아들은 조금씩 반항을 시작했다.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네가 알아서 한 결과가 그거야? 그렇게 자신 있으면 성적으로 증명해 봐!”
중학교 2학년이 되어 치른 첫 번째 시험, 1학기 중간고사.
설마 했지만 성적은 나의 기대보다 훨씬 낮았다.
잘 본 과목도 있었지만, 주요 과목인 영어와 수학의 점수는 충격적이었다.
그동안의 행동들이 겹쳐 떠오르며 더 화가 났다.
‘그러면 그렇지. 당연한 결과야.’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1학기 기말고사 시험 기간이 되었다.
아들이 공부한다고 방에 들어가도, 이전의 모습들이 자꾸 떠올라 신뢰가 가지 않았다.
‘공부한다더니 또 딴짓 하겠지. 냅두자. 잘하든 못하든 결국 자기 일이니까…….’
완전히 내려놓은 건 아니지만, 약간의 체념이 더해지자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믿어주는 엄마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나는 기대보다 낮은 성적에 실망하고 화가 난 내 감정에만 매여,
정작 더 부끄럽고 죄스러워했을 아들의 마음은 헤아리지 못했다.
그래서 기말고사 성적이 조금이라도 올랐을 때는 마음껏 칭찬해 주었다.
앞으로는 더 오를 일만 남았다며.
2학기에 들어서며 나도 변화하려 노력했다.
아들의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더라도 휴대폰을 보든,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든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대신 무심한 듯 툭 내뱉는 짧은 응원 한 마디에 마음을 담았다.
눈앞에 보이지 않을 때마다 부정적인 상상을 하던 습관도 조금씩 고쳤다.
보이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애썼다.
어떤 계기인지 알 수 없지만, 아들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 변화에 내 영향이 조금이라도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1학기와는 다른 태도로 성장했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주체적인 의지.
중2다움이 묻어나는 철없는 행동들도 가끔 있었지만, 대부분은 믿음직한 모습이었다.
자녀는 믿는 만큼 자란다.
그 진리를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그 ‘믿음’ 앞에서 늘 의심부터 했던 것 같다.
[믿어주는] 엄마가 바라는 것
스스로 옳은 생각과 행동을 하기를,
어려운 문제 앞에서도 당당하기를,
세상에 따뜻한 사람이 되기를,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기를,
밝은 미래를 꿈꾸며 한 걸음씩 나아가기를.
그 모든 바람의 시작과 끝에 ‘믿어주는 엄마’가 있고,
나는 조금 늦게나마 그 사실을 배워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