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나의 새로운 모습, 이제는 받아들여야 한다.

by 이재명

“너 무슨 일 있었냐? 왜 이렇게 불었어?”




근 십년 만에 고등학교 동창모임에 나갔다가 필자가 들은 말이다. 그 친구의 말은 온전한 ‘팩트’였기에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부끄러워했다. 직설적인 언급에 다른 친구들이 오히려 무안했는지 그가 나의 건강을 걱정해주는 것이라며 대신 통번역을 해주었으나 나조차도 내가 왜 죄를 지은 것 마냥 창피해 했는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의 이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은 마치 사춘기 청소년이 몸에서 자라기 시작한 체모(體毛)를 부모에게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죄를 지은 것도 아니지만 스스로 자격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자존감이 부족해서일까?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이 원치 않는 변화를 남들에게 숨기려 하기에, 질병이나 사고로 연약해지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워지거나 세포분열을 과다히 하여 얼굴과 몸집이 커지는 현상에 대해 위축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 위축 또한 우리가 선택한 것일 뿐, 별로 친하지 않은 그 친구의 여과 없는 말은 분명 나의 건강을 염려해서가 아니라는 확신이 있다. 당시 주변에 술과 담배에 정복당한 친구도 있었지만 그의 건강을 걱정해 준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예전보다 부쩍 살이 찐 나를 특별히 생각한다는 그것은 단순히 변해버린 나의 낯선 모습에 놀란 그의 일차원적인 반작용에 불과할 뿐이며, 이는 지극히 자신의 인식과 기분만을 위한 방어기제에 가깝다는 생각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우리에게(?) 살을 빼라고 핀잔을 주는 것은, 진정 우리를 생각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우리 모습을 본) 자신들의 당황함을 그러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고, 서로와의 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본능적인 행동에 불과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그러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피반응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반응자에게 감동할 필요도 없으며, 굳이 민망함을 느끼고 주눅이 들 하등의 이유가 없어야 한다.


2006년에 개봉한 우리나라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외모지상주의에 빠진 사회에 대해 신랄한 고발을 전하고 있다. 천상의 목소리를 지녔지만, 과체중으로 인해 연모하는 남자와의 사랑을 이룰 수 없는 주인공 ‘한나’와 이와 반대되는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제니’라는 캐릭터를 통해 진정한 사랑은 외모가 아닌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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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가 뛰어나면 유리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사실 뿐이다. '외모가 뛰어나야 한다'라는 당위성은 결코 도출되지 않는 것이다.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다.




뚱뚱한 한나가 성형을 하여 제니라는 날씬하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재탄생한 후 사람들의 상반된 대우로 영화가 오히려 성형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있었으나, 주인공 ‘한나’를 연기한 김아중 배우의 ‘마리아 OST’는 영화의 백미(白眉)로서 모든 논란을 불식시킬 정도이다(‘마리아’ OST는 배우 김아중이 직접 부른 영화의 삽입곡으로 호평을 받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4omIxll25FM&list=OLAK5uy_lWHaAa1wTxGx5g1x4axJvuC0N5Q8CAb6M&index=3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포스터. 좌측의 ‘제니’와 우측의 ‘한나’는 동일 인물이다.



필자는 1~2년 사이 전국적으로 런닝(Running) 열풍이 부는 것에 맞바람을 일으키고 싶은 마음도 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간단한 운동이면서도 그 효과는 매우 뛰어난 이상적인 자기관리 방식임은 분명하지만 이러한 유행은 우리가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세상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여 뒤처지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이 원인인 경우가 적지 않다. 런닝 자체는 의심할 나위 없이 효과적인 운동이지만, 그 원동력이 건강한 의욕이 아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쟁력 있는 사람들이 하는 운동이기에’라면 담배연기 속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무엇보다 마음이 즐겁고 편해야 오래갈 수 있고, 부작용이 없는 법이다.

미국 MD앤더슨 병원의 김의신 박사는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암 환자들을 상대하면서 느낀 점을 아래와 같이 말하고 있다.



조폭 출신 환자들은 병에 대해 깊이 파고들며 심사숙고 하지 않는다.

오늘 저녁 어디가서 술을 마실까?

내일 어디가서 골프를 칠까? 이것이 더 관심사다.


그래서 지식인보다 더 치료가 잘 된다.



라고 말했다. 따라서 필자는 죽지 못해 억지로 런닝을 하는 것보다는 그냥 하고 싶은 방식으로 마음 편하게 자기관리를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자기관리 능력이 곧 경쟁력인 세상. 이는 꼭 적정체중을 유지한다거나 외모를 가꾸는 것에 한정되지 않는다. 나의 마음과 정신을 온전히 내 안에 간직하는 것. 그리하여 나의 주관으로 인생을 영위해 나가는 것. 이러한 인식이 있을 때, 누군가 “왜 이렇게 살이 쪘어?”라는 기습적으로 자기중심적인 말을 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지금 이게 나야”라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상대방이 추억하는 ‘옛 모습’에 맞추는 것이 아니고, 상대방이 새롭게 변모한 ‘지금 나의 모습’에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순리에도 맞지 않을까?

물론 내가 그것을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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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왜 굳이 '런닝'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헷갈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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