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만과 편견'을 통해 살펴 본 우리의 모습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태초에 아담이 동물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듯이 주변의 인물들에 대한 스스럼없는 코멘트(comment)를 공유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
필자는 흔히 평판조회(Reference Check)라고 불리는 채용과정에서의 절차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어느 조직에서 새로운 인원을 채용할 때 그 사람이 근무했던 이전 직장의 동료나 상사에게 의견을 듣는 것은 어쩌면 필수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예전 직장에서의 언행 및 성과는 이후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나름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텐데, 문제는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주체 역시 사람이라는 점에 있다.
이전 필자의 글「렌티큘러」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 나의 가족이거나 가까운 지인일 경우 그 사람이 공공연한 ‘무뢰한(無賴漢)’일지라도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라는 공감 호르몬이 무한 분비될 것이며, 그 반대라면 편견으로 인해 공정하고도 올바른 판단이 아무래도 어렵지 않을까?
자신의 선호 내지 이해관계와 같은 입장에 따라 동일한 사건이나 대상(인물)을 두고도 상이한 판단을 하는 것은 특히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물론 평판조회에 관한 사유(思惟)를 정쟁(政爭)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겠지만 이러한 경향이 분명 존재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에 소개할 『오만과 편견』은 단순한 평판과 외적인 인상만으로 상대를 판단하여 운명의 짝을 늦게나마 찾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 영화이다. ‘베넷가(家)’의 다섯 자매가 결혼을 놓고 울고 웃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잘 나타내고 있으며, 18세기 말 영국의 사회상황과 결혼 풍습 등을 엿볼 수 있는 묘미를 지니고 있다.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에서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딸들을 부유한 신랑감과 결혼시키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하는 어머니와 자상한 아버지, 그리고 한 명의 언니(제인) 및 세 명의 여동생(메리,키티,리디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이들이 살아가는 시골마을에 명문가의 청년 ‘빙리’와 ‘다아시’가 한동안 머물게 되면서 오만과 편견으로 대표되는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영민하며 자존심 강한 엘리자베스는 귀족 청년 다아시에게 호감을 느끼면서도 그의 무뚝뚝하고 비사교적인 성격을 상류층 특유의 오만과 편견으로 매도해 버린다. 엘리자베스 본인의 다아시에 대한 판단 역시 귀족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치 못한 채 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있음에도 오해와 편견에 빠져 점점 외면하게 되는데...
필자는 어떤 사람에 대한 의견을 남들에게 구하지도 않지만, 묻지도 않은 평을 듣게 된다면 겉으로는 표시하지 않을지라도 가볍게 그 의견을 무시해 버린다. 특히 사람에 대한 평가는 나 스스로 겪은 ‘직접경험’에 기반하지 않고는 고려조차 하지 않으며, 이러한 나의 평가 또한 온전히 신뢰할 수 없어 판단을 끝까지 보류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그 사람에 대한 느낌과 인식이 그와 함께 하였던 기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짧게 보았을 때는 누구보다 유쾌하고 괜찮은 사람이었지만, 몇 년이 지나자 본질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혹은 본질이 변해버리는) 지인도 있었다. 그런데 인물 평가에 관한 필자의 인식은 시급하고 즉각적인 판단을 하여야 하는 생활 대부분의 영역에서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그렇기에 사람의 본질에 대한 판단에 있어 왜곡과 오류의 존재 가능성을 감수하고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편 엘리자베스의 언니 제인과 다아시의 친구 빙리는 결혼을 하게 되고, 다아시도 아름답고 지적인 엘리자베스를 사랑하여 그녀에게 고백을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청혼을 거절하고 만다. 그 이유는 다아시가 친구 빙리에게 엘리자베스의 언니 제인과의 결혼을 집안의 수준 차이로 반대했기 때문이었는데, 이 또한 다아시의 오만에서 나온 편견이자 방해라고 여겼던 것이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서로의 오해를 풀게 된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의 진심을 받아들이게 되고 결국 이들이 결혼을 하는 것으로 영화는 마무리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에 대한 의견이 생기고 외부에서 그 사람에 대한 평가를 듣는 것은 자연스러우며 현실적으로 간과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단 하나의 단계만 사전에 잊지 않는다면 보다 후회없는 레퍼런스 체크가 될 것으로 믿는다. 그것은 상대를 판단하는 ‘나’ 자신에 대한 반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