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게 동그란 사과는 온라인에만 존재한다네
격식은 모두 갖추었으나
속은 비어있는 말
다정함을 듬뿍 발랐으나
속엔 칼이 있고
내 걱정을 앞세웠지만
뒤에는 자기의 안위가 날카로운 눈을 번쩍이고 있는
그런 것들이
너무나 피곤
보여서 피곤
나도 그랬을 수 있다는 것에 피곤
피곤*100
몇 달 전 썼던 일기.
지나고 나면 우습다.
어느 정도 사람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나의 오만이었다. 사람은 탐구할수록 새롭고 만나면 만날수록 신비롭다. 게다가 완벽하지 않다.
그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내 완벽한 중추신경은 매 순간 알아차렸다.
완벽하지 않은 부분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 나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래서 참 힘들었다.
내가 그렇고 그가 그렇고 그녀가 그렇듯
우리는 너무도 완벽하지 않고 찌그러져 있으며 아무리 노력을 한대도 동그래질 수 없다.
그 사실은 아마 죽는 그날까지 참 받아들이기 힘든 지점으로 남아있겠지만, 나는 내 찌그러진 모양에, 그의 찌그러진 모양에, 또 온 세상의 모든 찌그러진 모양에 색을 입히고 그 모양 안에서 조형을 찾고, 아름다움을 찾고 그것들이 몇 개가 모인 순간 완전히 동그랗게 보이는 착시를 경험하고 행복해하다가, 또 어느 날은 찌그러진 내 모습을 보며 키득거리며 웃다가 마지막에는 박장대소를 터트리고 싶다.
나와 같이 찌그러진 형태를 가진 모든 분들도 마지막에는 박장대소를 터트리겠지!