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까지 가능할까?
<3살에서 5살 사이 상상 놀이가 폭발한 시기>
엄마,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라는 아이에게 '찬 음식 노노'대신
엄마랑 아이스크림 먹자!
먹고 싶다 할 때마다 사 먹다가는 콧물에 중이염에 가래기침이 들끓는다. 떼를 못 이기면 가끔 사주다가도 웬만해서는 먹일 수 없는 아이스크림.
사탕이나 쵸코렛, 젤리는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어쩔 수 없이 한두 개는 먹게 되었지만 주머니에 아이스크림을 넣고 다니는 할머니나 아주머니, 친구는 없었으므로 아이에게는 아이스크림 문턱이 제일 높았다. 그런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자니!
이 놀이는 같이 아이스크림 먹는 놀이다!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그린 다음 맛나게 먹으면 끝. 지금 되돌아보니 저 놀이가 통했다니 사기꾼으로 몰리기 딱 좋다 싶어 우습기만 하지만(열한 살 아들에게 시도해보는 상상만으로도 킬킬킬 웃음이 난다.) 저 놀이는 정말 재미있는 놀이였다.
추우니까 텐트 안에서 먹자.
진짜 달콤하다~!
너는 무슨 맛이야?
엄마는 딸기맛인데, 사과맛도 조금 나!
어, 어. 녹겠다!
이 정도 해주면 아이는 알아서 딸기맛도 그리고 쵸코맛도 그리고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은 다 그린다. 엄마는 먹고 싶은 맛 많이 얘기해주면 된다. 조금 장난을 덧붙이면 생선 맛이나 짜장면 맛도 그려달라고 해보면 아이는 뭐 거의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재미있어할 것이 틀림없다.
엄마가 아이스크림이랑 똑같이 그릴 수 없대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내 맘대로 아이스크림이니 빨강 네모 하나 칠하고 막대기 그려주면 딸기맛 아이스크림 되시겠다. 단, 칠할 때 정성을 다해줘야 한다. 대충 찍 만든 아이스크림은 맛이 없을 테니까 말이다. 엄마가 칠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는 입안에 침이 많이 고일 것이다.
상상놀이 시작은 어렵지 않지만 정성이 필요하다. 처음에 정성을 잘 들여놓으면 오래도록 언제나 그 놀이를 할 수 있다. 아이스크림 먹고 싶을 땐 언제나 먹을 수 있는 것.
<주의사항>
처음 하는 상상놀이는 배고플 때 하면 심각하게 뼛속까지 진심을 다해야하므로 어느정도 배가 차있을 때 추천한다. 많이 하다보면 점차 배고플 때도 가능해진다. 놀이의 의미를 점점 알아가기 때문.
영화 <후크>에서 어른이 된 피터팬이 네버랜드 아이들과 (아무것도 차려진 것 없는 식탁 위에서) 저녁식사를 맛있게 할 수 있었던 장면이 떠오른다.
어린 날의 그 진짜 같은 상상들이 자라나 <아이언맨> 같은 있지 않은 존재를 만들어내거나 자기 꿈을 말해봐라 할 때 거침없이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이런 상상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가 오히려 엄마에게 상상 놀이를 제안하는 순간도 온다.
(여자아이들은 요리놀이, 남자아이들은 로봇 변신하는 놀이겠지만 상상의 범위를 제한하지 않으면 <동심>에 푹 빠져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아이의 세계를 함께 나눌 수 있다.)
딴 일을 하고 있는 나를 불러 가보니 아이가 책을 밟고 서있다.
책은 밟으면 안 되는 거야.
라고 가르쳐주어야 하는 순간일까?
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 외출했어요.
리디아의 정원 갔어요.
이게 대체 무슨 말인가?
아이가 밟고 있는 책은 <리디아의 정원>이라는 그림책이다. 리디아가 부모님과 떨어져 외로운 중 무뚝뚝한 삼촌에게 정원을 선물하는 내용이다. 책 뒷면의 그림은 리디아가 꾸민 정원으로 가는 계단.
그곳에 아이는 놀러 갔다. (책을 밟는 행위로) 엄마도 함께 외출할 수 있다. 요즘 같은 코로나에도 아이는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이다.
가능할 때까지! 여섯 살, 일곱 살..... 엄마가 아이의 상상 세계에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까지일지 궁금하다면 여러 가지 상상 놀이를 시작해보자! 쿵더쿵 같이 정성 들여 장단 맞추면 아이들은 엄마에게 더 큰 추억을 짜잔! 쿵..... 남겨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