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 보면 안다.
건강이 얼마나 큰 재산인지.
지금의 몸집을 보면 상상하지 못하겠지만, 어릴 적 나는 빼빼 말랐다. 코피도 자주 흘렸다.
어린 시절 사진 속 홀쭉하고 허약해 보이는 나를 보며 엄마에게
“이렇게 냅뒀어야지, 왜 먹였어?”라고 물으면
엄마는 늘 이렇게 답하셨다.
“누가 먹였냐? 학교 들어가니까 힘들었는지 알아서 먹더라.”
삼남매 중 나는 유독 허약한 체질이라 보약을 자주 먹었다.
특별히 크게 아픈 곳은 없었지만, 기가 허했다고 해야 할까.
보약 덕분에 웬만큼 쓴 약은 잘 먹게 되었고, 그 덕에 학창 시절도 비교적 무난히 보냈다.
전교생 조회 시간이나 뙤약볕 아래 체육 시간에 쓰러져 본 적도 없었다.
사실 가끔은 선생님께 업혀 가는 친구들이 조금 부러웠다.
모든 학생의 걱정 어린 시선과 관심을 받는 모습이 왠지 부러웠으니,
나에게도 관종 기질이 조금은 있었나 보다.
그러다 보약발이 떨어졌는지, 성인이 되어서는 안 다녀본 병원이 없었다.
환절기마다 알레르기성 결막염과 비염으로 안과와 이비인후과를 들락거렸고,
신경성 위염과 두통 같은 스트레스성 질환도 하나둘 생겼다.
면역력이 약해 생긴 문제들이었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건강한 편이라 자부했다.
내가 얼마든지 컨트롤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4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는 요즘,
나는 고관절과 허리 통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올해 자격증 취득을 위해 오래 앉아 공부했던 시간이
결국 바르지 않은 자세와 체형 불균형으로 돌아왔다.
새삼, 바른 자세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다.
허리가 아프니 만사가 귀찮아지고 신경은 날카로워졌다.
계획했던 일에 차질이 생기면 짜증이 먼저 나고,
아이들의 사소한 다툼에도 쉽게 화가 났다.
평소 같으면 넘겼을 일에도 감정이 먼저 튀어나왔다.
육체가 정신을 지배한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
어느 쪽이 맞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신체의 상태가 감정과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몸이 피로하고 건강하지 않으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고, 짜증이 늘어난다.
집중력도, 여유도 함께 사라진다.
김홍신 작가의 『겪어보면 안다』 중
“아파 보면 안다 /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 걸”
이 문장이 요즘처럼 가슴에 와닿은 적이 없다.
어리석게도 아프기 전엔
건강보다 중요한 것이 너무 많았다.
돈 버는 일, 아이들과의 시간, 가족의 행복, 나의 미래…….
하지만 어떤 가치를 앞에 두든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이제 [건강한] 엄마가 되려 한다.
내 몸을 먼저 잘 돌보는 엄마.
그래야 아이들의 마음도, 하루도, 삶도
조금 더 다정하고 세심하게 보듬을 수 있을 테니.
겪어 보면 안다
김 홍 신
굶어 보면 안다
밥이 하늘인걸
목마름에 지쳐보면 안다
물이 생명인 걸
일이 없어 놀아 보면 안다
일터가 낙원인 걸
아파 보면 안다
건강이 엄청 큰 재산인 걸
잃은 뒤에 안다
그것이 참 소중한 걸
이별하면 안다
그이가 천사인걸
지나보면 안다
고통이 추억인 걸
불행해지면 안다
아주 적은 게 행복인 걸
죽음이 닥치면 안다
내가 세상의 주인인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